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날
에르베 바쟁 / 시공사 / 1996년 5월
평점 :
절판




제목 : 아홉 번째 날Le neuvieme jour
저자 : 에르베 바쟁
역자 : 김현아
출판 : 시공사
작성 : 2004. 9. 20.


   하느님은 육일만에 세상을 창조하시고,
   일곱 번째 날에는 쉬셨으며,
   여덟 번째 날에는 아담과 이브를 낙원에서 추방하셨다.
   아홉 번째 날을 살고 있는 우리 인간들,
   우리는 지금 창조주의 자리에 앉아 모든 생명체를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아홉 번째 날 책 표지 中


   9, 10월 외박 때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가 혹시 있을까하는 기대감으로 헌책방에 갔었습니다. 하지만 01, 02. 03을 앞서 운 좋게 헌책방에서 구할 수 있었을 뿐, 그 이후의 것은 2시간을 뒤지고 있어도 나오질 않더군요. 그러던 도중 '아홉 번째 날'이라는 하드커버의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홉이라. 아홉이라 하니 다이어리 한구석에 작게 메모했던 것이 있어 여기에 적어봅니다.
   「세상에는 숫자數字를 무서워하는 습관이 있어 우리 조선에서는 석 삼三자와 아홉 구九자를 몹시 무서워한다. 석 삼 자는 귀신이 붙은 자라 해서 몹시 꺼려하며 아홉 구 자, 즉 셋을 세 번 곱한 자는 그 석 삼 자를 곱한 자로 더 무서워한다. ― 나도향 꿈」
   이런 식으로 아홉이라는 것이 머리 속에 있다보니 그만 충동적으로 책을 사버리게 되었군요. 그럼 '아홉 번째 날'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지친 안색. 야윈 모습의 40대의 남자. 에릭이라 불린 남자가 유서가 담긴 봉투를 공증인에게 넘기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마치 과거를 회상하는 듯 전개되는 내용. 에릭―알롬 박사라고 불리기도 하는 그는 바이러스와 그것의 백신에 대해 연구해온 사람입니다. 어느 날 세상을 발칵 뒤집는 바이러스가 출연하게되고 그는 갑자기 명성을 얻기 시작합니다. 그 바이러스의 이름은 슈퍼인플루엔자. 일반적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는 달리 전염속도가 빠르며 살상률이 높으며, 종례의 인플루엔자 백신으로는 치료 불가능. 하지만 에릭은 그 바이러스를 오랜 기간 대비해 왔기에 누구보다도 그 백신을 먼저 만들게 됩니다. 하지만 완벽한 백신이 만들어지기 이전까지 많은 사상자의 발생으로 그는 명성과 동시에 광적으로 변하는 사람들로 인해 언제나 마음이 아픕니다.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몸에 백신과 바이러스를 실험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완벽한 백신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알게 됩니다. 실종된 파트너를 찾던 도중 알게된 사실. 그것으로 그는 고뇌에 휩싸이게 됩니다. 또한 그는 시한부 인생의 판정을 받게 되는데…….


   자신이 우려하던 걱정이 현실화됩니다 그 악몽을 대비해 연구를 해왔고, 그렇기에 그는 악몽에 정면대결을 펼칩니다. 수많은 희생이 있었고, 마침내 그는 승리합니다. 하지만 악몽의 시작의 진실을 알게되고 자신 또한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묵묵히 받아들입니다. 마치 인과응보라도 되는 양…….


   조용하게―그렇다고 평범하게만 살았던 것은 아니지만―살고 있던 사람이 특수한 경우 속에서 마법사 또는 신이 되어버린 이야기. 명성. 어떤 이들은 명성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 작품 속의 주인공은 명성의 무서움에 치를 떱니다. 극과 극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이 있듯, 그는 시간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과 관심에 무서움을 느끼게 되지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이전까지 메디컬 소설이나 SF소설에서 생각하던 것들이 떠올랐습니다. 인류는 좀더 편하고 안전하게 살고자 노력합니다. 각종질병은 백신을, 노동은 기계를, 그 밖의 인류를 위한 수많은 문명들. 하지만 그런 막연히 안일하게된 편안함이 더욱더 큰 시련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요?

