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산 (2disc)
송해성 감독, 설경구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제목 : 역도산力道山Rikidozan:A Hero Extraordinary
감독 : 송해성
출연 : 설경구, 나카타니 미키, 후지 타츠야, 하기와라 마사토 등
등급 : 12세 관람가
작성 : 2005. 06. 16.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 세계인임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어쩐지 선선하게 시작되었던 하루. 결국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시원하게 여름을 식혀주고 있습니다. 그러한 오늘. 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한편 보게되었습니다. 설경구씨가 주연이라고 해서 그랬던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그랬었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언젠가 꼭 보고 싶었던 작품.
   그럼 시대의 한 획을 그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짧게 소개해보겠습니다.


   새로 문을 연 클럽에서 인사를 하며 자리를 뜨는 한 남자. 그는 프로레슬링 스타 역도산입니다. 무엇인가 힘들어하는 그의 퇴장의 진상은 차안에서 보이는 복부에서의 출혈 때문입니다.
   화면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 그가 스모(일본의 씨름) 견습생 시절이었을 당시로 갑니다.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매일같이 맞고 사는 '김'. 하지만 마음껏 웃으며 살겠다며 요코즈나(よこ-づな일본 씨름꾼 최고의 지위)를 꿈꾸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의 근성을 높이산 칸노 회장에 의해 겨우 정식 스모 선수가 된 '김신락'은 '역도산'이라는 이름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역시 조선인이라는 사실에 그의 꿈은 좌절당하게 됩니다. 결국 상투마저 자르고 술로 시간을 보내게 된 그는 어느 날 난동을 부리다 '프로레슬링'을 알게됩니다.
   그렇게 미국으로 건너간 역도산은 세계적인 스타가 되어 돌아와 일본에서 프로레슬링의 꽃을 피우게 됩니다. 그리고 전쟁으로 인해 지친 일본인들의 가슴속에 승리의 아니 부활의 불꽃을 심어주게 됩니다. 하지만 황금빛 찬란한 영웅으로의 인생은 그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고 마는데…….


   한국인으로 태어나 일본인으로서 세상에 알려진 한 남자. 그러면서도 조선인이라는 근본으로 인해 새로운 시작 앞에서 항상 반대에 부딪혀 싸운 불꽃같은 남자. 하지만 좌절의 마지막엔 항상 그를 위로해주는 아내 '아야'가 있습니다. 꿈의 좌절 속에서 아내 아야가 남편 역도산을 품에 안으며 꿈이 무엇이냐 물었을 때. 계속해서 일본어로만 말하던 그가 처음 한국말로 '엄마가……'라는 말을 했을 때. 무엇인가 뭉클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있군요.
   과연 영웅이란 무엇일까요? 사각의 링 위에서 항상 이겨왔던 그. 하지만 링의 영역을 떠나서는 언제 부서질지 모를 나약한 일면을 보이기도 하는 그의 그런 극단적인 모습을 보고있자니 그저 평범하게 사는 것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꿈이 없는 인생은 상상이 잘 안 가는군요(웃음)


   영화는 뭐 잘 만들어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무엇인가 집중이 잘 안되었다는 기분이 있군요. 인간 역도산에 대해서는 잘 표현한 것 같지만, 무엇인가 정리되지 않은 기록필름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랄까요? 그래도 우리 역사 속의 한 인물을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었다라는 것이 마음에 든 작품이었습니다.


"나는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니다. 나는 세계인이다!!"


   모든 것을 버리면서까지 꿈에 다가가려 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 조금전의 구호는 자기도 모르는 순간 꿈을 망각한 체 살아가는, 지식의 자만과 안정이라는 우물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하는 고함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앞서본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보다는 코드가 잘 느껴지진 않았지만, 분명 꿈을 향한, 무모함에 가까운 열정을 불사른 영웅의 고함이라고 저는 받아들인 것입니다.


