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심리학 - 심리학자가 들려주는 음식에 담긴 42가지 비밀
멜라니 뮐 & 디아나 폰 코프 지음, 송소민 옮김 / 반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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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심리학』은 온라인 푸드 칼럼니스트 디아나 폰 코프(Diana von Kopp)와 편집자 겸 음식·건강 블로그 운영자 멜라니 뮐(Melanie Mühl)이 썼다. 무겁고 진지해 보이는 제목과 달리 42개의 짧은 이야기는 짧고 읽기 편한데, 아무래도 두 저자 모두 음식 블로그에 글을 연재한 경험 때문으로 보인다. 



40대 초반의 두 여성 저자가 고른 42가지 이야기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에서부터 햄버거를 포함한 다양한 정크푸드, 30일 다이어트, 구내식당, 와인, 케이크, 밀크셰이크, 몸무게 등 대체로 여성들이 더 관심을 보일 만한 주제를 다룬다.



익숙하고 일상적인 주제로 미처 알지 못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장점인데, 다만 저자의 '결론'에 대해서는 동의도 반대도 어려운 게 유감이다. 예를 들어, 체중이 많이 나가는 웨이터는 손님이 알코올음료와 디저트를 시킬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며 일부 학자들이 미국의 레스토랑에서 웨이터와 손님 간의 상호반응을 관찰한 사례를 예로 드는데, 정말 웨이터의 체질량지수가 높을수록 손님은 더 많은 음식을 시킬까? 웨이터나 웨이트리스의 외모가 준수할수록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음식을 더 주문할 수는 있겠다 싶은데, 이런 경우는 글쎄 잘 모르겠다.



번역서의 밋밋한 제목에도 아쉬움은 있다. '음식'이나 '심리학'이나 책의 내용이나 성격과는 다소 멀게 느껴진다. 42가지 이야기 중에 '음식'의 비중이 높긴 해도 구내식당, 혀, 대형마트, 비즈니스 런치, 메뉴판, 웨이터 등 단순히 우리가 먹는 것(food) 외의 이야기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보다는 원제처럼 많은 이들이 아마 모르고 있을 '놀라운' 이야기라는 데 더 초점을 맞추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디톡스의 진실?


저자는 유명 연예인들이 마치 영양사라도 되는 듯 식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경계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디톡스 다이어트를 두고 '건강한 몸은 해독할 필요가 없다'라며 실제로 체내에 독이 쌓였다면 녹즙 한 잔으로는 별 도움이 안 된다고 꼬집는다.


붉은 접시의 진실?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 중 하나가 바로 "꼴보기 싫은 친구는 빨간 접시에 음식을 담아줘라"다. 저자는 세 가지를 이유로 든다. 첫째, 옥스퍼드대에서 빨간색 그릇이 배고픔을 완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둘째, 붉은색이 원래 위험을 연상하며 셋째, 빨간 접시에 담긴 음식은 맛있어 보이지 않아 적게 먹는단다. 그런데 '붉은 접시'를 검색해 보면, 이렇게나 많은데... 


컴포트 푸드 (Comfort Food)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브리짓이 이불 속에서 컴포트 푸드(고민 상태에서 위로를 주는 거부할 수 없는 음식)로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을 먹는 대목이 나온다. 결론만 말하면, 컴포트 푸드는 '신화'라고 한다. 마법은 없어도, 맛은 있는 컴포트 푸드, 먹을까, 말까?  



우리가 음식에서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느냐, 어떤 음식이 매일 식탁에 올라도 되고, 어떤 게 절대로 오를 수 없느냐는 특정 음식문화 안에서 형성된 사회화의 결과다. (중략) 또 개인의 음식 세계 내에서는 교육, 학습과정, 경험, 기질에 의해 개인적 호불호가 형성된다. (p.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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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 지음, 김욱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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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제목이고 그다음은 표지다. 둘이 판매에 영향을 크게 끼쳤으리라 생각될 만큼 인상적이다. 그러나 내용은 가치관이나 취향 탓인지 표지만큼 인상적이진 않다. 