   세상에는 우연은 없다고들 합니다. 우연의 모습을 빌린 필연만이 있다고들 합니다, 물론 저도 그 말을 좋아합니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 이 작품의 주인공은 우연적으로 자신이 개발하던 백신의 바이러스와 맞대결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 경악하게 되지요.

   완벽해야만 하는 일이었지만, 완벽하지 못한 부주의로 불러들인 재앙. 예방하기 위한 계획이 앞서 현실로 등장. 닭이 먼저인가 알이 먼저인가라는 논리를 떠올리는 상황의 연출. 하핫. 제 감상문을 읽는 여러분께 묻습니다. 혹시 인생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으십니까? 미래를 알 수 없다고는 하지만 주위의 모든 어떤 현상들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며 지내시지는 않습니까? 마치 이 모든 것이 영원히 반복될 것이라 믿으면서 살고 있듯이요.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일들이 어느 한순간 당연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 저는 그 순간이 너무 무섭습니다. 모든 것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치 맙시다. 하늘이 무너질까 밖에 못 나가는 것과 구더기 무서워 당 못 담그는 일은 너무 오버된 일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삶에 만일의 경우는 생각하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완벽'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이 작품을 읽고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자만의 모습으로 신이 되려는 인간들.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의 신화가 현실화되질 않기를 기원하며, 자전적 소설의 감상을 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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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포인트 : 디지팩 한정판
공수창 감독, 감우성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제목 : 알 포인트R-Point
감독 : 공수창
주연 : 감우성, 손병호, 오태경, 박원상
등급 : 15세 이상
작성 : 2004. 9. 20.


   그들은 귀신과 싸웠다!!


   9월초. 외박을 겸해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울산으로 갔었습니다. 통신 대화명은 산호초. 본명이 밝혀지는 것을 싫어해 기록은 하지 않겠습니다. 통신망에서의 느낌은 고등학생이었는데, 막상 만나기 몇 일 전 대학교 04학번임을 알고 엄청 미안한 마음에 결국 주위에서 가지 말라던 울산행을 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날 보게 됩니다. 몇 안되게 영화 소개나 광고를 거의 못 봤던, 그리고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공포 영화 알 포인트를!!


   이 감상을 기록하는 도중에도 들리는 듯 합니다.

   "하늘소…(치칙) 하늘소…(치칙) 우리를… 우리를 버리지 마라(치칙) 하늘소!!(치칙)"

   쇳소리라고 말하는 다 갈라지는 목소리의 무전음. 애타게 하늘소―본부를 찾는 무전병의 목소리. 하지만 이것은 이미 죽은 자의 목소리이니 저는 다시금 죽은 자의 도움 요청에 알 포인트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 봅니다.


   시대는 멀지 않은 과거―1972년. 한국군이 베트남으로 지원 병력을 파병하던 때의 이야기입니다. R-point(로미오 포인트)로 지원 나갔던 대원들이 실종되고, 본부를 향한 무전이 포착. 살려달라고, 도와달라는 무전에 본부는 실종자를 찾기 위해 비밀리에 9명을 모집, 알 포인트로 보냅니다.
   배를 타고 도착한 육지. 알 포인트로 향하던 그들에게 날아오는 총알 소나기. 맞대응 하지만 보이지 않는 타깃으로 고전을 면치 못합니다. 하지만 침착 냉정한 최 중위는 타깃을 제거. 그들은 알 포인트로 들어서게 됩니다. 하지만 그들은 모릅니다. 아니 저도 확신치 못합니다. 그것 자체가 죽은 자가 이 구역을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을지도 모를 행위였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손에 피를 묻힌 자 돌아갈 수 없다」

   알 포인트 입구에 있는 비석. 그 최종 경고를 무시한 체 알 포인트로 들어서는 그들. 그런 그들은 의문을 사건들을 맞이하게 됩니다.

   계속되는 실종자의 수색. 그리고 마주하게 되는 첫 번째 시체―죽음. 하지만 본부는 그들에게 오히려 그 시체는 실종자라고, 그리고 10명이 떠난 것이 아니라 9명이 떠난 것이라고 말해줍니다. 혼란에 빠지는 대원들 그들은 이 괴 사건을 애써 무시하며 실종자의 수색을 계속하는데…….


   산 자와 죽은 자를 구별할 수 없었다!!


