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치는 강가에서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온다 리쿠의 책으로서는 이 책이 네 번째 읽는 책이다. 그 네 번의 독서가 최근 1-2주일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다. 처음 온다 리쿠의 책을 읽은 후 다른 작품도 읽고 싶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읽게 되었다.


[굽이치는 강가에서]를 다 읽은 다음, 독자서평을 훑어보았다. 극과 극을 달리는 서평들. 아주 재미있었다와 아주 꽝~이었다는 서평들이 의미하는 바를 알 것 같았다. 혹시 이 책을 온다 리쿠의 책 중에서 가장 먼저, 혹은 두 번째 정도로 선택하는 독자라면 강하게 추천해주겠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온다 리쿠의 책을 읽었다면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작가 소개를 보니 온다 리쿠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100권에 육박하는 소설을 썼다고 한다. 우리에게 소개된 책이 10여 권이니 그 많은 소설 중에서도 잘 나가는 소설만 모아 번역된 것이겠지? 그러면 그 한권 한권이 그만큼 독자의 구미에 맞는 소설일 것이다. 그러니 온다 리쿠의 책 중에서 처음 선택한 책은 어느 책이든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온다 리쿠의 책을 두 권 세 권 읽다 보면 인물의 전형성이나 사건의 흐름, 책 전체의 구성 등이 비슷비슷함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실망을 느낄 수 있다. 바로 독자 서평이 극과 극을 이루는 이유라 생각된다.


[굽이치는 강가에서]도 온다 리쿠식의 이야기를 별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소녀, 미소년들이 주인공이고, 그들의 과거의 기억과 그 과거를 들춰냄으로써 사건이 전개된다. 과거 의 어느 날을 기억의 저쪽에서부터 끌고 나온 사건은 등장인물들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사건으로 기억 속에서 지워가고 있던 인물에게 그 기억을 환기시켜 주고, 그것을 다시 기억해 내는 동안 어디선가 보았던 것 같은 기시감은 종종 나타난다. 그로 인한 불안, 뭔지 모를 어색함 이런 것들이 주인공들을 옥죄어가는 동안 모든 걸 알고 있는 당사자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을 뿐이다.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들이 사건을 풀어감으로써 성장하거나, 죽음으로써 비밀을 안고 사라진다.


이 책은 인물의 전형성과 사건이 드러나는 패턴이 다른 책과 별다를 바 없다. 게다가 4명의 화자의 시선이 사건을 이야기하는 구조도 그다지 신선해보이지는 않는다. 단, 그들 4명의 화자를 통해 각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6명 중 4명, 그러니까 소녀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는 전개되고 있다. 나는 사실, 남자아이들, 두 명의 미소년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듣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또 다른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온다 리쿠의 소설이 다른 이야기로 가지를 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이야기고 보면, 마리코만 알고 있는 -알고 보면 독자인 우리도 알고 있는- 비밀은 또 다른 이야기로 재생산되지 말란 법이 있을까? 변해버린 마리코라면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제삼자로 이야기에 끼어든 마오코는 그다지 중요해보이지 않는다.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인 마오코를 등장시켜 사건이 마무리되었음을 확신하게 하는데 필요했을 뿐이다. 그래서 그녀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장이 필요했던 것이고. 결국 가스미는 마리코에게 이야기하면서 독자인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지금 하는 이야기는 너만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나는 어릴 때 하이틴 로맨스나 할리퀸 로맨스 같은 책을 제법 읽었다. 그 시리즈들의 특징은 가난한 여자와 부자 남자가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같은 아주 뻔한 스토리지만 계속 읽게 하는 힘이 있었다. 게다가 몇 권 읽다보면 어떤 책은 서두만 보고도 결말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전형적인 이야기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책은 소녀들에게는 제법 인기 있는 시리즈였는데, 아마 온다 리쿠의 책도 그럴 것 같다. 혹시 그런 로맨스 시리즈와 온다 리쿠의 책을 같은 선상에 놓는다고 불평할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인 의견이니 이해해 달라. 전형적인 틀을 가지고 있는 온다 리쿠의 책이지만, 내용이 뻔한 로맨스시리즈나 텔레비전 드라마도 계속 보듯이 그렇게 계속 읽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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