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세의 과거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12월

그랬다. 내가 아주 재미있었다고 생각했던 [황혼녘 백합의 뼈]에 대해 전작을 읽은이들의 평가가 왜 그랬는지 이제야 알겠다. 나는 온다 리쿠의 소설 중 첫 작품으로 [환혼녘~]을 읽었기 때문에 아주 재미있었고 전작들에 대한 궁금증에 충동구매를 할 정도였는데, 다른 이들의 평가는 전작에 비해 조금 모자란다는 이야기들이 제법 보였었다. 지금 이 책은 온다 리쿠의 책으로서는 세번째 읽는 책이다.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왜 그런 평가들이 나왔는지.. 미스터리라고 생각하면 이 책 [보리의 바다~]는 상당한 긴장감과 더불어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사건을 경험할 수 있다. [황혼녘~]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다. 리세라는 인물에 빠져들게 하는 힘도 상당히 강하다. 이 책 속 리세에 비하면 [황혼녘~]의 리세는 마치 주변인물처럼 느껴질 정도다.

물론, [보리의 바다~]는 온전히 리세에 대한 이야기니까 더욱 그럴수도 있겠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4부를 한권의 장편으로 만들어낸 작가의 솜씨에 혀를 내둘렀다. 이야기 속의 일부였을 때의 대사나 정황, 인물이 그대로 겹쳐 나타나고 있지만, 장편으로 변모하면서 인물의 역할이 달라지고 결말이 달라졌다. 그럼, 그래야지. 정말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물론 후반부에서 긴장감이 약간 떨어지는 느낌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정도는 봐줄만하다.

[황혼녘~]은 당연히 이 책보다 뒤에 나온 책이기 때문에 리세의 아버지에 대한 약간의 설명이 있다. 그러나, 나는 그 인물과 이 책 속의 인물을 연관시키지 못했다. 그냥 비슷한 인물이네 정도였다고나 할까? 온다 리쿠는 인물을 창조해내고 그 인물들을 재활용(?)하는데 꽤나 소질이 있는듯하다. 그래서 온다 리쿠의 다른 소설들을 읽는데 재미가 더해지는 듯하다.

물론, 미스터리나 추리물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인물의 성격이나 사건의 빈전에 있어서 기대에 못미쳤을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면 되지 않나? 재미있잖아. 약간의 의외성도 괜찮고. 전반적으로 뻔한 구성이 있으면 어떠하랴. 나같은 독자는 재미있어서 나머지 다른 책들도 얼른 읽고싶어하기도 하니까.

읽으면 읽을수록 수수께끼의 책 [삼월은 붉은 구렁을] - 온다 리쿠의 또다른 책 제목이 아닌 책속의 책-이 궁금해진다. 정말 그런 책이 존재한다면 꽤나 애간장을 녹일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