   더 이상의 영화 내용은 이야기하지 안겠습니다. 이 영화는 실제 한번 보지 않고는 감독의 감쪽같은 눈속임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니까요.


   방금 전까지 그들과 대화했었던 존재들. 눈앞을 앞서 걷는 자들. 무전기를 통해서 들려오는 목소리들. 앞서 읽고 감상 감상문을 작성했던 유상욱님의 '고양이 여인숙'을 영화로 체험한 듯한 기분이 드는 작품. 시공에 틈에 빠져 이미 죽은 자들과 공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결국 혼자 살아남아 본부로 돌아오는 한 사람. 하지만 불구가 된 그는 제대로 살아있다고 말할 수도 없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영화 전체의 내용과도 약간 다른 내용인데…….
   과연 무엇이 사실이며, 무엇이 환상인가? 마치 귀신에 홀린 듯한 기분으로 감상할 수 있는 영화.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영화의 종반부입니다. 대원들은 고립감과 비현실적인 공포로 인해 미쳐버리고, 갈등은 극한으로 치닫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는 상황까지 가고, 결국 한 명이 수류탄을 터뜨리게 되는데……. 순간 정말 놀랐습니다. 공기의 충격음. 순간 먹먹해지는 고막의 사운드. 자신의 목소리마저 먼 곳에서 들려오는 듯한 상황을 정말 잘 잡았다고 감히 말하는 바입니다.
   입대 후 처음 사격을 한 후에 느꼈었던, 마치 차원에서 분리되어 버린 듯 했던 소리의 현상. 그 사운드를 영화에서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다시 만나버린 것입니다. 익히 다른 영화에서도 도입되었던 기법이지만, 알 포인트의 그 장면만큼 사실적이진 않았었거든요.


   한국판 버뮤다의 삼각지대 같은 이야기. 시공의 틈에 빠져 죽은 자와 조우했던 그들. 상상을 초월하는 계속되는 공포의 반전 속에 있는 당신은 산 자 입니까? 아니면 죽은 자 입니까?


   그리 많이 접한 것은 아니지만 벌써 볼만한, 아니 소장가치를 느끼는 한국 공포영화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거울 속으로, 하얀 방(약간 고려 중, 케스팅도 마음에 안 들고 이야기의 흐름이 약간 어색하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이번의 알 포인트 군요. 장화홍련이나 령, 사인용 식탁, 페이스 등은 별로 마음에 안 들었지만 앞서 말한 네 작품은 소장하고 싶습니다. 시대의 흐름 앞에서 점점 발전해나가는 한국 공포영화. 이제 해외 영화보다 한국 영화에도 관심을 좀 가져봐야겠습니다.


   음…… 군 생활의 특성상 무전기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요……. 언젠가 죽은 자의 메시지―전자음성 현상EVP-electronic voice phenomenon를 듣게되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하늘소...(치칙) 하늘소...(치칙) 우리를... 우리를 버리지 마라(치칙) 하늘소!!(치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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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 [할인행사]
낸시 마이어스 감독, 잭 니콜슨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제목 :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Something's Gotta Give
감독 : 낸시메이어스
주연 : 잭니콜슨, 다이앤키튼, 키아누리브스, 프란시스맥도먼드, 아만다피트, 존패브류
등급 : 15세 이상
작성 : 2004. 9. 16.


   입대 후. 생각보다 많은 로맨스를 접하는 것만 같습니다. 그것은 고참의 취향이 그래서일까요? 아니면 저의 감수성이 회복되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요? 또다시 가슴을 후벼파는 듯한 애절한 느낌의 영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Something's Gotta Give'. 오랜만에 영화의 세계에 빠져 들어가 봅니다.