   그럼 이번 작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외침을 마지막으로 감상을 종료합니다.

"내 운명은 내가 결정한다!!"




Ps. 박치기 왕 김일도 영화 속에서 짧게나마 나온다는 사실이 재미있더군요. 그건 그렇고 영화 '데어데블Daredevil'의 후속작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던 영화 '엘렉트라Elektra'가 반납되러 제 눈앞에서 떠나가는군요. 쩝. 직원 분이 연체료까지 주며 대신 반납해 달라고 해서 웬 떡인가 싶었었는데. 때마침 볼 시간이 없어지다니. 뭐 나중에 기회가 또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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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 - 바이러스
스즈키 코지 지음, 윤덕주 옮김 / 씨엔씨미디어 / 199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 : 링Ring 바이러스―운명의 저주:ルング
저자 : 스즈키 코지鈴木光司
역자 : 윤덕주
출판 : 씨엔씨미디어CNC MEDIA
작성 : 2005. 06. 16.


"관념은 에너지를 가진 생명체다."




   20년 조금 넘는 세월 속. 그동안 읽은 작품 중 최고로 기억에 남는 공포소설을 말하라고 하신다면, 전 당연 스즈키 코지 님의 '링'시리즈를 말하고 싶습니다. 2005년 이 감상문을 작성중인 오늘날까지 꾸준히 영상화되고 있는, 특히 미국판 '링 2'의 개봉예정일을 앞두고 모든 영화 '링'―일본판 '링 오리지널', '링2', '링 라센', '링0 버스데이', 'TV시리즈', 한국판 '링', 미국판 '링'―의 원작에 해당하는 소설을 집어들어 보았습니다.
   나카다 히데오라는 이름의 감독으로 인해 개인적으로는 원작이 파괴되었다는 점에서 괘씸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원작의 이미지를 머리 속 어느 한 구속에 숨겨두고 그의 작품을 보았을 때. 분명 영상으로도 '링'은 그 자체로 충격적인 작품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공포의 모습으로 파괴되기 이전의 '링'은 과연 어떤 작품일까요? 추억 속. 상상력의 폭주를 안겨준 최고의 작품을 살짝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이야기는 사립 여고 3학년의 오이시 도모코가 그 시작을 알립니다. 홀로 집을 지키며 시험 공부를 하고 있던 그녀는 어느 순간 미지의 '그것'에 대한 공포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모든 감각기관을 동원시키는 공포의 압력. 그리고 그녀는 결국 미지의 '그것'을 향해 뒤로 돌아보게 됩니다.
   한편 택시 운전기사 기무라는 자신의 택시로 쓰러진 오토바이에 화가 나게 됩니다. 그런데 오토바이의 청년이 괴로움에 몸부림을 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구급차를 부르고 청년에게 다시 돌아온 그는 청년이 경악―공포에 질린 얼굴로 죽어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로부터 한달 뒤.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친 M신문사의 아사카와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택시 운전기사 기무라의 잊지 못할 이야기와 함께 자신의 처조카 도모코와의 죽음의 연관성으로 인해 특종의 향기를 느낀 그는 사건을 조사하게 됩니다.
   거의 같은 시간에 죽어버린 4명의 청년들. 심장마비라는 돌연사로 갑자기 세상을 떠버린 4명의 행적을 추적하던 아사카와는 결국 문제의 비디오 테이프를 보게 되는데…….


"이 영상을 본 자는 일주일 후 이 시간에 죽을 운명에 놓여있다.
죽고 싶지 않다면, 지금부터 말하는 것을 실행에 옮겨라. 즉…."




