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몸의 지도를 그리자 - 구글맵도 찾지 못하는 우리 몸 구조
가이도 다케루 지음,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 서혜영 옮김 / 니케북스 / 2020년 5월
평점 :
몸이 아프기 시작한 건 지금부터 2년 전이다. 직장인 건강검진과 국가암검진을 받았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병에 걸렸다고 했다. 생각보다 나는 담담했고, 수술을 했고, 이어진 치료를 잘 받았으며, 지금은 꼬박꼬박 약을 챙겨먹으며 관리 중이다.
내 나이가 벌써 50대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도 이제야 실감하는 중이다. 늘어난 수명 덕분에 아직은 인생을 정리할 시기는 아니지만, 여기저기서 노화의 징조가 보인다. 그동안 정말 내 몸에는 무관심하게 살아왔구나 싶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 '내 몸의 지도를 그리자'를 읽게 되었다.
의학박사이자 작가인 가이도 다케루의 글에 요시타케 신스케의 그림이 곁들여진 책이다. 일본의 자기계발서나 교양서들이 그러하듯 슬슬 책장을 넘기며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책이다. 제목도 인체과학서라는 느낌보다는 어린이용 교양과학서적같은 느낌. 그럼에도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내가 얼마나 내 몸에 관해 모르고 있었는지를 알게 된다.
나는 내 몸에 관한 관심과 더불어 요시타케 신스케의 그림이 더해져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인체를 다룬 과학책이니 아무리 가볍게 내용을 다룬다고 하여도 어렵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기에 책의 내용을 설명해주는 간단한 그림이 있어서 이해를 도와준다. 뿐만 아니라 책 내용과는 상관없는 위트와 유머(정말 요시트케 신스케의 그림책에서 볼 수 있었던 바로 그런)를 보여주는 그림과 글이 있다.
우리 몸은 아파트와 닮아있고, 문을 통해 바깥과 소통한다. 아파트의 외벽, 내벽처럼 내 몸의 표피는 피부와 점막으로 구성된다. 아파트의 출입문은 내 몸의 조직과 모세혈관이다. 그것을 통해 산소, 영양소, 물이 드나든다. 몸의 벽이 파손되면 출혈이 일어나고, 아파트 유지를 위해 전선과 수도관이 있는 것처럼 몸의 유지를 위해서는 혈관과 신경이 있다. 이러한 비유는 몸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알게 해준다.
저자는 몸을 부위별(눈에 보이는 위치), 기능별(뼈와 근육, 내장기관)로 나누어 설명을 한다. 그림저자인 요시타케 신스케는 여기에 자신만의 구분법도 그려놓았는데,보여도 좋은 부분, 조금 부끄러운 부분, 굉장히 부끄러운 부분 등으로 나누거나 손이 직접 닿지 않는 부분과 자신의 눈으로 볼 수 없는 부분으로 나누기도 한다.
여기까지가 총론이다. 몸을 아파트에 비유하여 몸의 구조를 설명하였다. 이어지는 각론에서는 몸의 구조에서 각각의 장기를 떼어내어 설명한 후 다시 정확한 자기 위치로 되돌려 놓는 작업을 한다. 뇌과학의 영역을 다룬 책을 워낙 많이 읽었기 때문에 뇌의 영역과 이름, 그리고 하는 일에 대해서는 제법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막상 그림으로 그리려니 쉽지 않다. 심장, 혈관, 허파, 식도, 위, 소장, 간..... 각각의 위치, 역할, 기능을 읽어가는 동안 중고등학생 때 배운 생물을 내가 참 싫어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무조건 외워야 했던 우울한 기억이. 지금이야 이것을 읽으면서 아, 그거구나, 그렇구나 하면 되지, 굳이 외울 필요가 없으니 술술 잘 읽히는 것이다.
의학개론에서는 죽음에 대해, 그리고 AI에 대해 언급을 한다. 이 책이 처음 나왔던 10년 전과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구체적인 예를 들고 있지는 않지만, 그다지 변한 것은 없는 듯하다. 신형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의 몸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노화 뿐만 아니라 온갖 신형 바이러스로부터도 우리 몸을 지켜야 하는 시대니까 말이다.
** 요시타케 신스케의 그림을 좋아하는 분이나 인체에 대해 알고 싶다면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