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The man in the lower, 1999
감독 : Robert Morgan
작성 : 2007.11.16.
“죽어도 좋아!?”
-즉흥 감상-
외국 작품, 특히 영화를 보게 될 경우 자막이 없으면 아예 볼 생각부터 하지 않는 분들이 더러 있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실감해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렇게만 말한다면 당장 ‘그럼 당신도 소설을 원서로 보면 되지 왜 번역본이 빨리 안 나온다며 투덜거리냐?’고 딴지를 거실 분들이 있겠지만, 영화일 경우에는 대사 하나도 없이 영상만 계속되는 작품도 있기에, 이번에는 장편도 아닌 단편으로 자막 없이 보셔도 충분히 볼 수 있었던 작품 하나를 조금 소개해볼까 합니다.
작품은 무엇인가 자글거리는 소리 하나 가득, 구더기라 생각되는 어떤 생명체의 모습과 노인의 사진, 거기에 사진의 실제 주인공의 모습으로 시작의 문을 열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그가 고기를 한 점 집어 생명체에게 먹이로 주게 되고 참 맛있는 소리가 나며 식사시간이 펼쳐지게 되는군요.
그렇게 홀로 사는 사람의 무료한 듯 하면서도 외로운 삶의 모습이 보여지던 중 옆방에서의 인기척에 침대를 옮겨 벽에 나 있는 구멍을 통해 옆방 사람의 모습을 보게 되는데요. 이런!! 그만 옆방 사람의 자살현장을 목격하게 됩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노인, 결국 옆방 노파의 시체를 자신의 방으로 가지고 오게 되지만…….
아아. 너무나도 사실적이었습니다. 인형으로 만들어진, 그러니까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만들어져있다고 판단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사실적이라는 기분이 들어버렸던 것입니다. 보통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일 경우 자막을 통한 시선의 분산을 이용해 ‘부자연스러움의 실종’을 경험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 작품일 경우에는 그저 잡음처럼 들리던 여러 소리들과 상처가 많은 필름인 듯 은근히 자글거리는 화면을 통해 우선 일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게 되었고, 이야기를 하기 위한 소품 등 여러 장치들이 시적인 듯 하면서도 사실감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군요.
네?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니 즉흥 감상이나 설명해 보라구요? 아아. 그것은 바로 이번 작품을 보면서 불현듯 영화 ‘죽어도 좋아! Too Young To Die, 2002’의 포스터가 떠올라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작품을 보셨던 분들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아지 접하지 못한 그 작품의 제목과 포스터만 보았던 저로서는 이 작품의 마침표와 그 상황이 절묘하게 어울린다고 생각이 들어버렸는데요. 으흠. 그래도 아직 안본 영화를 가지고 뭐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있으니 언제 기회가 되면 만나보기로 하겠습니다.
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라. 개인 것으로는 ‘외로움’을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단지 인형을 그런 식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분명 ‘노인’의 모습을 만들었다고 받아들일 수 있었으며, 역시나 옆방에 사는 노파의 죽음 또한 ‘외로움’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요. 그나마 벽의 구멍을 통해 외로움을 삭이던 노인이 옆방의 노파가 자살을 해버리자 어떻게 보면 그저 엽기적일 수밖에 없는 어떤 일을 하게 됩니다. 아아. 워낙에 짧은 이야기를 담은 단편작품이다 보니 그 이상 말해버렸다가는 작품 전체를 이야기하게 되는 결과를 초례할 뿐인지라, 자세한 것은 직접 이 작품을 통해 확인해 주셨으면 할 따름이군요. 아무튼, 외로움은 정말이지 무서운 이웃 같습니다.
네? 작품을 못 찾겠는데 또 어디서 구했냐구요? 으흠. 전부터 재미있다 싶은 것을 막막 던져주시는 분께서 주셨던 많은 작품들 중에 하나라고만 말씀드리며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쳐볼까 합니다. 그럼 내친김에 같은 감독의 또 다른 작품 ‘The cat with hands, 2001’을 집어 들어 볼까나요? 아아. 그나저나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라니요. 저도 사랑에 빠지면 저렇게 되고 마는 것일까 무서워집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