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은 길을 만들고 밥은 마을을 만든다 - 문명기행
권삼윤 지음 / 이가서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이 글은 20년 넘게 60여 개국을 여행하며 눈으로 보고 머리로 생각한 것들을 정리한 이른바 '나의 세계비교문화론'(p.9)이라는 말이 딱 맞는, 그야말로, 저자 권삼윤씨의 세계비교문화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객관적인 문명비교서가 아니라 지극히 주관적이고, 그래서 개인의 감정이 더 많이 실렸으며, 어딘지 저자의 생각이 한쪽으로 치우쳐 거기에 맞춰진듯한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이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읽어야한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다. 저자 스스로도 이것은 본격적인 학술서가 아니(p.12)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 책에서는 동양과 서양을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르게 나누고 있다. 물이 풍부한 곳이 동양이고, 그것이 넉넉지 않은 곳이 서양이(p.11)라는 뜻으로 책에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저자는 빵과 밥으로 이루어진 문명을 이야기하기 위해 동양과 서양을 '물'로 나누었고 동양은 '밥'을 서양은 '빵'으로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동양과 서양을 모두 아우르는 문명관이라기보다는 한국(물론 중국이나 인도같은 나라도 다루고 있지만)과 그외 몇몇 서양국가들의 이야기처럼 보여진다.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려고 마음먹은 이유기도 하다. 예전에 '빵의 역사'라는 책을 읽은 적도 있고, 개인적으로는 빵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빵과 밥이 도대체 어떻게 문명을 결정한다는 말일까? 궁금했다.

그러나 책을 읽는 과정에서 빵과 밥, 밀과 쌀, 유목민족과 농경민족, 건조기후와 몬순기후로 생각을 확대해나가다 보면 결국은 문명은 물에 의해서 나눠진 것이라는 데까지 이르게 된다. 이 책은 가장 큰 단위를 버리고 가장 작은 단위인 빵과 밥으로 두 문명을 이야기하는 형식인 것이다. 그러나 이 재미있는 발상은, 뒤로 갈수록 약간의 문제점을 보이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억지로 빵과 밥에 끼워맞춘 것 같은 부분이 심심찮게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밥과 빵이라는 주식의 차이가 도시와 가옥의 구조는 물론 사고방식과 언어, 예술의 표현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쳤음을 우리는 이미 확인했다(p.296)는 부분에 이르면, 이건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크게 보았을 때 물이 풍부한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의 차이때문에 그렇다고 한다면 모를까.

그러나 이 책이 아주 쓸모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주식인 밥과 빵이 인류의 생활에 미친 영향을 재미있게 풀고 있다. 더군다나 저자가 직접 발로 뛰고 보고 겪은 것이라 그 느낌은 더 생생하다. 문명보고서가 아니라 한편의 기행문으로 읽는다 해도 좋을 듯하다.

덧붙임 : 사진의 배열이나 사진 속 설명 등은 좀 투박하여 보기에 좋지는 않았다. 시각 이미지를 상당히 많이 싣고 있음에도 그 효과를 배가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감소시키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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