   이 작품은 초자연적인 어떤 현상을 과학적인 방법으로서 해명하려는 듯한 내용으로 진행됩니다. 예정된 죽음의 시간 속에서 마치 '행운의 편지'같은 저주의 주문을 나름대로 현실적인 시점으로 풀어헤쳐 나가는 모습을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 속에서 다카야마 류지라는 고독한 영혼을 지닌 매력적인 인물을 만나게 되는군요.
   다카야마 류지. 작가는 이 캐릭터를 통해 '같은 세상 다르게 보기'를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영화에서의 류지는 초능력을 가진 인물로 그려지고 있지만, 소설에서의 류지는 제가 꿈꾸는 저 자신의 모습의 일면을 보는 듯해 정겨운 느낌마저 들었다랄까요?
   또한 아사카와라는 인물의 시점으로 한정된 시간 속에서 죽음을 피해 시간에 쫓기는 이의 심정을 대리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부주의로 인해 아내와 어린 딸까지 시한부 인생으로 만들어버린 주인공. 그는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진실을 찾아 점점 미쳐가기 시작합니다. 요즘 들어 자살이 많아지는 시대 속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이의 마음은 자살을 꿈꾸는 이들에겐 어떻게 느껴질지 궁금해지는군요.


   이야기는 결국…… 아 답을 말해버릴 뻔했습니다.(후다닥 지우는 중) 아무튼 주인공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야마무라 사다코란 어떤 존재인가? 그리고 저주는 어떻게 풀어야만 하는가? 그건 그렇고 왜 그만 살아남은 거지? 등 끝없이 떠오르는 의문을 남기면서 마지막장을 덮고 마는군요.

   그럼 이 작품에 나오는 저주의 공식을 기록하며, 제 2라운드에 해당하는 '링2 스파이럴The Spiral―저주의 유전자:らせん'을 집어들어 봅니다.


"원한이 현세에 강렬하게 남아있으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갇힌 공간, 물,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시간."




If You can see it, you will 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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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사이트 1 - 로빈쿡 베스트셀러 시리즈 로빈쿡 베스트셀러 시리즈
로빈 쿡 지음, 김원중 옮김 / 열림원 / 1994년 11월
평점 :
품절




제목 : 블라인드사이트Blindsight
저자 : 로빈 쿡robin cook
역자 : 김원중
출판 : 열림원
작성 : 2005. 06. 14.


"사건의 끔찍한 실상보다도 이야기의 구성에 신경을 많이 쓴 작품 같아."
독서 후 중얼거림




   '돌연변이Mutation'이후 '바이탈 사인Vital Signs'을 읽어야 했지만, 이미 앞서 읽어버렸었기에 다음 작품인 '블라인드사이트'를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에에. 이번에는 책에 대한 별다른 추억이 없는 고로 작품 소개로 곧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웃음)


   이야기는 고농도의 코카인이 던칸 앤드류스라는 남자의 몸에서 일으키는 어떤 작용으로 시작됩니다. 제어할 수 없는 몸의 반응에 괴로워하는 그. 때마침 찾아온 여자친구 사라 웨더비의 눈앞에서 그는 죽어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시작되는 이야기는 뉴욕시 수석 검시관 사무소에서 일하는 닥터 로리 몽고메리와 강력계 살인 사건반 형사인 루 솔다노, 루치아파 두목 폴체리노의 두 부하 토니 루게리오와 안젤로 파리올로가 바통을 받아 이어나가게 됩니다.
   갑자기 늘어난 마약 관련의 죽음.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민감한 사항이라며 닥터 몽고메리는 상부로부터 압력을 받게됩니다. 평상시 마약과는 상관없을 것 같은 이들의 연속된 죽음을 파고들다가 결국 해고까지 그녀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찾아온 죽음의 손길을 피해 진실을 찾아 나서게 되는데…….
   갱 스타일로 죽어 발견되는 사람들. 루 솔다노 형사는 자신의 숙적이자 이젠 친구 같은 관계가 되어버린 폴 체리노에게서 어떤 냄새를 맡고 진실을 향한 박차를 가하게되는데…….
   처음에는 자신의 두목의 얼굴에 산을 끼얹은 상대세력의 부하들을 처리하고, '수요'와 '공급'이라는 리스트를 들고 다니며 사람을 죽이기 시작하는 둘―토니와 안젤로. 하지만 닥터 몽고메리의 활동이 자신들의 활동에 지장을 주자 이젠 그녀를 찾아가기 시작하는데…….
   이 모든 끔찍한 사건들의 결말은…….