   63살의 유명한 독신 남 해리 샌본. 그는 인자한 듯 하면서도 부드러운 매력에 노장의 나이에도 싱싱한 영계들과 놀아 다니는 갑부입니다. 그런 한 남자가 겪게되는 황혼의 사랑이야기. 진정한 사랑을 완성하게되는 애절하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어느 날. 새로운 영계 애인과 즐기기 위해 그녀의 어머니의 해변가 별장으로 놀러가게 된 해리. 하지만 그곳에서 그는 애인의 어머니를 만나게 됩니다. 처음부터 서로 으르렁거리게되는 삐걱한 만남. 그것이 자신의 사랑하게된 그녀와의 첫 만남입니다.
   한편 여류 극작가 에리카는 새로운 작품을 쓰기 위해 자신의 해변가 별장에 오게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딸의 애인이라는 한 노인을 만나게 됩니다. 자신의 별장에서 속옷만 입고 돌아다니는 남자를 보자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지만 딸의 등장으로 일단 무산되는데……. 이혼 후 독신으로서 극작가로 성공한 그녀. 그런 그녀의 앞에 인생을 뒤흔들게 되는 그와의 만남이 시작됩니다.
   그것은 영계와 섹스를 하려던 해리의 심장에 문제가 생겨 병원에 실려가면서부터 시작되는데…….


   성공한 황혼의 인생을 살고 있는 두 남녀. 그런 그들의 만남이 서로에 큰 변화를 가져다 주게되는 이야기. 그것은 서로의 '안정'을 뒤흔들게 되는 사랑의 감정. 하지만 솔직하게 자신을 말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태도에 관계는 계속 삐걱거리게 되고, 그것이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로 기억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찾아오는 이별의 시간.
   여차저차 진정한 사랑의 마음을 담아 섹스를 경험하게되는 그들. 친구로 지내자고 하지만 마음속 깊이 '사랑'을 각인한 체 헤어지게됩니다.


   시간은 흐릅니다.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가는 시간들. 그런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들은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그리웠던 만큼 어긋나버린 만남은 서로에게 큰마음의 상처를 안겨 주게되는데…….


   여자는 배신의 마음에 눈물을 흘리며 남자와의 일을 자신의 희극으로 만들어가고, 남자는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과거를 하나 둘씩 처리하기 시작합니다.
   인생의 황혼기에 찾은 진정한 사랑. 길고 긴 시간 속에서 둘은 결국 하나의 답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던 것. 그것은 어떤 것이든 자신의 인생이 180°, 아니 어떤 형태로든 완전히 바뀌어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체'. 이것은 스스로의 유토피아에 속박된다는 것. 하지만 그 자제로 발전이 없다는 것. 마냥 그런 생활이 행복할지는 몰라도, 또한 그것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자신을 죽이는 것이라 감히 생각합니다. 왜 스스로를 속이면서 변화의 가능한, 한 단계 높은 자신의 완성을 포기하려는 것일까요?
   전 그런 물음표를 던지며 서로를 원하게 되는…… 혼자만의 유토피아가 아닌 진정한 자신을 만들어 가는, 그리고 찾아가는 두 사람을 보았습니다.


   이때까지 로맨스 코미디 중에서 이 영화가 유별나게 마음에 와 닿는군요. 글쎄요. 유감 없이 벗어 던지면서도 외설적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실연의 마음을 작품으로 담아버리는 에리카의 모습 때문일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나이를 초월한 듯 살아가는 해리의 모습 때문일까요?


   하핫. 아무튼 가슴을 찌르면서도 웃었던 장면을 회상하며 감상을 접습니다.


Ps. 재미는 있었지만 개인 적으로 뭔가 억지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 하지만 볼만한 영화입니다^^

Ps 2. 비록 조연이긴 하지만 키아누 리브스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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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한 장풍대작전 일반판 [dts]
류승완 감독, 류승범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제목 : 아라한 장풍 대작전
감독 : 류승완
주연 : 류승범, 윤소이, 안성기, 정두홍
등급 : 12세 이상
작성 : 2004. 9. 16.


   무엇인가 익숙한 듯 하지만 전혀 생소한 느낌의 제목. 군 생활이기에 외박이나 휴가를 제외한 날에 개봉한 영화는 아쉽게 포기해야하던 때에 개봉했었던, 왠지 끌리는 제목의 영화입니다. 그런 영화를 몇 주일 전 내무반에서 빌려볼 수 있었습니다―가을의 잦은 출동으로 인해 감상문이 조금 늦어버렸습니다.
   집중력 떨어지는 자대 생활 중 첫 번 째로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었던 영화. 그렇기에 이번 작품에 빠져들어 가봅니다.


