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송이 붉은 연꽃 샘깊은 오늘고전 3
허난설헌 지음, 이경혜 엮음, 윤석남.윤기언 그림 / 알마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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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을 알고 있는가? 학교 다닐 때 다들 한번씩은 들어봤음직한 이름이고, 허균의 누이로도 잘 알려진 인물이 허난설헌이다. 한국역사에서 이름난 여성이라 하면 의례 신사임당이나 황진이 정도만 떠올리는 우리에게 허난설헌은 가깝지도,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인물이다. 그러한 허난설헌을 다시 되살려낸 책이 바로 이 책 [스물일곱 송이 붉은 연꽃]이다.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기는 그리 녹녹치 않다. 그것은 과거나 현재나 마찬가지다. 특히 조선시대의 여성의 삶은 더더욱 그러했던 듯 하다. 우리가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서 신사임당을 기억하거나, 화담 서경덕과의 일화로 더 잘 알려진 황진이와 마찬가지로 허난설헌 역시 허균의 누이로 기억하는 이가 더 많다는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같은 이유일 것이다. 남자보다 뛰어난 재주를 가졌지만, 그 재주로 인하여 오히려 불행하게 살다 간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 책에서는 허난설헌의 사람과 문학을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대상을 굳이 청소년으로 한정하지 않더라도, 허난설헌의 한시를 이해하기 어려운 어른들이 많을 터이므로 이 책을 성인들이 읽어도 될 책이라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물론 전체적인 설명투의 문장이 청소년용임을 표방하고잇긴 하지만 말이다.

자, 또 한가지, 이 책을 읽기 전에 맨 앞장에 있는 [일러두기]는 꼭 읽기 바란다. 이 책 속의 시는 허난설헌의 한시를 요즘 청소년들이 읽기 쉽게 번안했음을 알려두고 있는데, 굳이 딴지를 걸려는 사람이 있을까 노파심에 [일러두기]를 꼭 읽어두기를 바란다.

한시(漢詩)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 아니라면, 한시를 읽어도 어떤 감흥을 느끼기가 어렵다. 그것은 특히 요즘 젊은이들처럼 한자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더욱 그러하다. 이 책에서는, 다행히도(??) 이경혜씨가 한시를 아주 멋들어지게 번안해놓았다. 그래서 이 시를 쓸 당시의 허난설헌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더욱 쉽게 다가설 수 있다. 한시는 우리문학이기는 하지만, 한글세대인 젊은이들에게는 한시 역시 외국문학과 다를 바 없이 느껴질 것이다. 따라서 한시를 풀어쓰는 것 역시 새로운 문학의 재창조라고도 할 수 있는 문학번역과 같이 생각해야한다. 그래서일까? 이경혜씨가 재창조해낸 허난설헌의 시가 쏙쏙 마음에 와닿는 것에 안도감마저 느꼈다. 어설픈 번역이야말로 오히려 그것에서 멀어지게 하는 계기마저 되어버리니까 말이다.

허난설헌, 그녀의 삶이 스물일곱의 나이에 끝나버렸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언이라도 한듯한 -꿈에 본 것을 적다- 시를 읽으니 가슴 한켠이 씁쓸해진다. 스물일곱해를 살다간 그녀의 삶이 결코 아름답기만 햇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더욱 그러하다. 뛰어난 재주를 칭송받아 마땅하지만 오히려 더 외롭게 살다간 - 부부의 정도 그러하고 자식과의 인연도 그러하다 - 허난설헌.

그리고 여기에 더해 윤석남 윤기언의 작품은 문학과 더불어 미술 영역으로까지 확대된 허난설헌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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