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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포인트 : 디지팩 한정판
공수창 감독, 감우성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제목 : 알 포인트R-Point
감독 : 공수창
주연 : 감우성, 손병호, 오태경, 박원상
등급 : 15세 이상
작성 : 2004. 9. 20.
그들은 귀신과 싸웠다!!
9월초. 외박을 겸해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울산으로 갔었습니다. 통신 대화명은 산호초. 본명이 밝혀지는 것을 싫어해 기록은 하지 않겠습니다. 통신망에서의 느낌은 고등학생이었는데, 막상 만나기 몇 일 전 대학교 04학번임을 알고 엄청 미안한 마음에 결국 주위에서 가지 말라던 울산행을 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날 보게 됩니다. 몇 안되게 영화 소개나 광고를 거의 못 봤던, 그리고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공포 영화 알 포인트를!!
이 감상을 기록하는 도중에도 들리는 듯 합니다.
"하늘소…(치칙) 하늘소…(치칙) 우리를… 우리를 버리지 마라(치칙) 하늘소!!(치칙)"
쇳소리라고 말하는 다 갈라지는 목소리의 무전음. 애타게 하늘소―본부를 찾는 무전병의 목소리. 하지만 이것은 이미 죽은 자의 목소리이니 저는 다시금 죽은 자의 도움 요청에 알 포인트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 봅니다.
시대는 멀지 않은 과거―1972년. 한국군이 베트남으로 지원 병력을 파병하던 때의 이야기입니다. R-point(로미오 포인트)로 지원 나갔던 대원들이 실종되고, 본부를 향한 무전이 포착. 살려달라고, 도와달라는 무전에 본부는 실종자를 찾기 위해 비밀리에 9명을 모집, 알 포인트로 보냅니다.
배를 타고 도착한 육지. 알 포인트로 향하던 그들에게 날아오는 총알 소나기. 맞대응 하지만 보이지 않는 타깃으로 고전을 면치 못합니다. 하지만 침착 냉정한 최 중위는 타깃을 제거. 그들은 알 포인트로 들어서게 됩니다. 하지만 그들은 모릅니다. 아니 저도 확신치 못합니다. 그것 자체가 죽은 자가 이 구역을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을지도 모를 행위였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손에 피를 묻힌 자 돌아갈 수 없다」
알 포인트 입구에 있는 비석. 그 최종 경고를 무시한 체 알 포인트로 들어서는 그들. 그런 그들은 의문을 사건들을 맞이하게 됩니다.
계속되는 실종자의 수색. 그리고 마주하게 되는 첫 번째 시체―죽음. 하지만 본부는 그들에게 오히려 그 시체는 실종자라고, 그리고 10명이 떠난 것이 아니라 9명이 떠난 것이라고 말해줍니다. 혼란에 빠지는 대원들 그들은 이 괴 사건을 애써 무시하며 실종자의 수색을 계속하는데…….
산 자와 죽은 자를 구별할 수 없었다!!
더 이상의 영화 내용은 이야기하지 안겠습니다. 이 영화는 실제 한번 보지 않고는 감독의 감쪽같은 눈속임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니까요.
방금 전까지 그들과 대화했었던 존재들. 눈앞을 앞서 걷는 자들. 무전기를 통해서 들려오는 목소리들. 앞서 읽고 감상 감상문을 작성했던 유상욱님의 '고양이 여인숙'을 영화로 체험한 듯한 기분이 드는 작품. 시공에 틈에 빠져 이미 죽은 자들과 공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결국 혼자 살아남아 본부로 돌아오는 한 사람. 하지만 불구가 된 그는 제대로 살아있다고 말할 수도 없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영화 전체의 내용과도 약간 다른 내용인데…….
과연 무엇이 사실이며, 무엇이 환상인가? 마치 귀신에 홀린 듯한 기분으로 감상할 수 있는 영화.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영화의 종반부입니다. 대원들은 고립감과 비현실적인 공포로 인해 미쳐버리고, 갈등은 극한으로 치닫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는 상황까지 가고, 결국 한 명이 수류탄을 터뜨리게 되는데……. 순간 정말 놀랐습니다. 공기의 충격음. 순간 먹먹해지는 고막의 사운드. 자신의 목소리마저 먼 곳에서 들려오는 듯한 상황을 정말 잘 잡았다고 감히 말하는 바입니다.
입대 후 처음 사격을 한 후에 느꼈었던, 마치 차원에서 분리되어 버린 듯 했던 소리의 현상. 그 사운드를 영화에서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다시 만나버린 것입니다. 익히 다른 영화에서도 도입되었던 기법이지만, 알 포인트의 그 장면만큼 사실적이진 않았었거든요.
한국판 버뮤다의 삼각지대 같은 이야기. 시공의 틈에 빠져 죽은 자와 조우했던 그들. 상상을 초월하는 계속되는 공포의 반전 속에 있는 당신은 산 자 입니까? 아니면 죽은 자 입니까?
그리 많이 접한 것은 아니지만 벌써 볼만한, 아니 소장가치를 느끼는 한국 공포영화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거울 속으로, 하얀 방(약간 고려 중, 케스팅도 마음에 안 들고 이야기의 흐름이 약간 어색하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이번의 알 포인트 군요. 장화홍련이나 령, 사인용 식탁, 페이스 등은 별로 마음에 안 들었지만 앞서 말한 네 작품은 소장하고 싶습니다. 시대의 흐름 앞에서 점점 발전해나가는 한국 공포영화. 이제 해외 영화보다 한국 영화에도 관심을 좀 가져봐야겠습니다.
음…… 군 생활의 특성상 무전기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요……. 언젠가 죽은 자의 메시지―전자음성 현상EVP-electronic voice phenomenon를 듣게되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하늘소...(치칙) 하늘소...(치칙) 우리를... 우리를 버리지 마라(치칙) 하늘소!!(치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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