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쿡 지음, 김원중 옮김 / 열림원 / 1992년 11월
평점 :
품절




제목 : 열Fever
저자 : 로빈 쿡Robin Cook
역자 : 김원중
출판 : 열림원
작성 : 2005. 04. 30.


   댄 브라운Dan Brown의 '천사와 악마ANGELS & DEMONS'를 읽은 후 '다빈치 코드The Da Vinci Code'를 읽어보고 싶었지만, 먼저 읽고 있는 사람이 있어 '브레인Brain' 다음의―열림원 출판의 로빈 쿡 공식 세 번째 작품인 '열'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거 앞서 읽은 세 작품―누림 출판사의 '스핑크스SPHINX'를 포함해서―에서 느끼기 힘들었던 강한 몰입 감을 느끼기 시작하니, 이거 책에서 시선을 땔 수가 없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추억의 영화 '로렌조 오일Lorenzo's Oil'을 떠올리게 한 이번 작품. 그럼 한 어린 생명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버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조금 소개해 드려볼까요?


   이야기는 벤젠이라는 화학약품이 몸 속에서 엄청 실감나는 태러를 일으키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이런 마이크로 단위의 천문학적 숫자의 일방적 전쟁은 12살 어린 숙녀 미셸의 몸 속에서 일어난 일 입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증세는 단지 열이 조금 있을 뿐이라는군요.
   이야기의 바통은 와인버거 암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찰스 마르텔 박사가 이어받습니다. 그는 9년 전에 사별한 아내를 마음에 묻고 2년 전 캐서린과 재혼한, 3남매의 가장으로 살고 있습니다. 연구소내의 가장 저명한 암 연구자인 그는 나름대로 가정 문제에 골치가 많이 아픕니다. 그런데 그에게 일어나는 머피의 법칙과 같은 악순환의 연속. 자신이 연구하던 '면역을 이용한 항암연구'가 아닌 자신이 연구와는 전혀 다른 방향인 '약품을 이용한 항암연구'에 힘써 줄 것을 강요받으면서 은근히 해고의 압력을 받기 시작합니다. 또한 열에 이은 코피와 함께 병의 증상을 알리는 자신의 어린 딸이 결국 급성 골수아구성 백혈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되고, 그는 경악하게 되는데…….



   「틀에 박힌 조직화 된 연구와 기존의 의료 기술들은 나의 실험을 가로막을 뿐이야. 아마도 그들은 내가 미쳤다고 밀어붙일 거야.」

   이 말은 결국 병원에서의 항암약물치료의 진전이 없는 딸을 납치(?)해 자신의 방법으로 치료하면서 아내에게 한 그의 말입니다. 결국 미쳐버린 과학자라 불리며, 집을 요새로 만들어 기존의 모든 형식을 무시하며 자신의 몸마저 실험대로 사용해 딸의 치료에 모든 것을 희생하는 아버지. 전 이 부분에서 또 한번 "우리는 '불가능'을 교육받지 않았나?"의 질문을 떠올리며, 자식을 향한 '미친'에 가까운 사랑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편 '리사이클 주식회사'라고 불리는 재생공장의 어둠 속 만행에 대하여 잃어버린 양심의 무서움에 치를 떨어버렸습니다. 바로 그 공장에서 벤젠이라는 화학약품을 무단 방류해 이 이야기의 끔찍한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지요.

