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지옥소녀 3기 地獄少女 三鼎, 2008
제작 : 스튜디오 딘
감독 : 와타나베 히로시
등급 : BA-17
작성 : 2009.06.16.
“엔마 아이, 그녀는 왜 돌아왔단 말인가?”
-즉흥 감상-
애니메이션 ‘캐산 Sins キャシャ ン Sins, 2008’도 열심히 보고 있었다지만 때마침 방영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지옥소녀’ 그 세 번째 이야기가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기에 같이 달려보게 되었다는 것으로, 소개의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합니다.
작품은 저녁노을이 붉은 시간. 어떤 마을에 푸르게 빛나는 작은 공과 보랏빛으로 빛나는 나비가 돌아다니던 중으로 가게 안의 어떤 인형이 생명을 얻게 되었다는 것을 먼저로, 그동안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지옥소녀의 심복(?)들이 소환되게 되었다는 것으로 시작의 문을 열게 됩니다.
그렇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던 중학생 소녀가 이야기의 바통을 이어받게 되는 것도 잠시, 지옥소녀가 그녀의 몸을 빌리게 되었다는 것으로 본론으로의 문이 열리게 되는데요. 계속되는 이야기로 소녀는 사람들의 원한을 접수받아 그것을 처리하게 되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고통스러워 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결국에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마저 원한의 희생양이 되어버리고 심지어는 그녀가 지옥소녀의 후임이 될 운명이라는 언급에 그것을 완강히 거부하게 되지만, 결국 드러나게 되는 그녀의 진실은 그녀를 경악하게 할 뿐이었데…….
아아. 모든 죄업을 해결하고 승천한 줄로만 알았던 지옥소녀가 돌아왔을 때는 그녀의 심복들의 반응마냥 그저 어벙벙 한 것이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접수된 원한을 해소시켜주는 그들의 모습이 여전히 이해하고 싶지 않았는데요. 그래도 타인이 몸을 빌려 의뢰받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 출동하는 그녀의 모습은 충격적이면서도 심히 아름다웠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앞선 두 묶음이 더 인상적이었다고 말하고 싶은데요. 그런 한편으로는 이런 ‘지옥소녀’를 체계화 시키려는 노력이 보인다는 점에서 다음에는 또 어떤 이야기의 묶음을 준비하고 있을 것인지 그저 기대가 될 뿐입니다.
제 기록을 읽어주시는 분들은 어떤 원한을 가지고 계시는지요? 가족? 친구? 학교? 사회? 그 어떤 것이든 나 이외의 타인과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기에 갈등이 발생하는 요인일 것인데요. 일부러 잠들어있는 과거를 깨우지 않는 이상은 저 또한 죽여 버리고 싶은 이들이 있었다는 것이 그저 씁쓸한 뒷맛마냥 기억의 한 구석에 흔적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아무튼, 작품은 남의 힘을 빌리는 것 보다는 자신의 힘으로 그것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은 언젠가 자신에게도 원한의 화살이 날아올 수 있다는 것을 이번 묶음은 말하고 있는 듯 했는데요. 후우. 원한이라. 한국의 정서는 한의 정서라고 배워왔다지만, 이번 작품처럼 저런 초자연적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자체로 악몽이 될 것 같아 무섭습니다.
음~ 솔직히 이번 묶음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하는 것인지 확신이 서질 않았습니다. 앞선 이야기들과는 무엇인가 그 맛이 달랐기 때문인데요. 첫 번째 이야기가 ‘지옥통신’에 대한 설명이었으며, 두 번째 이야기가 ‘지옥소녀’에 대한 설정풀이였다면, 이번 편은 무슨 이야기를 한 것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생각하게 된 것을 조금 적어보면 ‘그녀 또한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는 있었구나?’, ‘운명은 거스를 수 없는 법일까?’, 그리고 위에서도 잠깐 언급한 ‘이것은 지옥소녀를 체계화하기 위한 디딤돌?’ 정도가 되었는데요. 다른 분들의 감상을 통해서는 ‘감독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들이 보였을 정도이니 네 번째 묶음을 통한 깨끗한 해명의 시간이 있었으면 해봅니다.
그럼,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마주할 수밖에 없는 노동의 현장으로 떠나보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록은 여기셔 마쳐볼까 하는데요. 오늘 하루도 원한 관계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도해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