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지식은 내 친구 16
호시노 미치오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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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장출판사의 지식은 내친구 16권. 표지의 첫느낌이 전집 나오는 출판사의 자연관찰책 같아서 조금 아쉽다. 글과 사진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편집을 했겠지만, 이 역시도 8~90년대 책 같은 점은 많이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시노 미치오의 사진에 관심이 있다면 펼쳐보길 권한다.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서는 초등3~4학년용으로 검색이 되는데, 알래스카의 자연에 관심이 있다면 어른들이 보기에도 괜찮다. 왜냐하면 '글'과 함께 사진을 보노라면 권장연령이라는 것이 의미 없이 느껴진다. 솔직하게는 불곰과 연어 사진은 초등학생들의 관심을 끌지 모르겠으나 나머지 다른 사진은 좀 어렵게 여겨진다.
 
호시노 미치오는 알래스카의 자연을 촬영한 세계적인 야생사진가이다. 저서로는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알래스카 극북·생명의 지도』, 『이누이트-생명』, 『노던라이츠』, 『여행하는 나무』 등이 있으며, 쿠릴 호반에서 불곰의 습격으로 43세에 사망하였다. 

 

짙은 안개에 싸여 있는 아침바다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한다. 카약의 노를 저어 들어간 곳은 남알래스카에서 캐나다까지 펼쳐진 원시림의 세계이다. 안개는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며 숲의 나무들 사이를 움직인다. 카약의 노를 저어 도착한 기슭에는 숲이 있다. 이끼옷을 입은 듯 갖가지 지의류를 가지 밑으로 늘어뜨린 나무들이 가득하다. 그곳에는 그는 곰의 발자국을 발견한다.

 

언젠가 알래스카의 불곰을 다룬 사진과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애니메이션화된 곰의 이미지로 인해 우리는 곰을 무서운 존재로 여기지 않게 된 것 같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은 자신만의 삶의 방식이 있고 그 방식대로 살아간다.

작가는 곰의 길을 따라 숲으로 들어간다. 길에는 곰의 똥이 떨어져있다. 놀랍게도 똥에서 흰 버섯이 수북이 자라고 있다.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자연의 위대함이다. 엄청난 연어떼들은 알을 낳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오른다. 그리고 그곳에는 흑곰을 만난다.
 
연어로 가득한 강가에는 흑곰들이 몰려와 사냥을 하고 연어를 먹는다. 작가는 그들을 의식하지 못한 채 연어들을 보고 있었지만, 이미 그곳은 흑곰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알을 낳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온 연어들과 그 연어를 먹으러 오는 흑곰들. 흑곰들이 먹고 버린 연어들은 또다시 숲의 양분이 되어 숲을 이룬다. 이곳에서 필요없는 존재란 없다. 언젠가는 흔적없이 사라질 쓰러진 통나무도, 곰이 먹다 버린 연어도, 그들의 배설물까지도 자연의 일부가 되어 숲을 이룬다.

 

이 자연 곁에 인간의 흔적이 있다. 지금은 오래되고 썩어가고 있지만, 한때는 인간들의 이야기로 아로새겨져 마을에 세워졌던 토템들이 자연의 일부가 되어가는 중이다. 100년 전, 인디언들이 살았던 이 곳에 더는 토템이 세워지지는 않는다. 토템이 세줘진 그곳에 이제는 인간이 사라지고 다시 자연이 자리를 잡는 중이다. 언젠가는 토템기둥도 다른 모든 것들이 그러했듯이 사라질 것이다.

 

숲을 나와 다시 카약을 타고 바다로 나가는 작가는 아득한 옛날의 인디언이 된 기분이다. 오래되고 길조차 없을 것 같은 숲 속에, 곰들이 만든 길이 있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생명이 있다. 인간이 사라지고 자연이 주인이 되어 살아있는 그곳을 사진과 글로 잔잔하게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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