   돈과 생명. 비록 이 이야기가 과장과 비약이 심할지 몰라도 분명 묵인할 수 없는 진실의 외침이 들리는 듯 했습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페놀의 무단 방류와 같은 어쩌면 요즘은 잊혀져버렸을지도 모를 사태가 분명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또 한가지 생각하게 된 것이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재생공장의 폐수로 환경 오염과 백혈병 환자가 발생하고, 찰스 마르텔 박사가 일했던 암 연구소가 그 공장과 '계열사'로 맺혀 그에 해당하는 백신을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 앞서 읽었던 '아홉 번째 날Le neuvieme jour'처럼―물론 사고로 인한 바이러스의 유포와 백신 등장의 내용이었지만―계획된 질병과 약이란 이 모순된 모습은 그저 답답하고 울화가 치민 내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가지 더 생각한 것이 있었군요. 그것은 관직의 체계에서의 공무적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입니다. 벤젠을 무단 방류하는 재생공장을 신고하기 위해 마틴은 이런 저런 노력을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서 그 책임을 미루는 모습에서 책을 읽고 있던 저는 그만 분노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원치 않은, 다시는 경험할 수 없다고 생각된 슬픔의 데자뷰를 경험하는 한 남자의―비극을 막기 위한 미쳐버릴 듯한 이야기. 글쎄요. 매드 사이언티스트mad scientist의 생성과정(?)을 보는 것 같다면 큰 실례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연구에 모든 것을 매진하며 어느덧 가정과 멀어진 아버지. 그런 그가 잃어버린 가족의 마음을 되찾는―조금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무엇인가 찡한 기분의 장면을 회상하며 이번 감상의 기록을 종료하고자합니다.

[아.자모네] A.ZaMoNe's 무한오타 with 얼음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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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 악마 1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제목 : 천사와 악마ANGELS & DEMONS
저자 : 댄 브라운Dan Brown
역자 : 양선아
출판 : 베텔스만
작성 : 2005. 04. 29.


   사실은 로빈 쿡Robin Cook 님의 '열Fever'을 읽으려고 했지만, 댄 브라운 님의 작품이 저의 기호를 충족시킬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지라 이번 기회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마침 내무반 대원 중 하나가 가지고 있어서 읽어본 작품. '다빈치 코드The Da Vinci Code' 그 이전의 작품이라 불리는 '천사와 악마'. 두껍게만 보이던 두 권의 작품의 첫 장을 열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소장의 욕구와 머리 가득 차 오르는 쾌감에 몸서리 친 작품.

   그럼 이번에 접한 작품을 짧게 회상해 보겠습니다.


   스위스의 CREN―유럽 입자 물리학 연구소에서 발생하는 살인사건. 레오나르도 베트라 라는 물리학자가 가슴에 고대의 반 기독교 세력―일루미나티illuminati의 낙인이 찍힌 체 발견됩니다.
   한편 악몽에서 깨어나는 기호학자 로버트 랭던. 그는 자신을 깨운 전화의 내용을 듣고는 신경질적으로 끊어버리지만, 이어서 날아오는 팩스를 보고 결국 의뢰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팩스의 내용. 그것은 일루미나티의 낙인이 찍힌 시체의 사진입니다.
   과학의 보고 CERN에 도착한 랭던. 그는 막시밀리안 콜러 소장의 만남과 살해된 과학자의 딸 비토리아 베트라의 등장 속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지는 반물질反物質의 도난을 알게됩니다. 하지만 자칫 대재앙을 가져올 수 있는 반물질이 로마의 바티칸에 있다는 정보와 함께 랭던과 비토리아는 '신의 힘'을 찾아 떠나게 됩니다.
   한편 로마 바티칸에서는 새로운 교황의 선출을 관련해서 사건이 터지기 시작합니다. 발탁된 네 명의 추기경들의 실종. 예정된 대 참사의 시간과 추기경의 죽음의 시간 속에서 카운트다운 중인 반물질과 원소의 낙인과 함께 한 명씩 죽어 가는 추기경들.
   랭던과 비토리아는 고대의 예술가 베르니니의 작품을 통해 대 참사와 죽음을 막기 위한 일루미나티를 향한 추적에 박차를 가하게 되는데…….


   과학과 종교. 고대 예술의 숨겨진 진실 된 모습. 치열한 두뇌싸움 속에서 드러나는 경악할만한 음모.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모든 상식들이 순간 거짓말이 되는 끝없는 반전의 이야기. 앞서 기록한 적이 있던 소설 '건축무한 육면각체의 비밀'과 '운명계산시계'에서 느꼈었던 상식 파괴와 마치 수많은 조각을 조립하여 하나의 그림을 그리는 듯한―완성된 직소퍼즐의 쾌감이 저를 흥분시키는 듯 했습니다.


