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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박일 / 등불(=징검다리) / 1995년 7월
평점 :
절판
제목 : 거미
저자 : 박일
출판 : 등불
작성 : 2004. 7. 20.
몇십년이 지난 작품이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있는 반면, 한 번 이상 읽기 거북한 작품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경대 후문의 헌책방에 갔었다지요. 하긴 군 생활 중이니 가끔 갈 수 밖에 없는 처지군요. 그렇게 몇 달 만에 찾은 헌책방은 예전보다 더 많이 싸여버린 중고책들로 공간이 정말 좁아져버렸답니다. 하지만 그날 역시 생각치도 못한 책들이 발견되어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Foundation 1, 2, 3'. 딘 R. 쿤츠의 '운명의 추적Lightning'. 그리고 한때 미니시리즈로 방영한 '거미'의 원작 소설 '거미'. 그럼 14박 15일 동안의 1차 휴가에서 복귀 후 읽은 '거미'의 작품 속으로 빠져들어가 봅니다.
미생물학자 김우혁. 그런 그를 짝사랑하는 기자 이미란. 그리고 3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오는 우혁의 옛 애인이자 거미연구소 부소장이된 강주리. 그런 주리의 연구 프로잭트를 빼내기 위해 그녀의 얼굴로 성형수술을한 롬 진리교의 미치코와 그녀를 따르는 부하들. 그밖의 죽어가는 서울시민들과 의문의 사건을 뒤쫓는 형사들의 이야기.
SF와 로맨스, 의문의 살인사건이 이어지는 이 작품은 예전에 TV에서 방영할 때의 거미를 다시 접해보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이 작품이 영상화 되었을때도 그랬지만, 촬영기법이 이 감상문을 쓸때보다 더 열악했었지요. 그나마 원작 소설이 더 재미있을 거라는 기대로 작품을 끝까지 읽었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영상물도 원작도 그리 마음에 안드는 작품이 되는 것에 아쉬움의 실망감이 도는 느낌은 어쩔수 없군요.
영상물은 일단 그렇다치고, 소설은 뭐랄까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알겠는데, 케릭터의 심리묘사와 사건의 진행과정, 그리고 상황의 갈등 구조와 상황묘사 등이 뭐랄까요? 약간 어거지로 전개되는 드라마를 보는 듯 했다고 감히 말하겠습니다.
이런 현상은 어떻게 보면 그 당시에 유행처럼 많이 나왔던 외화 '거미' 영화 때문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이미 예상할 수 있는 모든것을 재탕하는 것 처럼 보이기에 그만큼 흥미를 상실해버리는 것이지요. 제 기억속에는 그 당시에 꾀나 사실적인 '거미 호러'영화가 많이 나왔었고, 거기에다가 드라마 '거미'나 영화 '거미'나 장소 설정만 다를 뿐 이야기 전개가 비슷한 면이 많았었지요.
이번 '거미'의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생각하는 것이지만 '95년이나 요즘이나 아직 한국의 SF문학은 그리 큰 변화를 못 가진것만 같아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그나마 SF문학에서 조금 진전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예전이나 요즘이나 한국은 SF의 불모지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지요.
뭐 남말한 처지가 아닌 나름대로 글을 쓴다고 까부는 저의 입장은 그나마 '거미' 등의 작품이 최근의 드라마 'RNA'와 같은 작품이 나올 수 있는 선배격으로 한국형 SF의 효시가 되었다는 점에 감사할 뿐입니다. 물론 본인은 'RNA'도 욕을 하고 차라리 드라마 'M'을 더 작품으로 취급하지만 말입니다.
SF를 사이언스 픽션Science Fiction이 아닌 사이언스 판타지Science fantasy로 인식하는 현대의 독자들과 초보 작가들. 아무리 '거미'가 그리 흥미있게 읽지 못한 작품이지만 저는 '거미'는 분명 SF라고 인정합니다.
SF의 기분 취지는 어떠한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여 어쩌면 다가올지도 모를 미래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럼 나름대로의 추억의 작품인 '거미'의 감상을 종료합니다.
Ps. 드라마 'M'도 다시보고 싶지만 드라마 '거미'도 다시보고 싶어지는군요. 기억에 남는 것은 살인거미로 인해 아수라장이된 건물안으로 살충제를 들고 뛰어들어가는 남자와 여자인데... 나름대로 열악했던 추억의 작품을 다시 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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