마음을 썼다 내가 좋아졌다
소은성 지음 / 웨일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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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일북으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정작 제대로 된 글을 써본 적이 없다는 생각을 하였다. 책을 읽고 난 뒤에 쓰는 잡다한 이 글도 리뷰니 서평이니 하는 글에 많이 못 미치는 글이다. 나는 그저 책을 읽는 것이 좋고, 읽고 나면 뭐라도 흔적을 남기고 싶어서 글을 쓴다.

이 책은 제목이 참 좋다. 최근에 나온 긴 제목의 에세이들처럼 이 책도 제목이 전부인 책이 아닐까 살짝 의심하면서 펼쳤는데, 그건 아니었다. 다행이다.

"우리 모두는 다채로운 색깔의 쓰기 버튼을 지니고 산다. 더 우월한 욕구는 없다. 그러니 남의 버튼과 나의 버튼을 절대로 비교하지 말자. 그건 글 외의 다른 것들만으로도 충분하다. 나처럼 감정에 대해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정보를 공유하고 싶은 이타심이 보튼인 사람도 있다. 둘 사이에는 경중이 없다." (p.18)

정말 위안이 되는 말이다. 소설을 잘 읽지 않는 나는 '감정이입'에 서투른 편이다. 내 감정을 잘 표현할 줄 모르니 남의 감정인들 읽힐리가 없다. 감정이입이 안되니 소설이 재미있을 리 없다. 내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어렸을 때는 소설에, 이야기에 푹 빠져 지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왜 그럴까 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조금씩 내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살아온 것과 다르게 사는 여성들을 만나 다른 의견을 듣고 말한다는 점에서, 여성의 글쓰기 수업은 치유 여행이다. 나는 언제나 '편안하게 느껴지는 생각'을 주의하라고 당부한다. 그것은 사회에서 체화한, 즉 내것이 아닌 남의 생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 여성으로 살아오는 동안, 아마도 가장 안전하고 무례한 발언만을 격려받았을 것이기 때문이다."(p.48)

그렇다. 이 책은 '여성의 글쓰기'를 이야기한다. '타인의 의견에 반대되는 의견'(p.49)을 낸다는 것은 제도권 교육에서 연습한 적이 없는 일이기에 쉽지 않다. 저자는 글쓰기를 다르치는 동안 다양한 학생들이 자기 글을 싫어한다는 고백을 듣는다. "우리가 우리 몸을 때로 혐오하는 것처럼 자기혐오의 많은 부분은 사회의 억압에 의해 이식되기도 했을 것이다. 실제로 상당 부분 '내 글 혐오'는 내면화된 여성 혐오와 맞닿아 있다."(p.61)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저자의 이야기에 여러 번 공감하였고, 때로는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기도 하였다. 나의 글쓰기나 내 문장에 질책하는 느낌이 든다면 과감하게 듣지 말라거나, 거장들의 예술론 앞에서 주눅 들 필요 없다는 말에 글을 쓸 용기가 생겨난다. '언제나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마음'(p.113)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나의 진짜 감정, 나의 진짜 역사'(p.115)를 쓸 수 없는 사람들에게 완벽한 것은 없다고, 나를 드러내고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 마음 속에 있는 것을, 내 마음을 온전히 드러내 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생각해본다. 나의 가장 약한 부분을 드러내고 나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두려운 일이지만, 내 마음을 온전히 드러내놓기 위해 글을 쓴다. 어렵고 힘들지만 그렇게 표현하고 쓰는 동안 내 마음을 달래주고 쓰다듬어줄 수 있다.

저자는 계속해서 자신의 감정을, 상처를 드러내어 표현하라고 한다. 한국 여성들은 타인에 대한 분노와 억울함을 표현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자신에게로 분출하며 자기 파괴와 자기 혐오로 이어진다. 저자는 '감정을 정확한 언어로 바꾸는 연습'(p.164)을 하면 나아진다고 말한다. 글을 써야 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 아닐까? 나의 감정을 정확한 언어로 바꾸어 표현하는 것.

"나의 감정을 불편해하거나 아예 없는 것으로 간주하기. 사회와 가정에서 요구받는 역할만을 성실히 수행하며 살아온 사람들은 자신의 느낌을 감추는 데 능숙했다."(p.174)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솔직하게 드러내놀고 말할 수 있는 연습을 한다. 그러다보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지 않을까?

책에는 글쓰기 연습을 위한 '직접 써 봅시다'가 있다. 나도 그것을 보고 내 마음을 표현하는 짧은 글을 써 볼 예정이다. 그리하여 내가 나의 불완전한 삶의 이야기를 좀더 풍성하게 가꿔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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