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Pride and Prejudice and Zombies, 2016
원작 :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소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Pride and Prejudice and Zombies, 2009’
감독 : 버 스티어스
출연 : 릴리 제임스, 샘 라일리, 잭 휴스턴 등
등급 : 15세 관람가
작성 : 2016.07.19.
“죄송하지만 드라마로 다시 만들어주시겠어요?”
-즉흥 감상-
오랜 시간 소문만 무성히 돌던 작품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원작으로 따지면 차기작이 더 먼저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배신감까지 느끼고 말았는데요. 결국 베일을 걷고 저에게 인사를 건넨 작품은, 으흠. 위의 즉흥 감상으로 제 마음을 대신할까 하는군요.
작품은 ‘좀비와 뇌’에 대한 명언과 함께 말을 타고 초원을 가로지르는 남자로시작의 문을 엽니다. 그리고는 목적지에 도착한 자신을 ‘다아시 대령’이라고 소개하는데요. 모임에 참여한 사람 중 한 명이 좀비에게 물렸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한바탕 날뛰고 봅니다. 이어지는 좀비와의 투쟁을 다룬 18세기의 영국사를 요약하는 화면은 잠시 옆으로 밀어두고, 무기손질에 여념이 없는 아버지와 다섯 딸에게 이야기의 바통을 건네는데요. 전시상황이야 어찌되었든, 근처에 부잣집 도련님이 이사 왔다며 들뜬 어머니가 등장하십니다. 그렇게 혼기가 꽉 찬 딸들을 시집보내기 위한 계획을 세우지만, 사사건건 좀비의 습격이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었는데…….
현기증 나려고 하니, 이 영화가 재미있는지 아닌지 알려달라구요? 으흠. 결론부터 말하자면, 호기심에 영화를 보시는 건 말리지 않아도 추천은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6부작 미니시리즈를 너무도 재미있게 만난 다음이라, 이후에 본 2시간으로 압축된 영화에 실망을 한차례 했었는데요. 이번에는 ‘좀비’를 더해놓고도 2시간이 안 되는 상영시간에 정신줄을 놓을 뻔 했다는 건 비밀입니다! 크핫핫핫핫핫!!
예고편을 보니 섹시하고 과격한 액션이 정신없이 펼쳐질 것 같던데, 뭐가 문제냐구요? 음~ 그럼 그걸로 영화 한 편을 다 보셨다고 생각하시면 정신건강에 좋을 듯 합니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 전투장면은 조금밖에 없고, 대부분이 이해하기 힘든 감정적 줄다리기가 펼쳐졌기 때문인데요. 심지어 시청자가 밀당을 음미하기도 전에 서로의 마음을 합의해버리다니, 하아. 차리라 이것도 6부작 미니시리즈처럼 만들었으면 좋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뭐랄까요? ‘만들겠다고 큰소리는 쳤는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답은 안 나오고, 에라 모르겠다. 대충 이렇게 만들면 되겠지?’라는 기분이 들었는데요. 기왕 이렇게 할 거면 원작을 파괴하는 경우가 발생할지라도, 개인적으로는 ‘스팀펑크 코드’를 넣었을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이 영화에 맷닥이 나온다던데 정말이냐구요? 음~ 네. 나옵니다. 유일하게 캐릭터 본래의 역할에 충실하게 등장해 눈치고 없고, 실속도 없으면서, 어떻게든 다섯 자매중 하나와 결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는데요. 그런 충실한 역할놀이에도 불구하고, 사실 처음에는 알아보지도 못했지 뭡니까. 으흠.
R등급으로 만들어도 아쉬울까 말까한 내용을 PG-13으로 조정한다고 그런 사태가 발생한거라구요? 음~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셨는지는 몰라도, 그러고보니 등급이 낮았군요? 쩝. 같은 원작 소설가의 다른 작품인 ‘소설 ‘뱀파이어 헌터, 에이브러햄 링컨 Abraham Lincoln Vampire Hunter, 2010’도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는데, 이번 작품은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군요. 그러니 언젠가는 시청자가 원하는 등급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만을 바래봅니다.
그럼, 영화 ‘사일런트 나이트 Silent Night, 2012’의 감상문으로 이어보며,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칠까 하는데요. 분명 이렇게밖에 만들 수 없었던 제가 모르는 사연이 있었을 것이라 믿으니, 그저 영화와 관련된 모든 분들께 소리 없는 박수를 보내봅니다.
TEXT No. 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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