   역시 작품은 쓰여진 순서대로 접해야 하나 봅니다. 작가의 사건 전개능력이 점점 안정적으로 느껴지는 듯해 편안한 기분으로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사실 로빈 쿡 님의 작품을 처음부터 접하다보면 특유의 시점 분산전개로 인해 집중력이 상실되곤 했었는데 이번 작품은 생가보다 자연스럽게 끝까지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지의 작품보다도 무엇인가 식상한 기분이 드는 것이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았습니다. 그것은 앞서 읽은 '돌연변이'로 인해 끔찍한 상상력을 동반한 의학 사고의 진실이라는 충격이 반감되어서 그런 것일까요? 아니면 역시나 앞서 읽었던 '코마Coma'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는 기분이 들어서였을까요? 아무튼 조금 실망한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이번 작품은 앞선 작품들과는 달리 검시관이라는 이름을 가진 의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며 검시관 사무소 즉 부검실이 주무대로 등장합니다. 이때까지와는 또 다른 현장과 수요와 공급의 음모 가득한 범죄의 이야기. 서로 다르게 전개되는 이야기가 하나로 묶여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가 되는 이야기구조가 안정적으로 느껴진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한 이번 작품은 마약 남용에 대한 경고를 하는 듯도 했지만, 앞서 읽었던 '코마'에서처럼 장기이식, 특히 각막과 관련된 의료사고가 아닌 이번에는 살인 사건의 이야기라니!!
   '힘'을 가진 범법집단의 비인간적인 지능적 반사회적 범죄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어봤습니다.


   덤으로 이번 작품부터는 결말이 잘 기억나지 않는 것이 좀더 즐거운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전까지의 작품들은 읽어 들어가면서 결말이 기억나버려 처음 읽었을 때와는 달리 재미가 많이 반감된 기분이 없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럼 다음 작품 '치명적 치료Fatal Cure'를 집어들어 봅니다.



Ps. 어라? 스티븐 킹 님의 '미드나이트 시즌Different Seasons'이 도착했습니다. 에에. 겨울 이야기인 '라마즈 호흡'과 여름 이야기인 '파멸의 시나리오'가 수록되어있군요. 또한 봄 이야기인 '쇼생크 탈출'과 가을 이야기 '스탠 바이 미'는 따로 각각 출간되어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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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 - 로빈쿡 베스트셀러 시리즈 로빈쿡 베스트셀러 시리즈
로빈 쿡 저장, 박민 옮김 / 열림원 / 1993년 9월
평점 :
품절




제목 : 돌연변이Mutation
저자 : 로빈 쿡robin cook
역자 : 박민
출판 : 열림원
작성 : 2005. 06. 10.


   무덥게만 느껴지는 6월의 경찰서 정문 초소. 해가 가면 갈수록 더 더워지기만 하는 여름이라니. 안 그래도 이런저런 것들이 저를 스트레스 받게 하는데 이 무더위와 함께 찾아온 한밤중의 날벌레들까지 저를 못살게 구는군요. 그래도 요 몇 일간은 그런 날벌레들마저 저를 귀찮게 하진 못한 듯 했습니다. 후훗. 오랜만에 경험하게 되는 독서삼매경 상태라니.
   그럼 로빈 쿡 님의 작품 중에 가장 충격적이었으며, 또한 메디컬 스릴러이면서도 SF라는 장르에까지 저의 세계관을 확장시켜준 이번 작품을 조금 소개해보겠습니다.