   시대는 현대. 복잡한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한구석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여자―의진. 그녀는 물건값을 계산하려는 한 남자 손님의 스쳐 잡으면서 '미래'를 읽어버립니다. 손님이 가게를 나서자 의진은 잠시 화장실에 간다며 옥상으로 올라갑니다. 이어서 상상을 초월하는 현실이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의진이 건물과 건물로 도약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유는 방금 나간 손님이 오토바이 날치기하는 영상을 읽었기 때문이었기 때문입니다.
   한편 교통 순경으로 일하면서 높은 신분의 사람의 차를 신호위반으로 딱지를 끊고 있는 남자―상환.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의 시야에 오토바이를 타고 날치기하는 장면이 들어오게 됩니다. 정의감에 불타는 것인지 날치기를 죽어라고 쫓아가고 결국 한 골목으로 들어서게 되는데…….
   그렇게 '열혈 순경' 상환과 '아라치' 의진의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의진이 날치기에게 장풍을 쏘게되는데 정작 장풍에 날아가는 상환. 그것은 도심 속의 히어로의 등장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히어로.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히어로는 슈퍼맨 같은 외계인, 배트맨이나 데어 데블 같은 복수의 일념으로 어두운 골목을 누비는 다크 히어로, 스파이더 맨 이나 플레시 같은 초능력을 가진 히어로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무협에서나 볼 수 있던 기氣의 사용자들이 나오는 현대적 감각의 히어로 물이라니 정말 신선한 기분으로 접할 수 있었습니다.


   퇴마록, 화산고를 이어가는 현대적 감각의 기공 액션물. 이번에는 건물과 건물을 넘나드는 와이어 액션과 새롭게 재해석되는 기공. 그리고 신선에 대한 이야기가 코믹하면서도 환상적인 영상미로 다가왔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거대한 시련을 준비하기 위해 우연히 발견된 강한 내공의 사나이 상환. 의진의 장풍에 맞아 선인들의 거주지(?)에 실려와 침 한번 맞고 기혈이 뚫리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 하지만 의식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능력에 금방 흥미를 잃고 맙니다. 하지만 경찰생활 도중 마주치는 사회의 불합리에 스스로의 나약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스스로 선인들을 찾아가 장풍만이라도 사용하기 위해 수련에 들어가는데…….


   한편 7성星 중, 힘에 먹혀버린 한 명이 오랜 기간의 잠 속에서 깨어나게 됩니다. 의문의 살인사건들이 일어나게 되고 아라한의 '열쇠'를 사수하기 위한 선인들은 그의 강함 앞에 하나 둘씩 무릎꿇기 시작하는데…….


   이 영화를 보다보면 익히 들어왔고, 공부해봤던 기와 동양철학, 선의 도, 마루치, 아라치 등 많은 이야기들을 잘 설명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코믹적인 요소와 과장된 장면들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때까지 이 부류의 한국영화만을 보아왔다면 안정된 화면과 자연스러운 내용전개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계화되고 한계의 선을 그어버리는 현대. 그 속을 살아가는 선인들의 삶. 스스로를 잃어 타인의 삶에 동경을 하는 현대인들에게 올바른 자기 자신을 찾아가라는 메시지가 약하게 나마 느껴지는 듯한…… 한편으로는 시원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


   자. 우리 모두 아라한의 경지를 향해서 수련을 해볼까요? 혹시 압니까? 시원하게 장풍을 쏘며 스트레스를 풀 그 날이 올지.


[참고]

   아라한(阿羅漢)이란.
   득도의 경지에 이른 마루치의 기운과 아라치의 기운이 서로 만날 때, 불가佛家에서 이야기하는 아라한의 경지에 이른다. 본래 아라한은 소승불교小乘佛敎에서 모든 번뇌를 끊고 이치를 깨달아 열반의 경지에 이른 성자를 일컫는 말로 나한羅漢이라고도 한다.

[아.자모네] A.ZaMoNe''s 무한오타 with 얼음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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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전2권 세트
에쿠니 가오리.쓰지 히토나리 지음, 김난주.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 : 냉정과 열정 사이
저자 : 에쿠니 가오리, 츠지 히토나리
역자 : 김난주, 양억관
출판 : 소담
작성 : 2004. 8. 4.


