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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1
윤인완 글, 양경일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제목 : 아일랜드
저자 : 윤인완(글), 양경일(그림)
출판 : 대원문화출판사
작성 : 2006.01.07.
“만화로 그려진 퇴마록을 보는 기분이랄까?”
-즉흥 감상-
영화를 보자니 몸이 더 못 견딜 것 같고, 그렇다고 소설을 읽거나 쓰자니 머리가 욱신욱신 거려 뻗어버리기 일쑤, 이거 심심함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아 침대에 누워 책장을 훑어봅니다. 그런데 마침 만화책 한 묶음이 보이더군요.
그럼 악령의 기운에 휩싸여있는 섬 제주도, 그 사건 현장을 조금 소개해보겠습니다.
어두움 밤, 어느 외진 곳의 차안. 한 여자의 비명 소리와 함께 작품의 문이 열립니다.
이어서 대한그룹의 외동딸 원미호의 등장으로 이야기가 넘어갑니다. 사귀던 남자친구와의 이별로 홧김에 일을 해보고 싶다는 제안에 윤리 교사로 제주도에 오게 된 그녀. 그런데 자신을 마중 나온 직원이 눈앞에서 정염귀情炎鬼로 변해 위협을 가하게 됩니다. 그리고 때마침 나타난 구원자가 괴물을 토막내어버리는 군요. 하지만 죽음에서 구제된 기쁨도 잠시, 구세주로만 믿었던 남자는 제주도 전역을 뒤흔든 토막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처음 이 작품을 접했을 때가 거의 고등학교 때였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이우혁 님의 퇴마록에 미쳐있었는데,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아일랜드’라는 뭔가 색다른 작품을 만나게 된 것이었습니다.
돈 많고 성격 삐딱한 부르주아인 예쁜 여자와 상식을 불허하는 토막 살인범의 기묘한 만남과 어둠의 계약, 처음 봤을 때 에일리언을 연상해버린 요괴들, 한국에 있다는 친엄마를 만나기 위해 미국에서 오게 된 엑소시스트 요한, 그리고 일본과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마지막 에피소드 ‘또 다른 고향’까지 일곱 권의 만화책이 하루 밤 사이에 정신없이 흘러가는 듯 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미완이라는 기분과 함께 끝이 났다가, 후에 여섯 권의 소설책으로 그 뒷이야기와 만화책을 통해 못 다한 이야기를 했고, 지금은 영화 제작 소문의 루머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런 중에도 다시 처음부터 읽게 되었더니 그 당시에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 보이자 기분이 새롭더군요.
이 작품의 창조자인 두 분은 요즘 ‘신암행어사新暗行御史’라는 작품을 일본과 한국에 연재하고 있으며 앞선 감상기록에서도 있듯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바 있습니다. 제가 왜 이런 소리까지 하는고 하니, 이 두 작품을 통해서 작가들이 하는 공통된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지요. 바로 인과응보의 성질, 악한 일엔 악한 것이 선한 일엔 선한 결과가 생기는 관계,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반듯이 있다는 인과율과도 상통된다고 하는 ‘인과성因果性’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특히 신암행어사에서 심도 있게 다루는 내용이지만, 개인 적으로는 아일랜드에서 종례에 느껴보지 못한 신선함이 있었기에 더욱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 말씀 드리겠습니다.
신감각 미스터리 호러 액션 ‘아일랜드’. 나름대로 현재를 무대로 펼쳐지는 판타지. 후훗. 한때 ‘퇴마록’을 영화로 만들었던 것을 보고 엄청 욕을 하다가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이분들이 퇴마록을 만화책으로 만들었으면 어떨까?”라며 친구들과 뜨거운 토론을 벌였던 추억이 문득 떠올라버렸습니다. 왜 이런 토론을 벌였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이 작품을 접해보시지 않은 분들을 위해 조용히 입을 다물기로 하겠습니다.
약을 먹고 자기 전에 동생이 타준 따뜻한 복합 꿀 차를 마시고 땀 빼고 잤더니, 한결 회복된 기분이 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영화를 본다고 차가운 방에 앉아있으면 잔소리 들을 것 같으니 오늘은 누워서 책이나 읽어야겠군요. 그럼 앤 라이스님의 ‘미라 람세스The Mummy or Ramses the Damned’를 집어 들며 감상 기록을 종료하고자합니다.
Ps. 이번 감기는 뭔가 심상치 않은 기분이 있습니다. 감기도 잘 걸리지 않던 제가 감기에 걸린 것도 문제이지만, 세상에나. 저는 감기 걸려서 한 번도 토해본 적이 없었는데…… 아무튼 다들 감기조심하세요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