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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조선 괴담실록-역사 기록에서 찾아낸 기이한 이야기, 2022
지음 : 유정호
펴냄 : 책들의정원
작성 : 2022.01.26.
“조금 아쉬운걸?”
-즉흥 감상-
전통 문양이 간결하게 그려진, 아이보리 바탕의 책 표지를 살짝 넘겨봅니다. 그러자 ‘세계기록유산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믿기지 않는 이야기’에 대해,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이 책을 썼다는 지은이의 인사글이 반갑게 손을 흔드는군요. 그렇게 ‘권선징악’, ‘기이한 소문’, ‘요괴와 귀신’, ‘기적을 행한 사람’, ‘기이한 동식물’, ‘천재와 인재’와 같은 여섯 개의 주제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치고 있었는데…….
다른 건 일단 그렇다 치고 즉흥 감상은 어떤 의미냐구요? 음~ 책 상태가 조금 아쉬웠습니다. 배송 포장을 벗기고 책을 펼치자마자 감촉이 이상해서 살펴보니, 중간에 다른 페이지보다 두꺼운 부분이 있었는데요. 간혹 독자를 위한 작은 선물로 책갈피 또는 엽서 같은걸 숨겨놨었다거나, 책의 내용이 담고 있는 어떤 비밀을 위한 ‘시크릿 페이지’가 아닐까 기대를 품었습니다. 하지만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제단이 제대로 되지 않아 두 장의 종이가 붙어있을 뿐이었는데요. 거기에 책을 읽은 지 얼마 되었다고 책등이 꺾여버렸습니다. 하지만 이건 복불복에 해당하는 내용이니 그러려니 생각해보는군요.
책은 재미있었냐구요? 음~ 개인적으로는 재미없었습니다. 제목만 보고 역사 속의 괴담을 다룬 내용이겠거니 상상을 하며, 화장실에서 힘주며 읽기 딱 좋은 책이 아닐까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요. 글씨가 작게 느껴지더라는 것은 옆으로 잠시 밀어두고, 각각의 이야기마다 교훈을 주려는 느낌이 들어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서문’이라는 첫단추를 무시하고 읽기 시작했기에 발생한 문제였는데요. 위의 간추림에서도 적은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방법을 모색’해보기 위해서라는 관점에서 보면, 생각의 시간과 함께 즐길 수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면 어떻게 내용이 구성되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거 같냐구요? 개인적으로는 글씨도 조금 더 키우고, 삽화도 더 넣고, 여섯 개의 주제를 분리해 책으로 엮으면서, 교훈처럼 느껴지는 부분을 살짝 덜어내면 어떨까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책 자체만 보면 1년 치 강의를 한 번에 압축시켜 읽는 기분이 없지 않았는데요. 1년이 52주이니, 간혹 있을 휴강을 제외하고, 일주일에 2시간씩 42개의 이야기를 천천히 토론식으로 괜찮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조선 시대에는 기이한 일이 실제로 많이 벌어졌냐구요? 음~ 제 기록을 읽어주시는 분들 중 성인이 되어 초등학생 때 쓴 자신의 일기장을 다시 펼쳐본 분 있나요? 만약 그랬다면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아서 클라크의 과학 3 법칙’에서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를 좋아하는데요. 이 책의 지은이 또한 괴현상에 자극적으로 집중하기보다는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맥락에서 담담하게 풀어나간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러니 인육을 뜯어먹거나, 미확인비행물체가 목격되었다던가, 요괴와 귀신 등의 이야기는 따로 알아보셨으면 하는데요. 타임머신이 없는 이상, 우리는 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가장 재미있었던 이야기가 있다면 하나라도 알려달라구요? 음~ 사실 어딘가에서 한 번쯤 들어봤던 이야기들이었던지라 이렇다 할 감흥은 없었습니다. 다만 흩어져있던 이야기들이 한자리에 모여있었다는 점이 좋았는데요. 다른 분들은 어떤 기분으로 이 책을 만나보셨을지 궁금합니다.
비록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만남이었지만, 그래도 한번은 읽어도 괜찮을 책이라는 것을 적어보며,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칠까 하는데요. 혹시나 지은이의 다음 책이 나온다면 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덤. 이 책 이전에도 지은이의 작품이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역사에 젬병이지만, 내용이 궁금해지는군요.
TEXT No. 3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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