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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여인숙
조너선유 지음 / 조너선유커뮤니케이션 / 1999년 8월
평점 :
품절

제목 : 고양이 여인숙
저자 : 유상욱
출판 : 조너선 유 커뮤니케이션
작성 : 2004. 8. 3.
이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이 언제였을까요? 그나마 기억에 있는 것은 2000년이 되기 전 어느 날 이라는 것이군요. 지금은 없어져버린 단골 서점에서 발견했었던 검은 표지의 소설책. 특이한 제목 - 고양이 여인숙 - 때문이었는지 알 수 없는 이상한 끌림이었는지 결국 몇 차례 방문 중 이 책을 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긴 그때만해도 세기말이나 초자연적인 사건들의 이야기, 괴담 같은 것을 찾아 읽었으니 그런 영향이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웃음).
조너선 유, 본명은 유상욱. 충무로의 이단아라는 별명을 가진 영화감독입니다. 처음에는 조너선 유라는 이름 때문에 몰랐었는데, 지금은 폐쇄 되고 없는 그의 커뮤니티 홈페이지를 방문했을 때. 자신이 쓴 피아노 맨을 영화로 찍었다는 사실과 영화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의 감독이었다는 사실에서 느꼈었던 신선한 충격. 분명 그가 찍었던 영화가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그의 작품은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감히 말하는 바입니다.
으음. 너무 서문이 길었군요. 그럼 오랜만에 다시 읽은 고양이 여인숙의 세계로 빠져들어봅니다.
지옥의 입구에라도 들어가려는 듯한 비장한 각오의 주인공 - 건석과 개 세마리. 그것은 그의 알 수 없는 증오와 공포를 동반하고 있었습니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어 그의 친구 S에게 도착한 한 원고의 내용으로 이어집니다. S는 내심 기다리던 원고라며 좋아하는 한편 사라져버린 친구 때문에 마음 아파합니다. 그리고 사라져버린 친구의 행적을 뒤?기 위해 그 기록을 읽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5년 전의 건석과 그와의 백년가약을 맺은 은주의 이야기. 그 둘에게 있었던 2년전까지의 즉, 3년 간의 혼수상태에서의 또다른 차원에서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혼자 깨어난 건석의 2년동안의 이야기와 함께 건석은 이 기록을 S에게 넘기고 다시금 지옥을 향해 간 것입니다.
심장이 약해 미국에서의 수술을 기다리는 은주. 그런 그녀를 사랑해 자신도 미국행 비자를 신청하지만 실패하는 건석. 그런 둘의 안면도를 향한 여행. 하지만 시공의 틈을 통과한 그들에게 벌어지는 살육의 축제. 그리고 탈출. 하지만 건석은 자신을 사랑하는 그녀를 실수로 시공의 틈 너머에 놔두고 마는데...
스티븐 호킹 박사의 양자우주, 블랙홀. 뉴턴의 절대적 위치, 아인슈타인의 절대적 시간. 앞서 말한 두 가지를 무시해 만들어진 쌍둥이 역설의 법칙. 인과율의 법칙과 패로독스. 그리고 평행우주에 대한 이야기. 호러물로 시작한 이야기가 자칫 SF로 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름대로 신빙성있는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어떠한 현상을 규명하기 위한 수많은 이론들. 잃어버린 사랑과 시간을 되찾기 위한 욕심을 가지는 사람들. 그런 그들의 앞에 다시금 지옥의 문은 열리고 광란과 살육의 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겨우 시공의 문이 닫히지만, 건석은 결국 복수를 하기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그녀를 되찾기 위해 기록을 남기고 그 지옥 속의 그녀를 찾아 떠나게 됩니다.
조너선 유. 아직 작성하지 않은 감상문 - 소설 피아노 맨도 그렇지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칫 머리가 아플 수 있는 무수한 이론들을 나열하면서도 스피디한 전개를 자랑하는 문장력. 한 개의 답을 향해 각기 다른 해석으로 접근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정말 사실감 있게 잘 표현하고 있어 그저 놀라움으로 와 닿습니다.
반전되는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몇 번이고 다시 보는 영화 유쥬얼서스팩트 처럼 몇 번이고 다시 읽었던 작품. 결말을 알면서도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만하는 절대적 사랑이야기의 감상을 여기에서 종료하는 바입니다.
한여름의 호러작품을 찾는, 만일 이 감상을 읽는 분들에게 이 고양이 여인숙이라는 특별한 작품을 감히 추천해드리는 바입니다. 물론 그녀를 되찾기 위해 오늘 지옥에 갈 준비가 되어있다면 말이지만요.
Ps. 유상욱 님의 다음 작품인 '소설 요한계시록'을 읽어보고 싶은데 이상하게 책이 나왔는가에 대한 정보 조차 잡히지 않습니다. 출판 예정까지만 하고 책이 안나온 것인지 원. 애타는 기분으로 웹을 항해하는 바입니다.
[아.자모네] A.ZaMoNe's 무한오타 with 얼음의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