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잘쓰는 방법 - 움베르토 에코의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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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논문 잘 쓰는 방법Come si fa una tesi di laurea, 1977

저자 : 움베르토 에코

역자 : 김운찬

출판 : 열린책들

작성 : 2007.03.11.



“이 책은 논문을 위한 논문이다!!”

-즉흥 감상-



  아아. 드디어 다 읽었습니다. 이틀 꼬박 읽었으면서 무슨 책을 한권도 못 읽느냐고 잔소리하실 분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처음 이 책을 손에 잡았을 때만 하더라도 우선 저자분이 ‘움베르토 에코’ 님 이라 되어있었기에 ‘소설’같이 읽기 편한 구성으로 되어있지 않겠느냐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막상 읽기 시작한 책은 무슨 대학교제도 아니고 그저 딱딱하게만 보이는 차례와 오랜만에 마주하는 빡빡한 글씨들이 저를 압박해오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스페인의 작가 ‘아루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님과 프랑스의 ‘베르나르 베르베르’ 님의 한국번역본들로 단련했던 눈과 그래도 자칫 딱딱할 수도 있을 내용을 재미있고 친절하게 서술하진 저자분의 노력에 결국 마침표를 만나볼 수 있었던 이번 책을 조금 소개해볼까 합니다.



  책은 사실 이번 판본이 1977년도에 출간된 초판본이 아닌, 8년 뒤에 나온 신판본 임을 말하는 저자의 서문으로 먼저 그 문을 열게 됩니다.

  그렇게 일곱 개의 장으로, 논문에 대한 기본적 개념과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제1장 졸업 논문이란 무엇이며 어디에 필요한가’, 논문의 종류와 각각의 방향성을 말하는 ‘제2장 테마의 선택’, 논문의 구성 시 자료의 출처 입수와 참고문헌을 조사하는 방법이 담긴 ‘제3장 자료조사’, 얻어진 자료들을 나름대로 정리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제4장 작업 계획 및 카드정리’, 논문의 내용을 구성하는 몇 가지 공식과 주의점인 ‘제5장 원고쓰기’, 실질적인 논문의 작성방법에 대한 예시와 앞선 설명들을 정리하고 있는 ‘제6장 최종적인 원고작성’, 그리고 이번 논문형식의 책을 쓰기 위해 저자가 참고한 사람들에 대한 기록인 ‘제7장 결론’까지. 정말이지 거짓말 조금 보태어 잠들지 않고 눈을 뜨고 있을 때는 계속 읽어 들어감에 몇 번은 졸기도 했지만 결국 마지막 장을 덮어볼 수 있었습니다.



  이때까지 보통 ‘논문’이라고 하면 대학교를 졸업 하기위해 작성하게 되는 엄청난 분량의 리포트를 말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설명을 열심히 읽어가며 단순이 분량만 많은 보고서가 아닌 한권의 책을 쓰듯 어떤 한가지의 목표를 세워 자신의 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연구를 한 기록이라 받아들일 수 있었는데요. 그저 먼 나라 이야기인 듯해 그동안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에 대해 이렇게 생활의 일부분인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이 평소에 궁금증을 가지던 것들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조사를 거쳐 기록해보고 싶어지는 욕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논문 같은 글을 번역하신 번역자 분도 고생을 많이 하셨겠지만, 저자분도 기록 속에서 적어두셨듯이 이탈리아 대학제도를 기준으로 이 글을 쓰셨던 것인지라 번역본만으로는 이해의 한계를 경험하고야 말았는데요. 자신의 책이 다른 나라에 번역 출판된다는 점에 대해서 논문을 구성하는 공식에 대한 것보다도 그 의미를 생각하라는 점에서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가져볼 수 있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 그것도 자기발전을 위해 무엇인가를 연구하며 기록을 한다는 것. 저도 저 나름대로 중편이랍시고 소설을 써 자비를 사용해 책 형태로 몇 권 뽑아 본적이 있던 지라, 하나의 마침표를 향한다는 것이 막 나오는 말처럼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해 본적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개인의 경재활동에 큰 보탬이 되었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누군가 말했듯 ‘출산의 고통’을 대리체험 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그만큼 처음에는 자그마한 동기로 시작 된 것이 회가 넘어가면 갈수록 좀 더 책임감 있고 현실감을 줄 수 있는 자료의 수집, 그리고 그렇게 모인 자료들을 숙성시켜 배치하는 것으로 많은 연구와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이번 책을 통해 재발견해볼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논문이라는 것이 그저 거창한 주제를 가지고 어려운 말로 도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은 자기 자신을 위하며 이어서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분야를 연구하는 모든 이들의 것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는데요. 저도 ‘전 인류의 지적 고양을 위해서’라도 무엇인가 연구를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최근에 열심히 수집하며 관심을 가졌던 ‘병뚜껑’에 대해 그 ‘역사’나 ‘인류의 삶’과 같은 철학을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연구, 정리, 기록을 해보기로 할까합니다(웃음)



