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어둠 속의 이야기: 미리야 Tales from the Dark 1, 迷離夜, 2013

원작 : 이벽화-소설 ‘야夜 시리즈’

감독 : 임달화, 이지의, 프루트 챈

출연 : 양가휘, 진혜림, 임달화, 소음음 등

등급 : 2023.02.12.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언제나, 세상은,”

-즉흥 감상-


영화는 흘러가는 물길과 함께 걸어오는 누군가의 발과 ‘안식처가 필요하다’말하며 어둠에 잠긴 도시를 배회하는 창백하게 질린 소녀, 그리고 ‘배불러’를 말하면서도 끊임없이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 등 어딘가 기묘하게 일그러진 이들의 모습을 교차하며 시작의 문을 엽니다. 그렇게 잠을 설친 듯 갑자기 일어나 ‘강남스타일’ 댄스로 하루를 열어나가는 남자에게 이야기의 바통을 넘기는데요. 어떤 일을 하건 집중을 하지 못하고 해고를 당하기만 하는 그의 일상을 보이는군요. [장물], 잔잔하게 일렁이는 바다를 향해 걷는 소녀의 뒷모습은 살짝, 이제 은퇴하고 평범한 삶을 살 거라고 말하는 남자에게 찾아온 특별한 마지막 일 [손바닥에 적힌 단어], 봄이 찾아오는 ‘백호절’에 ‘악인 때리기’라는 행위를 하는 노파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기묘한 이야기인 [경칩]과 같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는데…….


다른 건 일단 그렇다 치고 원작이 따로 있다고 해지만, 검색해도 안 나오는데 어디서 볼 수 있는지 알려달라고요? 음~ 아쉽게도 이 영화의 원직인 ‘야夜 시리즈’는 아직 국내에 번역 출판이 안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영화를 본 다음 감상문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던 중 지인이 알려준 내용으로, 영화 ‘패왕별희 Farewell My Concubine, 霸王別姬, 1993’의 원작 소설가의 다른 작품이라고 하는데, 으흠. ‘패왕별희’가 원작이 따로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그걸 영화로 만든 것도 아직 본 적이 없다고 하자 지인분이 놀라는군요. 아무튼, 원작 소설도 국내에 소개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세 개의 이야기는 각각 어떤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려달라고요? 음~ 모든 작품이 교훈을 목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건 잠시 옆으로 밀어두고, 이번 작품은 그래도 한번은 생각해보면 좋을 내용을 담고 있어 반가웠는데요. 공포영화를 통해 반가움을 느낀 건 참 오랜만인 거 같습니다. 아무튼, 첫 번째 이야기를 통해서는 ‘가난함’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요. 가난해도 나라의 지원을 받지 않는다고 연신 말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선을 넘는 행동을 하는 모습은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월급 받는 백수’를 말하고 있는 자신을 되돌아보며, 생각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다고만 적어보는군요.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밝은 분위기였지만, 무너져버린 도덕관념이 불러일으킨 참사에 대한 사회의 단편을 보는 듯 했는데요. 복채를 받지 않고 다른 사람을 소개해주겠다고 했는데도 괘씸하다고 가게의 물건을 훔쳐가는 것도 모자라, 임신한 아내를 두고 태연하게 저지르는 불륜에, 다른 사람 말은 듣지도 않고 자신만 걱정하는 남자의 모습은 요즘 뉴스에 나오는 것보다는 약하게 보일지 몰라도, 내로남불의 전형을 한자리에 모아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는 저주를 내리는 의식을 어쩜 저렇게 뻔뻔하게 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는데요. 영화가 아닌 소설로 읽으면 또 어떤 맛이 날지 궁금해지는 만남이었습니다.


영화는 재미있었냐고요? 음~ 피와 살점이 튀기는 자극적인 내용의 작품을 그동안 만나와서인지, 아니면 많이 피곤해져서 별다른 감흥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시간 죽이기 용의 스낵영화를 기대하고 만나서인지는 몰라도, 제법 흥미롭게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다음 이야기 묶음이라 할 수 있는 ‘어둠 속의 이야기-기환야 Tales from the Dark 2, 奇幻夜, 2013’를 만나기 위해 오랜만에 감상문도 써보는데요. 다른 분들은 이 작품을 어떻게 감상하셨을지 궁금해집니다.


그럼, 어떤 작품의 감상문으로 이어볼지 고민의 시간을 가져보겠다는 것으로,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칠까 하는데요. 혹시 제 감상문을 읽어주시는 분 중에 출판 관계자분이 있다면,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을 국내에 소개해주시면 안 될까요?

TEXT No. 3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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