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돼지야 그림책이 참 좋아 51
신민재 지음 / 책읽는곰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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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나 자매가 있다면 어린 시절 한번쯤은 겪어봤음직한 상황이다. 이 그림책은 동생의 입장에서 본다면 공감도 하고, 통쾌하기도 한 내용이다. 언니 입장에서 보자면 좀 억울할 수도 있다. 개인적인 경험이긴 하지만, 나도 이들 자매와 같은 어린 시절을 보내었다. 그 시절 사진을 보면, 언니인 나는 드레스에, 한복에, 예쁜 머리방울에, 한껏 꾸민 모습이지만, 동생은 트레이닝복에, 짧은 커트 머리를 하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이 그림책 표지를 보자. 왼편에 보이는 언니는 공주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오른편에 보이는 동생은 짧은 머리에 남자 아이같은 모습이다. 부모님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생활은 그들의 외모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상황에 늘 처하곤 한다.

 

 

 

굳이 부모님이 두 딸을 차별하였다기보다 두 아이의 성향이 달랐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동생의 눈에 인기가 많은 언니가 못마땅하기만 하다. 왜냐하면 언니는 착한 공주님이 아니라 그저 공주인 척하는 공주병인데 사람들이 몰라주는 것이 속상하다. 나는 언니의 뒷모습을 알고 있다. 얼마나 더럽고 치사한지!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모른다. 어른들은 야무진 언니를 보고 배우라고 하고, 친구들은 예쁜 언니가 있어서 부럽단다.

 

 

언니 미워, 바보, 똥개, 코딱지, 꺼져, 세상에서 제일 미워, 언니 바보, 언니 돼지, 방구쟁이, 발고락, 바퀴벌레, 진짜 미워~~~ 그러던 어느날 언니는 반 아이들 앞에서 내 별명을 불러서 나를 더 화나게 만든다. 어떻게 하면 언니를 골탕먹일 수 있을까? 고민하는 나의 앞에 못 보던 젤리가게가 눈에 띈다. 그곳에는 본모습이 드러나는 젤리가 있다. 자, 이제 언니는 어떻게 될까?
언니는 내가 생각했던대로 돼지로 변해버렸다. 돼지가 된 언니를 내보내고 나는 나만의 자유를 누린다. 그동안 언니때문에 하지 못했던 것을 다 해본다. 신나고 즐겁지만, 엄마가 올 시간이 되자 언니가 걱정이 된다.

 
형제 자매, 가족이란 것이 희안한 것이어서 죽일듯이 달라들며 싸워대다가도 언제 그랬냐는듯이 한편을 먹게 된다. 미워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가족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무시하거나 괴롭힐 때는 가족 편을 들게 된다. 속으로는 저 사람이 내 가족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도 막상 남인 척 하고 싶을 때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게 가족이다. 그래서 그림책 속 나는 언니를 찾아헤맨다. 겨우 다시 찾은 언니.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그림책을 보고 확인해보길. 

 

 

동생 앞에서 꼼짝 못하는 언니의 모습과, 코끝에 손을 대고 꿀꿀 소리를 내며 놀리고 있는 동생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온다.

우리집 아이는 혼자 크는 아이이다. 형제, 자매가 없어서 집에서 이런 험한(^^) 꼴을 당할 일은 없다. 할머니는 아직도 '동생'을 원하지만, 아이도 동생이 생기는 걸 원치 않는다. 동생이 있는 주변 친구들이 동생때문에 불편한 점만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남들 다 필요없다. 내 형제가 최고라고 말하지만 때로는 형제도 남이면 좋을 때가 많다. 남의 집 아이도 아니고 내 형제 자매와 비교될 때는 더 처참한 기분이 들곤한다. 그래서 이 그림책을 보면서 언니가 돼지로 변하는 것이 통쾌하게 여겨질 수 있다. 그렇다면, 언니는 불만이 없을까?

 

우리는 늘 역지사지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자신의 일이 되면 그렇게 하지 못한다. 이 그림책의 맨 마지막 장면은, 언니가 젤리가게 앞에 서 있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그래서 나는 이 그림책이 형제자매 간의 우애를 그린 그림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중성을 갖고 있다. 내면의 모습과 드러나는 모습이 일치하지는 않는다. 어떤 상황에 처하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이 발현되곤 한다. 언니한테 무조건 당하는 것만 같았던 동생의 본 모습은 무엇일까? 한번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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