   이 작품 속에서 말해지는 선과 악의 실체, 과학과 종교에 대한 철학적 대화. 고대 예술의 미스터리 등 그 모든 것들의 이야기들이 하루의 끝―자정까지라는 카운트다운 속에서 숨막히게 전개시키는 작가의 이야기에 그저 푹 빠져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접해보지 못한 예술품의 그 아름다운 모습을, 하버드 대학교 예술사 분야의 교수이자 우상기호학의 전문가 로버트 랭던의 눈을 통해 지켜보면서, 저도 언젠가 꼭 실제로 접해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특정 종교의 귀속을 권장 받습니다. 하지만 전 이전부터 막연하게나마 모든 종교는 그 원류가 하나라는 생각에 특정 종교에 들지 않으면서도 유신론자 상태로 있으며, 또한 과학과 종교가 완전히 다른 길이라기보다는 둘 다 비슷한 모습이며, 특히 과학이란 그 어떠한 현상을 부정하는 것이 아닌 설명하고자하는 학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서 그런 '막연함'을 좀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느 것이 사실이며, 어느 것이 픽션인지 그 한계를 아슬아슬하게 저울질하는 작품. 그럼 다음의 질문을 중얼거리며 이번 감상 기록을 종료하고자 합니다.


   과연 신이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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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No.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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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 로빈쿡 베스트셀러 시리즈 로빈쿡 베스트셀러 시리즈
로빈 쿡 지음, 박민 옮김 / 열림원 / 1992년 8월
평점 :
품절




제목 : 브레인Brain
저자 : 로빈 쿡Robin Cook
역자 : 박민
출판 : 열림원
작성 : 2005. 04. 23.


   '뇌'라고 하면 근래에 읽었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d의 '뇌L'Ultime secret'라는 작품이 생각납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뇌에 얽힌 어떤 끔찍한 상상력의 작품을 읽었었으니. 이번에 다시 읽게된 로빈 쿡 님의 브레인입니다. 한편으로는 영화 '로보캅 Pilot'에 등장하는 '뉴로 브레인 시스템Neuro-brain System'―로보캅과 비슷하게 인간의 뇌를 이용해 도시 전체를 통제하는 슈퍼컴퓨터 시스템―이 떠오르는 이야기.

   그럼 이번에 접하게 된 로빈 쿡 님의 끔찍한 상상력을 살짝 소개해볼까요?


   이야기의 시작은 캐서린 콜린스라는 이름의 여성이 그 문을 엽니다. 그녀는 자신의 몸 상태의 불안함으로 병원을 찾게 되고, 집이 있는 고향에서의 진료를 위해 진료기록을 원합니다. 하지만 병원 측에서는 최상의 진료가 가능하다면서 다른 곳에서의 진료의 불필요성에 대해 말하며 그녀를 설득하려 합니다. 하지만 고집을 부리는 그녀는 결국 진료 기록을 받아내게 됩니다. 그렇지만 점점 심해져오던 현기증으로 그녀는 자기 자신의 통제력을 상실하게 되고, 결국에는 '실종'되고 마는데…….
   이야기의 바통을 이어받는 사람은 신경방사선과의 부과장인 마틴 필립스 박사입니다. 그는 인공지능 분야의 연구원인 윌리엄 마이클스에게 어떤 프로그램의 테스트 버전을 선물 받게 되고, 그 프로그램을 통해서 뇌 관련 의학계의 큰 파장을 예상하게 됩니다. 하지만 한 환자의 X-레이 필름으로 인해 그는 어떤 음모의 냄새를 맡게 됩니다.
   이어지는 의료사고. 마틴 박사는 그 사고와 관련된 환자들의 뇌 사진에서 어떤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고 좀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하지만, 그들의 시체에서 '뇌'가 사라지고 없고, 시체의 행방마저 묘연해졌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그를 향해 점점 다가오는 추적과 진실. 그는 그 진실의 모습에 결국 경악하게 되는데…….


