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빨간 아이 빨간콩 그림책 1
에마뉘엘 트레데즈 지음, 아망딘 피우 그림, 김영신 옮김 / 빨간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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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빨간 아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나는 귀엽고 예쁜 아이를 상상했다. 그런데, 이 그림책 속 아이는 화가 나서 씩씩대는 통에 빨갛게 달아오른 녀석이었다. 표지를 보는데 숨이 턱 막혔다. 언젠가 길에서, 마트에서, 이웃에서 보았던 아이의 모습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 이웃에서는 우리집에 아이를 키운다는 사실을 잊을만큼 조용했다고들 말했다. 우리집 아이도 나의 성격을 닮은 것인지 큰소리 한 번 없이 키웠다. 큰 소리내며 울지도, 자기 고집을 내세우며 소위 뗑깡을 부리는 일도 없었다. 모든 아이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밥 먹을 때마다 전쟁을 치르는 엄마들 옆에서 조용히 각자의 밥을 먹는 우리 모녀의 모습을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기도 했었다.

 

이 볼 빨간 아이는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별 것도 아닌 일에 자꾸 화를 내고 돼지처럼 꽥꽥거리는 이 아이는 온갖 이유로 다 화가 난다고 말한다. 맛없는 강낭콩을 먹으라고 하는 것처럼 정말 별 것 아닌 일에도 화가 난다.

 

 

화가 나면, 가재처럼 얼굴이 빨개지고, 사람들을 꼬집기도 하고, 눈은 점점 빨개지거나 레이저를 쏘아대기도 한다. 이럴 때 보면 아이는 절대 귀여운 존재가 아니다. 주변에서 아무리 야단을 친들 그 소리가 귀에 들어갈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이 아이 자신도 그런 모습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화를 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보면서 끔찍하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화가 나면, 눈에서 쏘는 레이저로도 모자랄 때가 있다. 그때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자기가 왜 화가 났었는지 이유도 잊어버리고 그저 목이 쉴 때까지 소리를 지른다. 이 부분을 읽어보면 아이가 스스로 그렇게 한다고 이야기하는 형식이지만, 아마도 실제로 본인은 잘 모를거다. 울다가 소리지르다가 나중에 제 풀에 숨이 넘어가는 모습. 시간이 흐를수록 나쁘고 못된 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도 만든다. 그림책에서는 "그런 말을 하고 싶지 않지만 나도 모르게 그런 말들이 입에서 튀어나와"라고 말한다.

 

화가 난다고 발을 구르고 고함을 지르고 손에 잡히는 대로 부수고 던지는 아이를 보면, '아이'라는 이유로 이해해야하는지 갑갑할 때가 많다. 세상 모든 아이들이 큰 소리 없이 조용하게 커가는 것이 아닌 것처럼 세상 모든 아이들이 볼 빨간 아이처럼 막무가내이지도 않다. 이 아이는 화를 내고 나면 마음이 풀리면서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화를 푸는 방법으로 남에게 민폐를 끼치고, 부모를 당황하게 하고, 비사회적인 행동을 하는 아이를 그대로 두어야 할까?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이 아이에게 우리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화를 잘 내는 아이들과 이 그림책을 함께 읽는다면, 화를 내고 난 후에 자신의 마음이 어떠했는지, 이 아이처럼 부끄럽고 창피한 기분이 들었는지, 화를 내고 나니 속이 후련해졌는지 이야기를 나눠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 그림책에서는 아이의 마음을 대변함으로써 화를 내는 것이 옳은 행동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주변 어른들이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지 않고, 자기 스스로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다.

 

나는 솔직히 이 아이가 스스로 창피함을 알게 됨으로써 이 행동을 고칠 수 있을까 의문스럽기도 하다. 우리 주변에서 이런 아이들을 만나면 부모가 아닌 이상 간섭을 하기도 어렵고, 부모들도 그 행동을 바로잡아주지 않음을 많이 본다. 스스로 그런 행동이 옳지 않음을, 창피한 일임을 아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스스로 그렇게 생각할 수 없으니까 이런 그림책이 아이의 마음을 대신 전달해주는 것이 아닐까.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 우는 것은 예쁜 행동이 아님을, 창피한 일임을 알려주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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