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전에 읽은 소설이어서, 내용을 다 기억하고 있는 줄 알았다. 이번에 독서동아리에서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로 하고 다시 읽다 보니 이렇게 낯설수가. 어쨌든 처음 이 책을 읽었던 그때와 지금의 나 사이에 간극이 꽤 커져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자 노인은 광장 한구석, 빨간 손수레를 끌고 다니는 팝콘 장수를 가리켰다. "저 사람도 어릴 때 떠돌아다니기를 소망했지. 하지만 팝콘 손수레를 하나 사서 몇 년 동안은 돈을 버는 게 좋겠다고 결심한 모양이야. 좀더 나이가 들면 한 달 정도 아프리카를 여행하게 되겠지. 어리석게도 사람에게는 꿈꾸는 것을 실현할 능력이 있음을 알지 못한 거야."
"저 사람은 차라리 양치기가 되는 길을 선택해야 했어요."
산티아고가 소리 높여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저 사람도 그 생각을 했었다네. 하지만 팝콘 장수가 양치기보다는 남보기 근사하다고 생각한 거지. 양치기들은 별을 보며 자야 하지만, 팝콘 장수는 자기 집 지붕 아래 잠들 수 있잖아. 또 사람들도 딸을 양치기보다는 팝콘 장수와 결혼시키려 하지."
노인이 말했다.
가게 주인의 딸을 떠올린 산티아고의 가슴 한켠이 쓰려왔다. 그녀가 사는 곳에도 팝콘장수는 있을 것이다.
"결국, 자아의 신화보다는 남들이 팝콘 장수와 양치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어버린 거지."
노인은 책장을 넘기고는 아주 맛있게 한 페이지를 읽었다. 산티아고는 잠시 기다렸다가 노인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에 책을 읽고 있는 그에게 노인이 말을 걸어왔던 것처럼.
"왜 제게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거죠?"
"자네가 자아의 신화를 위해 살려고 하기 때문일세. 그런데 지금 자네는 포기하려 하고 있어."
p.4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