   처음 이 책을 손에 넣은 것은 입대 후 전경으로 차출되면서 중앙경찰학교의 생활에서입니다. 그때 박경리님의 '성녀와 마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 '나무', 그리고 산 책이 '냉정과 열정 사이'였습니다. 하지만 2주 동안의 정신 없는 생활 속에서 뇌 상권을 마지막으로 뇌 하권과 냉정과 열정 사이를 읽지 못하고 자대 배치를 받게 되었지요.
   자대 생활을 물어 볼 때는 그냥 살만하다고는 했지만, 역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는 것이 쫄병 생활입니다. 그러다보니 여차저차 군생활이 1년 가까이 흐르고 말았군요. 그나마 내무반에서 독서하는 것이 편해진 요즘(사실은 좀 되었다) 많은 책을 읽다가 사놓고 깜박했던 '냉정과 열정 사이'를 꺼내 봅니다.

   밀라노에서 살고 있는 아오이. 그녀는 미국인 애인 - 마빈 - 과의 동거 속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루하루를 욕조 목욕과 독서, 그리고 보석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살아가는 그녀는 친구들과의 만남 속에서 과거의 자신과 '그 - 쥰세이'를 기억해내고, '그'와의 약속을 생각해내며 하루하루를 '그'를 그리며 살아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와의 약속의 때가 다가오는데...

   밀라노에서 기차로 3시간 거리. 피렌체에서 살고 있는 쥰세이. 그는 과거의 예술작품을 복원하는 직업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메미라는 이탈리아인과 일본 혼혈아 애인과 함께하는 나날. 하지만 마음 속에는 언제나 '그녀 - 아오이'가 그의 과거와 현재를 지배하고 있다.
   어느날 접하게 되는 '그녀'의 소식. 이어지는 힘든 사건 속에서 '그녀'의 기억은 그를 각성시키고, '그녀'와의 약속의 날을 기다리며 '그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와 만나게 되는데...

   어느 것을 먼저 읽어도. 그리고 릴레이 식으로 연재되어 있어 파트별로 번갈아 읽어도 좋은 작품입니다. 10년이라는 부제의 벽. 그리고 희미한 약속. 처음에는 여자의 시점이로 읽어서인지 아니면 잘 알지도 못하는 밀라노의 생활 이야기 때문이니지 힘들게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충고에 따라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을까 했지만, 집어던지기 전 나름대로의 오기로 인해 마저 읽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작품에 푹 빠져들고 말았지요.

   사랑.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물론 정의 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답이 있습니다. 마음 속의 냉정을 열정으로 덮는 사람과 마음 속의 열정을 냉정으로 표현하는 마음. 그런 만남. 부제의 시간 속의 그리움. 새로운 만남 속에서 발견하는 과거의 이루지 못한 사랑. 그리고 희미한 약속과 제회.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이 질문을 계속하며 이 작품을 몇 번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하지만 뚜렷한 결론은 서질 않더군요.

   책을 읽은 소감. 그것은 애절함입니다. 그 이외에는... 글쎄요? 뭐라고 하긴 그렇군요.

   연애물은 그저 낯부끄러운 이야기라는 고정관념이 점점 사리지고 있습니다. 앞서 작성한 '연애 소설'의 감상문도 그렇고, 이번의 '냉정과 열정 사이'도 그렇고, 그남자 그여자의 사정으로 유명한 '카레카노'라는 만화도 그렇고... 무엇인가 정의 하기 힘든 서로에 대한 감정. 하아. 비극적인 감이 없지 않지만 이런 깊이 있는 사랑을 한번이라도 해봤으면 좋겠군요.

   작품의 결말이 애매합니다. 계속 연재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는 소설. 영화에서는 이 둘의 사람이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궁금해집니다. 인생에는 답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마음의 외침은 한번쯤 눈감고 들어줘야 할 것 같군요. 비록 상처 받을지 몰라도 후회 없이 살려면 말입니다.

   오랜만에 가슴 찡한 사랑이야기를 읽은 것 같아 감동입니다.

   사랑이란 서로의 마음 속에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요? 그럼 이것으로 이번 감상을 접습니다.


Ps. 그래도 말입니다. 경험상 짝사랑은 그리 건강에 안좋은 것 같더군요. 속쓰려서(웃음)

[아.자모네] A.ZaMoNe's 무한오타 with 얼음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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