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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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 에디션으로 구입한 책이라 책 표지가 인터넷 정보와는 다르다. 예약 판매할 때 구입하고, 지난 주 서울 올라가는 기차에서 오고 가며 읽었다. 잠시 내가 있는 곳을 떠나 하루를 보내고 온 그날의 일정도 여행이라면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차가 출발하자, 나는 커피 한 잔과 함께 이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그는 나를 2005년 12월의 어느날, 상하이 푸동공항으로 데려갔다. '추방과 멀미'에서 작가는 '중국'을 방문하며 겪은 에피소드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기에 신선하게 다가왔다. 작가와 같은 연배의 내 대학 선배도 같은 이유로 중국을 다녀왔고, 그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같은 이야기인데도 역시 어떻게 전달하는가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같은 여행이라도 각자가 보고 듣고 느낀 게 따로 있기 때문이다.

"자기 여행을 소재로 뭔가를 쓰고 싶다면 밑에서부터 주문해보는 게 좋을 것이다. 때론 동행 중에서 따라 시키는 사람이 생기고, 그 인상적인 실패 경험에 대해 두고두고 이야기하게 될 것이고 누군가는 그걸 글로 쓸 것이다. 대부분의 여행기는 작가가 겪는 이런저런 실패담으로 구성되어 있다. 계획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성취하고 오는 그런 여행기가 있다면 아마 나는 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재미가 없을 것이다." (p.18)

작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며 읽어간다.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에서 작가는 "나는 호텔이 좋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행지가 정해지면, 제일 먼저 교통편을 알아보고 그 다음엔 숙박을 정한다. 나는 길게 떠날 수 있는 여유가 아직은 없어서 짧게 짧게 다니는 편이고 아직은 어린 아이와 함께 동행하기 때문에 '호텔'을 선호한다. 작가는 모르는 이들로부터 거부당하지 않고 안전함을 느끼는 순간을 그리워하는 자신의 경험이 호텔이라는 장소로 이끈다고 말한다. 또한 잠깐 머무는 호텔에서는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다(p.65).

책을 읽는 동안 기차는 동대구를 지나 대전을 향하고 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가는 동안 나는 작가의 이야기에 계속 빠져있을 것이다. '여행'이라는 소재를 가져왔지만 궁극적으로는 '작가'와 '소설쓰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에서 프랑스 철학자 피에르 바야르의 이야기를 빌어 '비여행' 또는 '탈여행'에 대해 이야기한다.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때마침 며칠 전에 읽었는데 이 책에 등장하니 반가웠다. 그가 말하는 비여행, 탈여행이 어떤 것을 말할 지 살짝 짐작이 가는 것이다. 김영하 작가는 <알쓸신잡>을 '탈여행'이라고 보았다. 믿을 만한 정보원을 시켜 여행을 대신하게 하는 것이다.(p.113) "내가 직접 경험한 여행에 비여행, 탈여행이 모두 더해져 비로소 하나의 여행 경험이 완성되는 것이다.(p.117)

'노바디의 여행'에서는 작가가 작가가 된 후의 마음을 보여준다. "여행을 거듭하면서 나는 알게 되었다. 작가는 '주로 어떤 글을 쓰'는지를 굳이 설명해줄 필요가 없는 이들, 즉 그 글을 읽은, 다시 말해 독자에게만 작가라는 것을." (p.168) 작가는 '여행'이 '소설'과 많이 닮아있다고 말한다. 이주와 여행의 관계는 현실과 소설의 관계와 같고, 여행과 소설이 우리를 집중시키는 면이 같다. 그리고 분명한 시작과 끝이 있다는 점에서도 닮았다. 인간이 여행을 꿈꾸듯 독자는 매번 새로운 소설을 찾아읽는 이유와도 같다.

서울역에 도착했을 즈음에 나는 책을 덮었다. 자를 대고 밑줄도 그었다. 여행도 좋아하고 책 읽는 것도 좋아하는 나에게 이 책은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김영하 작가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준 덕에 책을 읽는 내내 그의 목소리로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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