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미녀와 야수 Beauty and the Beast, 1989

저자 : 바바라 햄블리

역자 : 정성호

출판 : 열림원

작성 : 2002.02.27.



수중에 있는 돈은 오천 원. 헌책방에서 약간 두껍다 싶은 것은 삼천 원으로, 보통은 이천 원이면 한 권을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 ‘타임 투 킬A Time To Kill, 1996’의 원작이자 법정 소설로 유명한 작가인 존 그리샴 님의 책을 사고 싶었기에 헌책방을 들르게 되었는데요. 작가님의 책을 일단 두 권 뽑아들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이리저리 복잡하게 섞인 모습을 자랑하는 책들을 살펴보니, 아닛!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입니까? 몇 년 동안 찾다가 포기했었던 추억의 책이 저의 시야에 포착되어 버린 것이었습니다! 떨리는 손, 떨리는 몸, 거기에 온 마음이 떨려버렸기에 저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아버렸습니다!!


제 기억이 옳다면 이 작품은 초등학교 때쯤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외화드라마 중 하나였는데요. 맨하탄 지하도시에 사는 반은 사자 반은 인간인 야수 ‘빈센트’와 지상에서 사는 미녀 ‘캐서린’이 주인공인 이야기입니다. 화면상의 빈센트의 모습은 ‘인자함’과 ‘부드러움’ 그 자체로, 드라마의 내용은 잘 생각나지 않고 사진 같은 화면과 그 당시에 느꼈던 감동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는데요. 아무튼, 중학생일 당시 읽었던 원작 소설을! 헌책방에서도 포기해버린 그 책이 제 앞에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방금 짧게 서술했지만 그 내용을 좀 더 적어보겠습니다. 어머니 없이 아버지의 과보호 속에서 반발심과 함께 성장해온 캐서린. 하지만 성인임에도 아버지 아래에서 법률 사무소 직원으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요. 조금씩 그 사이가 벌어지고 있던 애인인 톰과의 생활은 잠시. 어느 날, 납치를 당하는 캐서린은 센트럴 파크에 버려지게 되면서 '죽음'에 직면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구해주는 자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빈센트. 그녀는 치료를 받으며 맨하탄 지하에서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서 버려지고 역시 세상을 버린 사람들의 집단을 알게 되는데요. 10일 동안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고 지상으로 복귀하게 되는 그녀는 아버지에게 독립을 선언하고는 지방검사 사무실에서 일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사건을 역 추적해 나가기 시작하는데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빈센트와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고 사건의 진상이 하나 둘씩 밝혀지려 하지만, 그 사건과 관련된 자들이 연이어 죽음을 마주하게 되더니 이번에는 그녀 자신이 위험에 직면하게 되었는데…….

아아. 너무 캐서린 이야기만 한 것 같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지하 도시로 시점을 옮겨, 캐서린이 떠나고 빈센트는 이제껏 알지 못한 감정의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떠나보낸 그녀를 느낄 수 있게 되는데요. 하지만 그런 변화된 삶에 놀라는 것도 잠시, 지하도시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바로, 펌프의 고장으로 지하도시가 침수될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었는데요. 최소한의 인명피해는  뒤로, 다시 보수작업에 들어가게 됩니다. 아~ 지하도시여 영원하리라! 한편, 보수작업을 열심히 돕던 빈센트는 본능적으로 캐서린의 위험을 감지하고, 그녀를 향해 달려가는데…….


흠~ 너무 정신없이 내용만 말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제가 싫어하는 멜로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현대적으로 다시 만들어진 고전 ‘미녀와 야수’에, 파이프를 두드림으로서 신호이자 대화를 나누며, 지상의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를 이용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만, 연속극에서 보았던 환상적인 장면들의 잔상 때문일까요? 너무나도 이색적이면서 낭만적이었습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사랑’이야말로 대단한 힘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는데요. 육체적인 것을 초월한 정신적인 사랑. 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이란 말입니까? 그런 한편으로는 ‘독립의 정신’을 말할 수 있겠는데요. 지하도시의 젊은이들이 지상으로 나가려 하는 것과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려는 캐서린의 모습을 통해 그것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랑’. 그것의 정의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요? 이 물음에 대해 작품은 위험하지만 아름다운 하나의 우화를 보여주는 듯 했는데요. 제 기록을 읽어주시는 분들은 ‘사랑’에 대해 무엇을 말하시렵니까? 저는 모르겠습니다.

 

 

TEXT No.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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