   이야기는 대체적으로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그 시작은 전편보다도 심한 시점의 분산으로 인해 처음에는 집중이 잘 안되더군요. 그리고 예전에도 로빈 쿡 님의 작품을 읽어보았었지만, 일단은 의료사고가 하나 터지고 나서야 이야기가 시작되는군요. 역시 이야기 전개상 예방의 모습을 바라는 것은 억지일까요?(웃음)
   FBI의 등장 등 사뭇 스케일이 커지긴 했지만, 글쎄요. 처음에는 신체의 '뇌'와 관련된 이야기를 이 작품으로 시작해서 충격의 여운이 남아있을 뿐, 다시 읽어보니 그동안 좀더 심오하게 만들어진 작품을 많이 접한 탓인지 재미가 그만큼 반감된 기분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읽다보니 중학교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나는 것이 재미있더군요.


   생명의 블랙박스라고도 불려지는 뇌. 그 유기적인 조직과 컴퓨터라는 무기물이 하나 되는 그로테스크grotesque한 상상력이 담긴 작품. 이 작품 또한 새로운 문명으로의 발전을 위한 암묵적 희생을 고발하는 듯 했습니다. 또한 매드 사이언티스트mad scientist 에 해당하는 윌리엄 마이클슨의 모습을 통해 의학 또한 과학의 한 모습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작가의 말'에서 말해지는 전쟁을 통한 의학의 발전과 정신 장애인들과 고령의 환자, 임산부, 신생아 등 '실험용'이 아닌 '새로운'이라는 이름의 약품의 대대적 실험의 고발은 의학 윤리와 도덕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던 의사들의 이야기인데요. 정부차원의 도움으로 자신들은 피해를 입지 않고, 아무도 몰래 사고로 위장된 살인을 통한 실험이라니. 생각만 해도 괘씸합니다.


   이야기의 마지막이 무엇인가 마음에 들지 않으셨다면, 조금이라도 그 뒤의 이야기를 원하시는 분들에게 신문에 실린 듯 적힌 에필로그 같은 이야기를 놓치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옮긴이의 말' 뒤에 있으니 영화로 따지면 엔딩 크레딧Ending Credit 다음의 보너스 필름 같다랄까요?


   그럼 핀 헤드pin head의 원숭이를 떠올리며, 이번 감상 기록은 여기서 종료하고자 합니다.


Ps. 앞서 작성했었던 로빈 쿡 님의 '코마Coma'가 마이클 클라이튼 감독으로 인해 동명의 이름으로 영상화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무반에서 채널을 돌리다보니 어떤 영화 채널에서 '코마'라는 영화가 하더군요. 이번 작품인 브레인의 영상화에 대한 소식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만, 혹시 아시는 분들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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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 더 라스트 뱀파이어 일반판 - 초특가판
키타쿠보 히로유키 감독 / 대원DVD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제목 : 블러드―라스트 뱀파이어Blood : The Last Vampire
감독 : 키타쿠보 히로유키
주연 : 쿠도 유키, 나카무라 사에미, 조 로머사, 레베카 포스타트, 스튜어트 로빈슨 등
등급 : 15세 이상 이용가
날짜 : 2005. 04. 20.


   집중되지 않는 내무반 생활로 인해 영상물은 더 이상 안 보려고 했었는데 결국 보고 말았습니다. 내무반에서 위로 세 명 있는 생활 중 1명은 전역휴가, 1명은 외박, 1명은 근무상태라서 사운드 빵빵하게 해서 봤습니다. 그랬더니 집중력과 함께 처음 이 작품을 접했을 때의 기분이 조금이나마 나는 것 같더군요.

   어디 보자.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가 언제였더라. 아.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00년. '부산 국제 판타스틱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Fanta-Ani 2000'에서였군요. 친구가 가보자고 해서 어렵사리 찾아갔었고 애니메이션 영화제라는 것을 관람하게 되었었습니다. 그때 본 작품이 '곰돌이 푸―티거 무비'와 '키리쿠와 마녀Kirikou Et La Sorciere'. 그리고 '블러드―라스트 뱀파이어'였습니다. 그럼 이번 작품을 살짝 소개해볼까요?


