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 크래커스
한나 틴티 지음, 권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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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결말을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책들을 만날 때마다 당황하곤 한다. 작가의 언어적 유희를 쫓아가기에도 바쁜 내가, 그 향연의 마지막을 스스로 메우기에는 내공이 부족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독서에 있어서도 약간은 수동적인 독자인 나에게는, 이번에 읽은 애니멀 크래커스 같은 류의 소설은 당혹감을 안겨주기에 딱 알맞은 책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애니멀 크래커스를 읽는 동안, 나는 섬뜻한 우리들의 자화상을 발견하곤 소름이 끼쳤다. 어찌 보면 동물학대(?)로까지 보이는 장면장면들이 우리 마음 속의 욕망을 그대로 까발려 보여준 것 같기도 하다. 동물들을 가장 잘 다룰 것 같은 사육사들도 그들의 비위를 살살 맞추며 그들의 공격성에 늘 두려워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커다란 코끼리의 발밑에 누워 그 발바닥의 감촉을 즐기기도 한다. 날지 못하는 토끼를 창문으로 던져버린 아이는 그것이 토끼에게 어떤 공포감을 주는지는 관심도 없다. 그 자신이 어쩌면, 날고 싶었는데, 그럴 용기가 없어 자신을 토끼에게 투영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상처입은 토끼를 꿰매주는 엄마의 행동도 그렇다. 커다란 보아뱀을 애완동물로 키우던 남자의 배신(?)에 그 뱀을 튀겨 먹임으로써 다시 자신을 되찾게 되는 여자도 이야기도, 모든 이야기들이 섬뜩하면서도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 슬픔이 묻어있다.

그저, 이 책이 엽기적인 동물학대에 머무르지 않은 것은, 우리의 가슴 속에 숨겨지고 억눌리고 분출되지 못해 꾸물대는 욕망들을 뼈아프게 드러내보여주기 때문일수도 있다. 또, 그럴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슬픔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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