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인지 아닌지 생각하는 고기오 샘터어린이문고 55
임고을 지음, 김효연 그림 / 샘터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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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보고 빵 터졌던 책.

고기오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는 '무언가'이다. 그는 자기가 닭인지 아닌지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왜냐하면 아무도 그를 닭이라고 불러주지 않았고, 닭들과 함께 생활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다.

 

고기오는 기러기가 가르쳐 준대로 닭들을 찾아왔다. 고기오보다 아주 작고, 날지도 않는 것이 이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러모로 보아 자기와 똑 닮은것 같아서 고민 중이다. 숨어서 지켜보던 고기오는 닭에게 발각되어 그들 앞에 나선다. 그렇지만 아무도 그를 닭이라고 불러주지 않는다. 고기오는 '용기있는 닭'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이 누구인지 찾고 싶어한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는 그가 '닭'이라고 생각하며 읽을까? 나는 처음에 책을 읽으면서 고기오는 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특히 고기오가 날 수 있다는 사실때문에 '고기오는 닭이 아니고 다른 동물'이 아닐까 생각했던 것이다. 아침에 해가 뜨면 다른 닭들처럼 목청껏 외치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이곳에서 고기오는 '닭'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 작은 닭들은 고기오를 좀처럼 닭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몸집도 크고 목소리도 크고 힘도 무지 세 보이는 고기오를 닭으로 인정하기도 그러지 않을수도 없는 상황에서(왜냐하면 닭들이 다칠 수도 있을만큼 위협적이라 여겼으니까) 함부로 결단을 내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 중에 대장 꼬끼요의 딸 '꼬꼬댁'은 '닭인지 아닌지 구분할 방법'에 대해 함께 토론을 하자고 한다.

 

닭들은 고기오의 행동 하나하나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본다. 자신들은 한 번도 닭이 되고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이토록 닭이 되기를 원하는 '고기오'가 놀랍기만 했다. 어쩌면 이 닭들은 지금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공간에서,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한국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나는 '한국인'이라고 증명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이 곳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어떻게 하는가? '김치'를 좋아하느냐? 는 질문은 이제 식상할 정도이다. 한국에서 살려면 김치 정도는 먹어야 한다는 이상한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정작 자신의 아이는 김치를 먹지 않는데 말이다. 그리고 한국말도 할 줄 알아야 한단다. 이건 살다보면 필요에 의해 익힐 수 밖에 없는 것이긴 하지만, 우리와 피부색이 많이(?) 다르거나 동남아시아나 중앙아시아 같온 곳에서 온 이들에게 특히 엄격하게 요구하는 것이다.

세계는 지금 누구나 오고 갈 수 있고 거주할 수 있다. 그들의 모습이 우리와 다르다고 해서, 피부색이 다르다고 해서, 김치를 먹지 않고 한국어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인간'이 아닌 것은아니기 때문이다. 작은 닭들이 '고기오'를 보며 하는 이야기들이 우리의 모습과 똑같다. 아주 어린 꼬꼬꼬는 아직 그런 선입견을 잘 모르기도 하고, 울음소리가 작고 몸이 약해서 늘 놀림을 받은 터라 '고기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최적의 존재였다.

"왜 닭이 되려고 해요?"

"닭이 되려는 거 아닌데. 내가 그냥 닭이면 좋겠는데."

 

고기오는 때로는 타조가, 때로는 두더지가 되어 살았다. 펭귄도, 기러기도 된 적이 있다. 무언가에 소속하지 않고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고기오는 어떻게 해야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고기오는 진짜 '닭'이고 싶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꼬꼬댁'을 구해주면서 '닭'으로 인정을 받게 된다. 물론 닭들이 고기오가 진짜 닭이 되기 위해서는 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만족시키기 위해 모두 나는 연습을 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왜 남과 조금만 달라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일까? 굳이 닭들이 나는 연습을 하면서 그와 같아질 이유는 무엇일까? 똑같아진다는 것만이 존재를 증명하는 것일까? 고기오를 찾아 온 두더지들과 나누는 대화를 읽다보면 , 완전히 다른 종과도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때로는 오해도 하고 서로 자기 이익을 좇긴 하지만, 우리는 두더지처럼 생겼거나 닭처럼 생겼거나 상관없이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다.

 

고기오는 자기가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수없이 질문을 하고,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였다.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이방인의 존재가 낯설 수 밖에 없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조금 달라도 그들과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혹시 나는 누군가를 배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와 조금 다르다고 무시하거나 미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더 생각해볼 수 있었다.

초등학생에게 적당한 이야기라고 생각되지만, 어른들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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