사실 나는 이 책의 저자 소노 아야코를 『사는 게 뭐라고』와 『죽는 게 뭐라고』의 사노 요코와 헷갈렸다. 어쩐지 읽으면 읽을수록 '이분 내가 읽었던 그분 맞나?' 싶을 정도로 이상해 뒤늦게 확인해 보니 저자를 혼동했다. 거기서부터 일단 잘못된 만남이었다. 게다가 소노 아야코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우익 인사라고 하니, 쩝....  



『약간의 거리를 둔다』는 크게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나답게가 중요해', 2부는 '고통은 뒤집어 볼 일', 3부는 '타인의 오해', 4부는 '보통의 행복'이 제목이다. 이 책을 내게 한마디로 요약하라고 하면, 3부 끝부분에 실린 글이자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약간의 거리를 둔다'로 하겠다. 무작정 남들을 따라 하지 말고 자기다움을 찾으라는 거다. 그러면 타인에게 휘둘리거나 상처받는 일도 덜 할 거고, 남을 부러워하지도 않을 거니까.



가장 인상적인 대목 중 하나는 서너 평짜리 텃밭에 관한 일화다. 종자 박스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 씨나 뿌리는데 신기하게도 쑥갓은 쑥갓대로 청경채는 청경채대로 유채는 유채로 자란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 식물보다 인간이 훨씬 비겁한 게 맞는 듯하다. 아무리 청경채를 쑥갓 사이에서 기른다고 청경채가 쑥갓으로 자라지 않는데, 과연 사람은 어떤가? 



이 책에 마음이 크게 동하지 않은 건, 2부 '고통은 뒤집어볼 일' 때문이다. 나는 '불운 속에서 축복을 발견할 테니 기꺼이 내게로 오라'고 말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 역경을 헤쳐나가기도 벅찬데 어떻게 그 속에서 숨은 즐거움까지 찾나. 한두 번 읽고 지나가면 모를까 한 챕터가 다 이런 식인데다 사실 다른 챕터에도 군데군데 유사한 이야기가 섞여 있어 뭐랄까 지루하고 재미없는 도덕 선생님 수업을 받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이런 부류의 에세이에서 흔히 나타나는 문제점은 몇몇 유사한 이야기가 재차 중복되면서 챕터 구성이 애매해진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아까 지나간 귀신하고 똑같은 귀신이 잊을 만하면 또 등장하는 식이랄까? 이미 아까 놀랠 만큼 놀래서 이제 더 안 무서운데 아까 그 귀신이 자꾸 나타나는 느낌이다.   



읽으면서 든 솔직한 심정은 아래 '적당함의 미학'으로 대신하겠다. 오늘 나의 이 '리뷰 같지 않은 리뷰'는 17년 3월의 리뷰일 뿐 혹시 다른 때 다른 마음으로 읽으면 달라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쨌거나 이 책에 위안을 받은 독자가 훨씬 많은 게 사실이고, 마음에 새기고 싶은 글귀도 분명 담겨 있다. 




끝으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약간의 거리를 둔다'의 한 대목을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마친다. 거리 두기는 임마누엘 칸트의 주장으로 나카지마 요시미치의 『비사교적 사교성』에서 말하는 바와 같다.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이 싫어하는 사람이 있고, 어른인 이상 싫다고 무작정 피하거나 관계를 단절하지 말고 일정 거리를 두고 지내는 게 좋다는 말이다.  


"깊이 뒤얽힐수록 서로 성가시러워진다. 살다보면 나를 끔찍이 싫어하는 사람이 한둘은 나오게 마련이다. 이를 피할 도리는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지나치게 관계가 깊어져 서로에게 어느덧 끔찍할 정도로 무거워진 덕분에 문제가 생긴다. 어머니 말씀처럼 사람이나 집이나 약간의 거리를 둬 통풍이 가능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최소한의 예의인 듯싶다. - ‘약간의 거리를 둔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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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 킬러 - 4차 산업혁명, 로봇과 인공지능이 바꾸는 일자리의 미래
차두원.김서현 지음, 김홍석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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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SF 영화도 거의 보지 않은 내가 미래학 관련 도서에 자꾸 손이 간다. 『잡 킬러』는 미래를 예측하는 도서 중에서도 특별히 일자리에 집중하고 있는 책이라 읽었다. 솔직히 궁금하다. 내 일자리를 로봇에게 뺏길지, 다른 사람에게 뺏길지. 



