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정지 버튼을 누르고 싶었던 순간들 - 마이 페이보릿 시퀀스
이민주(무궁화)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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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가볍게 읽을 수 있었던 에세이.

요즘은 책 제목이 길어진데다가 책이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를 바로 드러내는 것 같다. 이 책도 그러하다. 나에게는 "인생에서 정지 버튼을 누르고 싶었던 순간들"이 언제였을까? 오래 된 앨범을 펼쳐 본다. 지금처럼 쉽게 찍은 사진이 아닌데다 고르고 골라서 인화한 사진들이라 그런지 한 장 한 장이 추억을 불러 일으킨다.

일러스트레이터 이민주의 이 책은 영화를 보고, 기록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우리의 일상이 영화 같다는 생각과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싶은 영화를 소개하면서 우리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전달한다.

나는, 영화를 거의 보지 않기 때문에 이 책에서 소개한 26개의 영화 중에서 딱 한 편, <원더>만 보았다. 책을 펼쳐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니,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 그렇지만 영화를 소재로 끌어왔다고 해서 영화를 위한 글은 아니었다. '나'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내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책이었다.

"나는 홀로 보내는 시간이 전혀 외롭지 않은데, 너무나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내게는 솔로로 살아갈 권리가 있는데, 왜 타인에 의해 멋대로 재단돼야 하나."(p.48)

결혼도 '나의 선택'일 뿐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고, 내 아이가 어른이 되어도 나는 그렇게 이야기 해 줄 것이다. 외롭기 때문에 결혼을 한다는 것, 행복하기 위해 결혼해야 한다는 법이 그 어디에 있는가? 그것도 네가 할 수 있는 하나의 선택이야. 단, 그 선택에 의한 결과는 네 자신이 책임을 져야해.

"그럼 언제 놀아? 연오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연오가 또 때리고. 그럼 언제 놀아? 나 그냥 놀고 싶은데." (p.84)

'우리들'이라는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영화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이 장면을 보았었다. 그럼 언제 놀아? 나 그냥 놀고 싶은데. 싸워야 하고, 이겨야 하고, 이길 때까지 대립하면서 살기에는 내 인생이 너무 짧지 않은가? '관계'를 짓고, 만들고, 얽고, 풀어가는 것. 왜 그리 어려울까? 우리 그냥 놀자고!!

"사랑뿐 아니라 타인과 인연을 맺는 모든 관계에서 우리는 상대방이 내게 오롯이 집중해주길 바란다."(p.192)

사실 나에게 모든 것을 맞춰주고 집중해주는 상대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상대가 그렇게 해주기를 바란다면 나도 그렇게 해야 한다. 어느 순간 감정의 교류가 일어나고 관계를 만들어가는데 있어서 오롯이 나만을 바라봐주기를 바랄 수 없다는 것을 눈치채게 된다. 끝나버린 인연의 마지막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어떻게 보면,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은 특별한 순간이기도 하지만, 가장 보통의 순간이기도 하다. 우리의 삶이 바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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