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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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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로드 THE ROAD, 2006
저자 : 코맥 매카시
역자 : 정영목
출판 : 문학동네
작성 : 2009.01.16.




“모든 것이 끝났을 때.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즉흥 감상-




  지난 크리스마스이브. 서울에서 만난 지인분과 선물교환이 있었고, 그동안 그토록 읽어보고 싶었던 것을 선물로 받게 되었다는 것으로, 소개의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합니다.




  작품은 어둠이 내린 숲 속에서 문득 깨어나는 남자와 옆에서 곤이 자고 있는 아이가 있었다는 것으로 시작의 장을 열게 됩니다. 그리고는 한낮이 되어도 잿빛으로 어두운 나날 속에서 언제 끝이 날지 모를 기나긴 여정 속에 그들이 있었다는 것으로 본론으로의 장이 열리게 되는군요. 
  그렇게 몇 년째 쇼핑카트에 물건을 싣고 남쪽으로 이동 중이라는 성인 남자와 어린 소년의 관계에 대해 설명이 있게 되는 작품은,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불에 타버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행 중이라는 것을 말하게 되는데요. 으흠. 이어지는 내용이라고 해봤자 간혹 다른 생존자들을 만나거나 버려진 집에 들어가 물건을 챙기는 등의 작거나 큰 사건 사고들이 있었다는 것 말고는 계속되는 여행길의 기록이었던지라 줄거리는 여기서 과감히 생략하는 바입니다.




  그렇다면 이 책에 대해서는 무엇을 말해볼 수 있을까요? 처음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어느 날 대형 마트에 들렸다가 ‘감히 <성서>에 비견되는 소설!’이라는 언급이 적힌 나머지, 제목을 ‘로드 The Lord’로 ‘군주나 지배자. 그러니까 일종의 신화에 대한 이야기인가?’라는 생각을 하게끔 한 책이 생각보다 오랜 기간 동안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사라지지 않아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결국 만나고 나서는 제목의 의미가 ‘길’이라는 것을 알고 뒤통수를 한데 맞은 기분이 들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독서에 들어가면서부터는 모든 것이 불타버렸다는 점에서 ‘드래곤 헤드 ドラゴンヘッド’라는 작품이 연상되는 것이 ‘화산폭발이라도 일어 난건가?’싶었었지만 정확한 원인의 설명은 없이 끝나지 않을 여정을 보이자 문득 ‘키노의 여행キノの旅-The Beautiful World’이라는 작품까지 떠올려 볼 수 있었는데요. 으흠. 앞서 소개한 적 있는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 Blindness, 2008’마냥 원인을 추적하는 것이 아닌 결과를 향한 과정을 지켜보는 기분으로 작품을 접하면 한결 읽기 편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생존 필수여건이라 말해지는 의식주. 하지만 모든 것이 불타버린 세상 속에서 어느 것 하나라도 해결하기 힘들어졌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죽어버렸기에 생산라인이 마비되었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든다면, 인간은 무엇인가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사실상 없어졌다는 것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햇빛이 없기 때문에 통조림과 같은 음식으로 생을 유지한다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몇 년이 지나도록 이미 만들어진 소모품들을 찾아나서는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다른 생존자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표를 떠올리게 했는데요. 그런 한편으로는 이 모든 악조건 속에서도 초연한 자세를 유지하는 둘의 모습 자체가 더 이상하게 느껴진 것은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제 기록을 읽어주시는 분들은 어떠신가요? 모든 것이 불타버린 세상. 홀로 남겨졌다면 과연 어떻게 살아나가실 것인가요? 친구들과 농담 삼아 말할 때면 저는 무인도에 홀로 남겨져도 어떻게든 살아남을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황폐화된 세상이라면 아마 우울증이 극대화 된 나머지 스스로 천국의 문을 두드려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요. 쩝. 그저 이 작품과 같은 상황 자체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저의 분신이라 할 수 있을 데스크탑이 침묵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한두 번 있었던 일이 아니어서인지 이제는 일단 차선책을 먼저 찾아보게 되었는데요. 처음에는 이 세상이 사라져버리기라도 한 듯 좌절을 느꼈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만성이 된 것인지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상황이 닥친다 해도 어떻게든 살아남을 궁리를 하지 않을까 라며,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쳐보는 바입니다. 
 

TEXT No. 852
 
[CAFE A.ZaMoNe] 
[아.자모네] A.ZaMoNe's 무한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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