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빠라기 - 남태평양 티아비아 섬 투이아비 추장의 연설문
투이아비 원작, 유혜자 옮김 / 동서고금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제목 : 빠빠라기Der Papalagi, 1920
저자 : 투이아비
옮김 : 에리히 쇼이어만
역자 : 유혜자
출판 : 동서고금
작성 : 2007.09.15.




“잃어버린 순수에 대한 진실, 당신은 마주할 용기를 가진 자인가?”
-즉흥 감상-




  100이라는 사이클을 다섯 번이나 끝내고 새롭게 시작해보는 501회의 감기록으로, 계속해서 참가중인 독서모임에서 9월의 도서로 선정한 것을 읽어보았고, 생각지 않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감히 추천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가지게 한 이번 책을 조금 소개해볼까 합니다.


  책은 이 기록이 사실 자신은 단지 옮긴이일 뿐이며 남태평양 티아비아 섬, 투이아비 추장의 연설문이 원 저작물임을 밝히는 것으로 시작의 장을 열게 됩니다. 
  그렇게 원주민 부락에서 살며 선교사의 도움으로 외부세계의 지식을 배운 뒤, 직접 그 세계를 방문한 한 남자의 기록들로 이어지게 되는데요. 결국 다시 돌아와 자신들의 부족에게 연설한다는 내용은 감히 상상을 초월하는 위대한 가르침인 동시에, 일단은 그 당시 유럽 사회에 대한 폭로이게 되는데…….




  처음에는 그저 ‘촌사람이구나!!’할 정도의 유치함에 키득키득 거리며 읽어 들어갔었습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연설 속에서는 우리가 얼마나 바보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떠올리고 말았는데요. 우리가 살아가는 그저 당연하다고 생각이 드는 이 현실에 대해 무엇인가 조금이라도 이상함을 느끼시고 있는 분들에게는 분명 무엇인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것을 감히 장담해보는 바입니다.




  빠빠라기. 이 기록의 제목이기도 한 이 단어는 책을 읽으면서 가장 혼돈에 빠졌던 단어이기도 한데요. 바로 문명사회에 사는 사람들을 말하는 듯 하면서도 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또 자신들과 같은 ‘사람’이라 표현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참 애매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기록들을 찬찬히 읽다보면 투이아비 추장이 왜 그렇게 기술했는지에 대한 이해가 되기 시작하는데요. 문명사회에 살고 있는 그들 또한 자신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인간이기도 하지만, ‘빠빠라기’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에서처럼 신격화된 존재를 지칭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포용성 강한 문화권의 이해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모든 것을 하나 된 흐름 속에서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제가 추구하는 ‘연금술사’의 모습과도 비슷하기에 우리는 살아가는 이 세상을 어떤 모습으로서 인지하고 살아가는지에 대해서도 생각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군요.




  다른 문화권. 그렇기에 다를 수밖에 없으며, 그들의 문화는 다른 선진국 보다 뒤처지는 미개한 것이기에 바보 같은 말 따위 들어볼 것 하나도 없다고 말씀 하실 분들도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선진국에서 살아간다고 이야기를 듣는 저 또한 당장이라도 저 자신만의 정당한 존재성이 사라져 육체라는 껍데기만 남은 ‘사회라는 시스템의 좀비’가 되어버릴 것만 같은 불안감을 가지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데요. 그것은 ‘인격’을 구성하는 사람들 간의 유대감-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되어감에 ‘나’라는 존재를 증명하기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을 실감 중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제 이름을 불러주며 소환되어 달라는 요청에 마치 ‘진느’처럼 당장이라도 달려 가버리는 모습까지 가져버린 것은 아닐까 생각 중에 있게 되었는데요. 흐음. 아무튼, 그저 위의 즉흥 감상만을 계속해서 중얼거려볼까 하는군요.




  열심히 ‘기록’에 대해 말해본다는 것이 또 저만의 세계 속으로 빠져버린 것만 같습니다. 그만큼이나 오랜만에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만큼 편안한 기록물을 만났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하는데요. 일상의 피곤함에 무엇인가 편안하게 읽으실 책을 원하시는 분들에게 이번 기록물을 살포시 추천해보며,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쳐볼까 합니다. 


TEXT No. 501


[아.자모네] A.ZaMoNe's 무한오타 with 얼음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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