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랑드르 거장의 그림 열린책들 세계문학 216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 :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La Tabla de Flandes
저자 :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Arturo Perez-Reverte
역자 : 정창
출판 : 열린책들
작성 : 2005. 07. 25.
 

  앞서 읽은 소설 '뒤마 클럽El Club Dumas' 이후 구입하게 된 같은 작가의 소설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 사실 수중에 들어온 것은 1주일이 조금 지났지만, 제가 그동안 소설 '개미Les Fourmis' 3부작을 읽고 있었던지라 같이 군복무하고 있던 의경한테 먼저 빌려줬었습니다. 그런데 전역해야한다면서 반만 읽고 반납해 주더군요. 그런고로 이번 주말은 예술·역사 추리소설과 함께 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럼 5세기라는 시간의 공백을 둔 살인사건의 미스터리를 뒤쫓는 주인공들을 살짝 따라 가 볼까요?
 

  예술품 복원가 홀리아. 그녀는 자신이 복원중인 〈체스게임〉이라는 플랑드르 거장―피터 반 호이스의 그림 속에 숨겨진 글씨를 발견하게 됩니다. 엑스레이 판독결과 화가가 직접 글씨를 쓰고 색을 덮어 숨겨버린 글씨 'QUIS NECA VIT EQUITEM―누가 기사를 죽였는가?'. 그녀는 작품이 속삭이는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마음속 상처로 남은 연인이자 예술사가인 알바로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게되고, 대부에 가까운 골동품상 세사르의 조언으로 소규모회사의 회계사원인 체스플레이어 무뇨스를 만나는 등. 그림에 얽힌 미스터리를 하나씩 풀어나가기 시작합니다. 결국 역사 속 살인의 진상이 밝혀지게 되지만, 〈체스게임〉은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살인'이라는 이름으로 고도의 두뇌게임을 알리기 시작하는데…….

 
  앞서 접했던 소설 '뒤마 클럽'처럼 역사를 지닌 예술품의 난무 속에서 미스터리에 쌓인 사건들이 본 모습을 찾아가는 내용의 추리소설 같았습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무뇨스가 등장하는 부분인 체스 대국에서의 그 현장감 넘치는 표현에, 예전에 관심이 있다가 포기해버렸던 '체스'를 다시 해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나더군요(웃음)
  또한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될 〈체스게임〉의 도표그림과 함께 하는 텍스트들은 복잡한 논리의 쉬운 설명과 함께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사건 속에 동참하게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흑과 백의 64개의 칸과 32개의 말이 아닌, 그 속에 담겨진 역사와 사람들의 심리. 그리고 이세상의 오묘한 법칙의 대변代辯들. 거의 문외한에 가까운 저 같은 독자들에게도 쉽게 설명하려고 하는 작가의 끈질긴 노력이 엿보이는 작품이라 받아들였습니다.
  거기에 앞서 접했던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冷靜と情熱のあいだ'의 남자주인공 쥰세이의 직업이기도 했던 '예술품 복원가'에 대해서도 좀더 알게되었는데요. 단순히 파손된 예술품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을 그린 화가의 심정이 되어 역사를 재구성하는 모습 또한 생생하게 묘사하는 작가의 능력에 감동해버렸습니다.

 
  고대의 예술. 그것은 현대인들에게 있어 거의 미스터리에 가까운 이면을 가진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것은 물질적인 완전한 복제가 가능할지라도 예술가들의 장난 마냥 숨겨진 또 다른 이야기들은―그것을 해독하는 이들도 그저 신기하지만―그러한 장치들을 마련하는 예술가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생각해보게 하는군요.
  결국 5세기의 공백을 뛰어넘어 밝혀낸 사건의 진상은 자칫 '유럽의 역사마저 다시 쓰게 할 수도 있었다'라는 파격적인 이야기. 만일 우리들 앞에 이런 식의 엄청난 진실이 놓여지게 된다면, 그리고 그 진실로 인해 '죽음의 게임'이 시작되려한다면…… 아아 생각도 하기 싫습니다.

 
  그럼 이 작품을 읽고 난 뒤의 즉흥 감상을 마지막으로 이 기록을 마칩니다.
 

"우리는 미래로의 비전만 볼 것이 아니라,
지나간 과거의 유산을 재검토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하지 않을까?"
 
 
[아.자모네] A.ZaMoNe's 무한오타 with 얼음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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