   영화의 시작부터 울려대는 신경 쓰이는 전화 벨 소리. 이어서 화면은 달리는 지하철로 바뀝니다. 밤늦은 시간인 듯 조용한 그리고 무거운 느낌의 지하철의 한 차 칸. 졸고 있는 한 남자와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소녀가 있습니다. 어느 순간 갑자기 불이 나가기 시작하며, 한 칸 한 칸 어둠 속에 갇혀지는 공간. 그러자 소녀는 그것을 노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어둠을 틈타 잠에서 깨어나 도망가는 남자를 처참히 살해하고 마는데…….
   이렇게 시작되는 이야기는 소녀―사야가 어떤 조직의 의뢰로 일본 내 미군기지의 학교로 잠입하는 것으로 무대가 바뀝니다. 검은색 세라 복에 일본도를 휘두르는 강렬한 눈빛의 소녀. 그것은 의문의 연쇄살인현장 속에서 돌아다니는 익수翼手―치롭테라chiroptera라는 변종 뱀파이어를 처단하기 위해서였는데…….


   실사와 같은 배경. 그 속에서 그려지는 평범한 일상. 하지만 어두운 그림자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할로윈 축제를 기점으로 오리지널이라 불리는 사야와 익수라고 불리는 변종의 뱀파이어의 피 튀기는 살육의 시간이 펼쳐집니다. 아아. 극장에서 이 작품을 봤을 때 화면과 사운드에 푹 빠져 버렸었던 추억이 떠오르는 듯 하군요.


   이 작품을 보면서 느낀 점이라. 글쎄요. 느낀 점이라기보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뱀파이어끼리의 피 튀기는 이야기로만 생각되었는데. 작품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장면에서 사야가 죽어 가는 변종에게 슬픈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상처에서 나는 피를 떨어 뜨려주는 장면과 사건의 종료 후 양호선생의 독백을 통해 전쟁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인간들이, 지금도 어딘가에서 서로 죽이며 싸우고 있듯이 그 아름답고 무서운 생명체는……]

   특히 양호선생의 독백인 이 자막부분에서 생물학적으로는 같을 수밖에 없는 동족끼리 서로가 다르다며 전쟁을 하는 인류의 모습을, 오리지널과 변종으로 분류되어 서로 싸우는 사야와 익수의 모습을 통한 고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리석다고 생각되었던 인류 역사 속의 수없이 많았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전쟁. 그 모든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방법은…… 그리고 모든 인류가 하나 되는 방법은…… 역시 외계와의 전쟁일까요? 하핫. 이런 웃기지도 않는 상상까지 하며 추억의 명작의 감상기록을 종료합니다.


Ps. 이 작품은 '블러드 프로젝트'라고 해서 제가 감상한 단편 애니메이션과 만화책, 소설책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게임으로까지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조금 더 조사해보니 만화책은 동명의 제목으로 삼양출판사에서 나와있고, 소설책은 '야수들의 밤'이라는 제목으로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책이 나와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음 구할 수 있을 때 빨리 구해버리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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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가 무슨 말을 필립 K. 딕의 SF걸작선 2
필립 K. 딕 지음, 유영일 옮김 / 집사재 / 2002년 6월
평점 :
품절


제목 : 죽은 자가 무슨 말을What The Dead Men Say―필립 K.딕의 SF걸작선 2
저자 : 필립 K.딕Philip K. Dick
역자 : 유영일
출판 : 집사재
작성 : 2005. 04. 20.


   로빈 쿡Robin Cook 님의 브레인Brain을 읽을까 했는데 적립금으로 구입한 작품이 카툰다이어리 한 장 다 그리기 전에 도착해버렸습니다. 그렇게 필립 K.딕 님의 두 번째 작품집 '죽은 자가 무슨 말을' 입수하게되었습니다.
   [영화『스크리머스』『토탈리콜』의 원작 소설 수록]이라는 타이틀을 걸고있는 작품집. 과연 원작들은 어떤 내용이었을까 하는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책을 열어보았습니다.