   이야기는 어떤 생명의 '탄생'의 과정으로 시작됩니다.
   또한 그것은 이번 작품의 주인공 VJ―빅터 주니어의 탄생으로 이어집니다. 금발에 파란 눈, 마치 천사 같은 외모의 아기가 세상에 나오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의 묘사가 어딘가 모르게 불길한 미래를 암시하는 듯한 이 느낌이란…….
   어느덧 세월이 흘러 10여 년 후. 생물학자이자 '키메라'라는 이름의 생명공학 연구소의 설립자 빅터와 정신과 의사인 마샤는 자신들의 아들의 성장 과정 속에서 어떤 불균형을 감지하게 됩니다. 너무나도 천재적인 모습을 보이다가도 3살 때 지능저하의 모습을 보인 VJ. 그러면서도 무엇인가 보통아이들과는 다른 아이의 모습에 마샤는 결국 심리검사 등을 통해 실생활과의 모순을 하나 둘씩 발견하게 되고, 빅터는 VJ와 같은 과정으로 태어났다가 갑자기 죽어버린 다른 아이들로 인해 걱정을 하기 시작합니다.
   비밀이 많은 아들의 모습과 하나씩 드러나는 사건의 진실들. 빅터는 자신의 창조물의 진실 된 모습을 보고 경악하고 마는데…….


   양심을 망각한 과학에 대해 이번만큼 소름끼치게 접한 작품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앞서 읽은 'DNA:Motal Fear'에서의 죽음의 유전자 사건보다도 더 끔찍한 상상력의 이야기. 스릴러를 동반한 긴장감과 함께 암울한 미래의 비전을 보여주는 듯한 이번 작품은 생명의 탄생과정에서의 개입에 대한 어떤 경고를 하는 듯 했습니다.
   최근까지도 말이 많은 '영재'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아들을 돌연변이로 만들어버린 한 아버지가 나오는 이야기. 한편으로는 고전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을 현대판으로 각색한 것을 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 작품이었습니다.


   또한 이번 작품은 '종種'과 '개성'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분명 같은 모습을 가졌으면서도, 내용물(?)이 다르기 때문에 고립될 수밖에 없는 존재. 하지만 그것은 이 작품에 나오는 유전적 돌연변이에게만 해당하는 어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중화라는 획일화된 시스템에 교육되어 새로운 생각을 가진 자를 원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그런 존재가 나타나면 단물을 쏙 빼먹고(?) 통제불능이며 비정상이라는 이름표를 붙여서 소외시켜버리는 존재들이 없다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비록 과장된 이야기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작품에 나온 VJ또한 남과 다른 사고의 세계에 살게 되었을 뿐이데 왜 그를 평균의 기준으로 판단해 소외되게 했냐고 오히려 한소리하고 싶어지는군요.


   더 나은 내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들. 하지만 밝게만 보이던 빛을 쫓아 어둠을 망각해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라…….


   그럼 이야기 속―로빈 쿡 님의 위트가 엿보이는―생명공학 연구소에 대한 짧은 문구를 기록하며 이번 감상 기록을 종료합니다.


「키메라사는 과학의 진리와 생명의 신비를 벗기려는 인간의 열정 어린 노력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키메라chimera
서로 다른 종끼리의 결합으로 새로운 종을 만들어내는 유전학적인 기술을 말한다. 사자의 머리, 염소의 몸, 뱀의 꼬리를 하고 불을 뿜는 그리스 신화 속의 동물 이름에서 따왔다.




Ps. 한국에 출간된 로빈 쿡 님의 작품 표지 중 이번 작품의 표지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뭐랄까요? 책은 일단 내용을 빼면 표지 디자인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생각을 가지곤 있었지만, 이번의 금발에 파란 눈의 아이가 실험관의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아름다우면서도 한편 무엇인가 차갑고 날카로운 느낌이 드는 것이 이번 작품의 분위기를 너무 잘 표현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왜 금발에 파란 눈의 캐릭터가 '완벽'을 말하는 모습이 된 것일까요? 이것도 무의식 속에 교육된 고정관념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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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들의 밤
오시이 마모루 지음, 황상훈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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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목 : 야수들의 밤Blood The Last Vampire
저자 : 오시이 마모루
역자 : 황상훈
출판 : 황금가지
작성 : 2005. 06. 08.


