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 2007년 봄호 - 통권 4호
문학동네 편집부 엮음 / 문학동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1994년 겨울 문학계간지 "문학동네" 창간호를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오랜 전통있는 계간지들이 이미 자리잡고 있던 때에 새로운 계간지가 나타났다. 어떤 새로운 문학적 이념이나 논리를 표방하지 않으면서 젊은 문학인들의 새로운 시도나 모험을 대폭 수용한, 한마디로 젊은 문학계간지의 출현이었다. 특히 매호마다 젊은 작가 특집과 해외작가 소개는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고, 90년대 중후반에 활발한 작품활동을 별였던 국내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이었다. 기존의 계간지에 비해 분위기가 조금 가벼웠기에 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더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학계간지였기에, 지금까지도 애독을 하고 있다.



그런 '문학동네'에서 청소년 문예지를 발간한다고 했을 때 엄청 기대도 많이 했었는데,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었다. 통권 4호쯤 되면 기획의도나 편집구성에 있어서 어느 정도 평가가 이루어졌을 터이다. 마지막 페이지 out을 보면 터잡기는 제대로 한듯 보인다. 고정팬을 거느린 코너가 생겨났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그래서, 그런 인기코너를 먼저 살펴보았다.

[연애의 기초],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앙꼬의 청춘일기]..

[풋]에 대한 내 기대와 생각은 바로 여기서 어긋났다. 내가 기대한 코너는 이런 것이 아니었다. 지나치게 사변적이고, 지나치게 가벼운 코너...

다른 코너를 읽기 전에 나는 이 계간지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을 수정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그래, 이건, 청소년들의 생활을 청소년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거울이다. 라고...


나는 아마도 [풋]을 다른 책 - 지학사의 독서평설이나 창비의 어린이 같은 - 들처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페이지의 절반 이상을 문학에 할애하고 있으나 주변의 것에 더 시선을 뺏기는 잡지이다.


이번 봄호 특집은 [하지마]이다. 주제 하나 끝내준다. 청소년 시절, 왜 그리도 하지마란 것들이 많았던가? 하라는 것은 없고 하지 마란것만 가득하던 그때를 떠올리며 글을 읽었다. 그렇지만, 특집치고는 내용이 그다지 무게있어보이지 않는다. 무게없음. 가벼움이 이 문예지 [풋]의 성격인듯하다. 지나친 무거움은 경계의 대상이지만, 지나친 가벼움 또한 넘길 일은 아닌듯하다.


제1회 청소년 문학상 공모 당선작들을 보노라니, 여고시절, 나름대로는 글 한번 써보리라 깝죽대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뭐 얼마 못가 내길이 아님을 깨달았지만 말이다. 그 당시, 글깨나 쓴다던 친구들을 보면, 문학소녀...라는 이미지 그대로였다. 요즘은 어떨까? 그들의 글을 읽어보면, 그들은 이미 어른들의 세계를 그대로 닮아가고 있는 듯하다. 아니, 어쩌면, 심사위원들이, 어른들의 눈으로 작품을 골랐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청소년들의 글을 통해서 그들의 세계를 바라보는 진실된 내용도 보고 싶지만, 문학의 형식을 깨부수는 과감한 시도도 엿보고 싶었다. 너무나 안정적인 글들만 보아서 그런지 [풋]은 그냥 풋!이 될뻔 했다.


하이틴 잡지와 문학계간지의 중간에서 약간은 어정쩡해 보이는 이 잡지가 계속 살아남아 청소년들의 소중한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할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