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장몽 長い夢, Long Dream, 2000
원작 : 이토준지-코믹 터널괴담トンネル怪談- 이토 준지 공포 만화 콜렉션 14, 1998
감독 : 히구친스키
출연 : 호리우치 마사미, 카시와바라 슈지, 츠구미, 츠다 겐지로, 하츠네 에리코 등
작성 : 2007.02.22.
“한 방울의 눈물 속에 녹아있을 또 하나의 무한 우주를 위하여.”
-즉흥 감상-
짧다면 짧다고도 할 수 있을 설 연휴를 위하여 하루 일찍 조부모 님 댁을 말하는 산골짜기의 시골집을 방문하게 되어버렸습니다. 덕분에 관리 중이던 블로그나 미니홈피에는 설 연휴 동안 생존하시길 바라는 인사도 못하고 말았지만, 인터넷과 단절된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급하게 구한 영화들이 있었으니. 그 선두로 만화책에서는 ‘기나긴 꿈’이라는 제목으로 만날 수 있었던 이번 작품을 조금 소개해볼까 합니다.
작품은 죽음의 공포와 영원한 삶에 대한 짧은 철학을 말하는 것으로 우선 그 문이 열리게 됩니다. 그리고는 빨간 우산을 천천히 들어 올려 자신의 모습을 보이는 하얀 옷을 입은 소녀의 모습으로 이어지게 되는군요.
그렇게 어둠이 내린 시간. 차갑게 윤기가 흐르는 복도로 장소를 이동하는 장면은 한 여자의 방을 감시하는 방범카메라의 시야로 옮겨지게 되는군요. 그런데 죽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그녀를 방문하는 어떤 존재가 있게 되고 여자는 극한의 공포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건의 진상을 알고자하는 과정을 통해 밝혀지기 시작하는 침입자의 정체는 사실 점점 길어지는 꿈을 꾼다는 한 남자환자였는데요. 그의 잠은 바라보는 이에게는 그저 짧은 한 순간이었지만 당사자에게는 매번 다른 꿈을 꿀 때 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시간의 증세를 말하기 시작하고, 결국 장대한 꿈속의 시간으로 인해 외모마저 이질적으로 변해버리게 되는데…….
사실 여기까지만 적는다면 만화책 단편정도의 내용 안내와도 별로 다를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짧은 이야기를 한 시간 정도의 분량으로 만든다고 나름대로 고생한 흔적이 듬뿍 묻어나오는데요. 그렇게 원작에는 없는 이야기를 집어넣으면서까지 다른 이토준지 원작의 영화들보다 괜찮다는 느낌이 들어 감독을 조사해보니 영화 ‘소용돌이うずまき, 1999’를 찍으셨던 분이더군요? 비록 영상화 된 작품이 원작과는 달라진다 하여도 욕을 하기보다는 칭찬을 하고 싶을 정도로 만드는 그 정성이 느껴지는바 그저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가질 뿐이었습니다.
영원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나름대로 마감의 시간을 가진 생명체들의 소망으로 말해지곤 합니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는 꿈 속에서나마 영원에 가까운 시간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나오게 되는데요. 꿈속의 시간이 점점 길어짐에 현재의 인격보다 꿈속에서의 인격에 잠식되어가는 인간의 공포를 그리고자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지만 그만큼의 표현은 잘 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만 만화책에서의 그 기괴함을 안정적인 감각으로 영상화 했다는 점은 칭찬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럼 지금 이렇게 감히 ‘무한’이라는 말과 함께 감상기록을 이어가는 제 모습 또한 또 다른 저 자신의 꿈속에서 언제 끝날지 모를 또 하나의 꿈은 아닐까 생각해보며 이번 감상기록을 마쳐볼까 하는군요.
Ps. 휴우. 시골에서는 영화를 한편 보는 것도 생각보다 힘이 드네요. 이제 초등학교 6학년 된다는 사촌동생이 아직 철이 덜 들어서인지 하루 종일 옆에서 제잘 제잘 제잘. 헤드폰을 끼고 영화감상에 들어갔다고는 하나 영화의 설명을 부탁하기에 정지하고 재생하기를 수십 번. 아는데 까지 해설을 열심히 해주는 제 모습을 보신 부모님이 “어차피 이해도 못할 녀석한테 뭐 그리 상세한 가르침을 주느냐?”고 하시니 그냥 꿀밤을 쥐어박아주고 영화를 봐버릴까 하는 생각이 다 드는 듯 합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