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여우
콘 사토시 감독 / 대원DVD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제목 : 천년여우Millennium Actress
감독 : 곤 사토시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작성 : 2005. 11. 10.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즉흥 감상―

 
  언제부터이던가 '꼭 보고 싶다'라는 느낌이 들었던 작품이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천년여우'. 특별히 이런 내용이라던가에 대한 정보도 없이 무작정 보고팠던.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접할 수 있었던 이번 작품을 조금 소개해보겠습니다.

 
  시설의 노후문제로 철거하게된 긴에이 영화 촬영소. 그것을 기념하기 위한 특집으로 한때 최고의 배우로 이름을 날렸던 후지와라 치요코라는 이름의 여인을 인터뷰하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30년 전 어느 날 갑자기 모습을 감춰버린 그녀는 70이라는 나이로 조용히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인터뷰의 시작과 함께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중요한 것을 여는 열쇠'와의 재회를 통해, 그녀의 인생이 지진과 함께 깊은 잠에서 깨어나게 되는데…….

 
  이 작품에 느낄 수 있었던 매력이라면 인터뷰를 통한 그녀의 과거가 그녀의 영화들의 장면들과 오버랩 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혼란을 주기도 했지만, 그 자체가 하나의 매력이었던 것이지요.
  어느 눈 오는 날 마주친 '활동가' 남자와의 만남과 아쉬운 헤어짐. 열쇠와 약속의 그날을 남긴 체 사라져버린 그를 한번이라도 다시 만나고픈 마음. 그리고 영화를 통해서라도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그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힘이 되어주는 열쇠와 함께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의 질주 속에서 마주치게되는 그림자 속의 악령 등. 이 모든 이야기가 짜임세 있는 구성과 함께 가슴 찡한 이야기가 되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인터뷰 속에서 펼쳐집니다. 하지만 결말은…… 직접보고 판단해주시기 바랄 뿐이군요.

 
  전후의 혼란의 시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비극.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질주. 이런 이야기를 접하고 있다보니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하는 질문을 떠올리고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뭐랄까요? 특별한 목적의식이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무엇인가 정신없이 이것저것을 하고 있는 저를 보자니 마치 '나'라는 것의 존재의 이유가 뚜렷하지 못하다는 것에 저 자신이 너무 미워져버리는 듯 했습니다.
  미래를 향한 비전과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정체성마저 잃어버린 듯한 기분. 분명 무엇인가 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이 끝없는 공허는 무엇이라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영화를 보고 있다보면 수많은 역할을 하게되는 배우라는 사람이 부러워지곤 합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거지에서 대통령, 아니 피조물에서 신까지 될 수 있는 그들을 보고있자니. 시공간을 초월하는 그들의 다양한 모습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는 법. '천년여우'인 치요코 또한 한 사람의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만나고 싶은 그를 만나기 위한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게 되지요.

 
  영화 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인생을 통해서 영화를 말한다. 그렇기에 진정으로 빛이 될 수 있었던 한 여인의 이야기. 순수하게 타오르는 그녀의 이야기가 어쩐지 제 마음속에 한창동안 메아리칠 것만 같습니다.

 
  그럼 시간의 흐름 속에서의 비극을 이야기하는 칼자국 흉터 얼굴 남자를 회상하며 이번 감상기록을 종료하고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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