   Shit!!


   위의 반응은 이번 작품을 읽어가며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감상입니다.
   블러드 프로젝트 하에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만화책, 그리고 이번에 입수하게 된 소설책.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로 유명한 오시이 마모루라는 분이 쓴 작품이라기에 꼭 읽어보고 싶었던 작품을 드디어 접해보게 된 것입니다.
   일본판으로는 흰 표지의 검은 글씨로 알고 있었던, 하지만 검은 표지의 은박 된 네발 달린 짐승과 흰 글씨 '야수들의 밤'이 적힌 한국판의 하드커버 표지를 넘겨보았습니다.


   이야기는 어떤 한 사람의 현실에 관한 독백으로 시작됩니다.
   도립 K고교 3학년인 미와 레이라는 이름을 가진 청년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그는 1969년 4월 28일. 시위대와 기동대의 대립의 현장에 있습니다. '민주화 투쟁 위원회'라는 이름아래에서 시위 행렬에 있던 그는 충돌의 현장에서 폭력의 공포를 느끼고 도주하게 됩니다.
   도주 속에서 도착한 인적이 없는 하지만 피로 물든 공간. 그는 그곳에서 남색의 전형적인 여고생의 교복에 일본도를 쥔 야수의 눈빛을 가진 소녀 '사야'와 만나게 됩니다.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그는 뒤통수에 느껴지는 타격과 함께 기억의 끈이 끊어지게 됩니다.
   피투성이가 되어 기절한 체 발견되었다는 주인공. 살인 사건 관련 가능성으로 조사를 받게 되지만 다행히 옷에 묻은 피가 동물의 피로 판명되어 풀려나게 됩니다. 하지만 3주간의 정학 처분을 받게 되는군요. 그런 그에게 접근해온 자가 하나 있었으니. 자칭 경시청 형사부 조사 1과의 '고토다 하지메'라는 이름의 중년 남자였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는 학생 탐정단 같은 모습으로서 사야와 검은 양복을 입은 두 외국인. 그리고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이 작품을 보신 분들은 어떻게 느끼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저 자신의 알고 있다고 믿었던 모든 것들이 '무지'라는 상황을 연출하게 되었음에 스스로에게 욕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 이 작품은 이전에 보았던 '인랑'과 '견랑전설'에서의 기동대의 시점이 아닌 시위대의 시점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것 같아 시대의 이데올로기 등 흥미롭게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사야'라는 소녀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미스터리와 다른 블러드에서 접하지 못한 '종의 기원'과 사야의 정체 등 역사의 일부분을 토론하는 작가의 이야기 진행에 머리가 행복함의 비명을 지르고 만 것입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만화책에서는 자아정체성에 관련된 이야기를. 그리고 이번 소설책에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심오한 고찰을 말하는 듯 했습니다.
   그렇다고 이번 작품 또한 어떤 명확한 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때까지 접한 세 가지의 블러드를 통해 분명 그 세계관이 확장되긴 했지만, 글쎄요. 게임이라는 것을 통해 디지털 생명체로 다시 태어난 사야까지 만나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모르겠습니다(웃음)


   그럼 이번 작품의 영수증에 기록된 제가 저 자신에게 보낸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감상 기록을 종료하고자 합니다.

"자 이젠 TEXT문학으로 사야를 만나보는 것이다!!"





Ps. 한국판말고 일본판으로 이번 작품을 접하게 되면 일러스트가 포함되어있다고 하는데 궁금해집니다. 물론 애니메이션과 만화책을 통해 사야의 모습을 보긴 했지만, 아무튼 궁금해지는군요.

 

[아.자모네] A.ZaMoNe's 무한오타 with 얼음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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