  그러고 보니 이런저런 작품들을 만나며 저자분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인지, 헌책방을 돌때마다 한두 권씩 보이는 책들을 살까말까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요. 이번 기회를 통해 우선 한권을 만나본 이상 또 한분을 향한 열혈 독자가 되어볼까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첫 단추가 중요한 법인데 이렇게 ‘논문 잘 쓰는 방법’같은 것으로 시작했으니 그동안 추천 받아왔던 작품들은 과연 어떠한 기분으로 만나게 될지 궁금해져버렸는데요. 본디 책은 편안한 마음으로 만나보라고 했는데, 이번 같은 경우에는 저자분의 자서전 같은 분위기보다도 그 자체로 ‘논문’같은 구성이었던지라 또 하나의 선입견-색안경을 가져버리게 된 것은 아닐지 그저 행복한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네? 감동 받았니 같은 감상은 그만하고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라구요?

  사실 이러한 이론서들을 끝까지 읽은 것이 도서 ‘귀신설화연구鬼神說話硏究, 1995’정도 밖에 없었던지라. 아직 논문 형식의 글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할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 없다는 것이 현재입니다. 그렇다고 앞에서 살짝 언급한 자서전 형식의 ‘에세이’들은 그들의 인생에 대한 회고록일 뿐 이렇게 연구성 짙은 기록이 아니었기에 비교대상에서는 완전히 벗어나고 마는 데요. 그래서인지 앞으로 하나 둘씩 만나게 될 연구기록들을 오히려 기대하게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또 한권의 책을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비록 한번만 읽고 감히 이 책이 이러했노라고 적긴 조금 그랬지만, 하나 분명 한 것은 구매를 통해 소장하고 몇 번이나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는데요. 앞으로 살아가면서 스스로의 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라도 연구와 기록에 대한 마음가짐을 재정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저자분과 역자분, 그리고 이 책을 만나게끔 안내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첨가]


  그건 그렇다 치고, 사실 책의 내용과는 그리 상관없는 내용이기에 따로 빼두었다가 제가 이때까지 들어왔던 ‘논문’에 대해서 몇 가지 더 생각을 되짚어 볼 수 있었던 것이 있어 이렇게 덧 붙여보고자 합니다.



  그것은 바로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던 ‘유행’과 ‘개성’에 대한 문제와 이번 책을 통해서 확장해 생각해본 ‘변질된 복제’에 대한 것인데요. 책 안에서의 저자도 말하고 있었지만 급하기에 앞선 사람들의 논문을 표절하거나 부분적인 수정으로 자신의 연구인양 소리 높여 말하는-결국 자살로 이어질 사태에 대해 지나온 학창시절이 떠올라버린 것이었습니다.

  요즘에야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몰라도, ‘평준화’가 뭔지 그저 공장에서 찍어대는 동질품의 상품인양 지식을 주입받아 다듬어졌었고, 그 과정에서 뭐가 문제였는지 학교에서 요구하는 참된 학생의 본보기와 다른 길을 걸어가게 되자 심한 소외감을 선물로 받았던 기억이 있는데요. 제시하는 것을 못하겠다면 베끼기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제의에 백지를 내버리는 등의 정면대응을 했던 기억까지 같이 떠올라버렸습니다.

  비록 이렇게 돌려 말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좁은 시점의 이야기였을지는 몰라도 요즘처럼 개성의 시대라 떠드는 세상도 조금만 떨어져서보면 하나의 ‘스타 시스템’을 기준으로 변질된 유행이 동심원의 파장마냥 출렁거리며 나아가며 그 흐름에 동참하지 못할 경우 묻어버리는 중이라 판단하고 있는바. 여기서 ‘민족성’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시는 분들도 몇 있어 ‘과거는 관심은커녕 생각지 않고서 민족성을 말하지 말라’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듯 ‘한국이니까’식으로 논문 등에 변질된 복제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어왔으며, 어렵고도 고상해야만 한다는 선입견을 가질 정도라면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것은 기본으로 자기 자신의 기록에 최소한의 양심과 최선의 자세를 가질 것을  다짐해보게 되었습니다.

 

TEXT No. 406


[아.자모네] A.ZaMoNe's 무한오타 with 얼음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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