   열 가지의 특화된 정보로 범인을 잡는 시대. 경찰들은 그 정보로 어떤 한사람을 잡게 되지만, 실상은 '아무도 못 말리는 M'이라는 이름의 기계가 입력된 명령에 따라 현장 흔적을 남긴 것인데……[아무도 못 말리는 M], 막연히 화성에 가고싶다는 생각을 가진 남자 더글라스 케일. 그는 어느 날 자신의 그런 욕구를 참지 못해 '리칼 주식회사'로 찾아갑니다. 하지만 화성에 갈 수 없다는 말과 함께 대신 화성에 갔었다는 기억을 주겠다는 제안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기억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잃어버린―화성에서의 일을 기억해내고 마는데……[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유엔군과 러시아 군의 대치. 로봇을 이용한 전쟁의 세계. 대부분의 도시가 파괴되어있고, 미국 연방정부는 달 기지로 이주한 상황. 살아남은 자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러시아군의 연락병이 유엔군의 벙커로 오다가 로봇―'갈고리 발톱'에게 살해당하고, 그 주검 속에서 발견되는 알루미늄 캡슐에는 각 대표자의 정책회담 제의 내용이 들어있었습니다. 대표로서 전방기지 사령부로 떠나는 헨드릭스는 그 여정 속에서 자신들이 만들어낸 로봇의 변종들을 하나하나 만나게 되면서 경악을 하게 되는데……[두 번째 변종], 반생명半生命상태의 '냉동인간'이 나오는 이야기. 그것은 죽음을 앞둔 사람을 얼려서 수명을 연장시키는 방법을 말하는 것인데요. 몸이 얼어 있다고 죽어있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장치를 사용해 반쯤 죽은 이와 대화를 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폐색증으로 쓰러진―지구에서 목성을 오가는 상업항로를 총괄 지휘했던―루이스 세라피스는 어떤 수단을 강구해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당황하기 시작하는 사람들. 그때 저 먼 우주에서 죽은 자의 목소리가 포착되는데……[죽은 자가 무슨 말을], 시공간을 초월하는 능력을 가진 에드나 버텔슨 부인이 나오는 이야기. 그녀는 자신만이 가진 능력으로 인해 원하는 시간과 공간에서 많은 돈을 벌고 있는데……[매혹적인 시장],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통해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심어주는 사업―'뮤즈 엔터프라이즈'가 나오는 이야기. 콩코드 병역 컨설턴트에서 일하고 있던 제시 슬라이드는 업무에 지쳐 휴가를 내고, '뮤즈'가 되어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에게 영감을 주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은 미래를 바꾸는 일이 되고 마는데……[오르페우스의 실수]

   이렇게 여섯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또 한번 조금씩 적은 줄거리로 대부분의 감상기록이 가득 차는 것 같군요.(웃음)


   [아무도 못 말리는 M]은 [마이너리티 리포트]와는 또 다른 범죄 대항 시스템에 흥미로웠고, [두 번째 변종]은 [존의 세계]와의 묘한 연결로 재미있었고, [오르페우스의 실수]는 [물거미]의 또 다른 시간여행 사고의 설정을 보는 듯 해 비슷한 주제로도 다른 표현의 상상이 가능하다는 것에 무엇인가 즐거웠습니다.


   [두 번째 변종]이 영화 '스크리머스Screamers'의 원작이며, 영화 또한 원작을 잘 표현했다고 하니 꼭 보고 싶어지는군요. 또한 영화 '토탈 리콜 Total Recall'의 원작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도 물론 먼저 접했었던 영화와는 대부분의 내용이 달랐지만 영상물의 환상적 표현을 떠올릴 수 있었기에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시대를 초월한 미래에 대한 상상력. 비록 암울할지는 몰라도 무시할 수 없는 무거운 고찰을 이번에도 진지한 생각을 가지고 책을 접해보았습니다.


Ps. '높은 성의 사나이The Man in the High Castle'와 영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의 원작소설인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도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아.자모네] A.ZaMoNe's 무한오타 with 얼음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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