우선 3장에서 '인간 일자리 비관론'과 '낙관론'을 동시에 제시한 게 가장 마음에 든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조금 더 깊게 들어갔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마지막 6~7장은 이미 다른 책에서 숱하게 본 내용이니까. 그래도 프롤로그에 이러한 문제들을 미리 솔직히 얘기해 좋다. 비슷한 책들이 거의 다 외국의 사례나 데이터에 집중해 그 점을 보완하려고 애쓴 점도 분명 장점이다. 아무래도 국내보다 외국에 자료가 더 많을 테니. 



단순히 미래 유망직종이나 직업이 궁금한 이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그런 걸 알리기 위해 쓰인 책이 아니다. 로봇이 나나 당신의 일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피력하고, 실제 로봇이 우리 일자리를 대신할 때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알리며, 마지막에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내 일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를 덧붙인다.




2020년 4차 산업혁명으로 사라질 일자리가 510만 개란다. 딥러닝과 같은 새로운 기술이 발달하면서 창의성이 더는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면 결국 의사도 기자도 심지어 화가, 음악가, 하다 못해 배우까지도 다 로봇이 대체할 수 있다고 하니 어쩜 지금의 취업난은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 퇴직자가 치킨집을 열어도 3년 내 절반이 파산한다는데, 과연 '최후의 보루'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나저나 2015년 말 기준 우리나라에 치킨집이 약 4만 4천 개인데 2013년 기준 전 세계에 있는 맥도날드 매장을 다 합쳐도 약 3만 5500 개라고 한다. 치킨집이 정말 많긴 하구나!


아래에 이 책에서 가장 눈여겨본 부분을 몇 가지를 소개한다. 



세계 로봇 시장 규모 성장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2000년 이래 매년 9%씩 성장해 2025년에는 66.9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고 한다. 이때 로봇은 단지 군사용이나 산업용에 그치지 않고 개인용, 상업용으로 다양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문제는, 로봇의 단가가 하락하고 임금이 상승하면 기업은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사람보다 로봇을 선택할 거라는 사실. 


인간 일자리 비관론_결국 로봇과 인공지능에 빼앗길 수밖에 없는가?

2020년까지 총 710만 개 일자리 감소, 200만 개 일자리 창출로 총 510만여 개 일자리 감소 전망. 현재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의 65%가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직종에서 일하게 된다.


인간 일자리 낙관론_증가하는 간접 일자리

낙관론자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인간 일자리가 파괴 수준으로 사라지거나 고용시장이 제로섬게임과 같다고 주장하는 비관론자들이 노동 총량의 오류 Lump of Labor Fallacy에 빠졌다고 지적한다. 


로봇과 인간지능이 대체하기 어려운 직업의 특징

· 비정형적

· 높은 이동성

· 인지, 코디네이션 능력, 판단력, 창의력, 대인관계 능력 중요

· 희소성이 높아 기술 발전과 상관없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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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미래의 자동차를 지배할 것인가 - 세계 최고 자동차 전문가가 말하는 새로운 모빌리티의 세계
페르디난트 두덴회퍼 지음, 김세나 옮김 / 미래의창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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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미래의 자동차를 지배할 것인가』의 저자 페르디난트 두덴회퍼는 일반경영학 및 자동차 경제학과 교수로 자동차 제조사에서 근무한 바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중국의 부상을 비롯해 발 빠르게 혁신 중인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산업을 비교하며 자동차 강국 독일 국민으로 독일 자동차 산업에 우려를 나타내며 과연 독일이 자동차 강국으로 남을 수 있는가를 말한다. 하지만, 그의 예측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독일보다 훨씬 더 위태롭다는 사실!



우버 택시 등 카 셰어링(carsharing)이 인기를 끌면서 얼핏 생각하면 자동차 판매량이 줄어 산업이 위축될 것 같지만, 자동차 판매 대수가 앞으로 더 증가한다는 가정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많다. 저자는 자동차는 앞으로 우리의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 (PM): 킥보드, 바이크, 스쿠터, 자동차 등 다양한 개인 소형 이동 수단)에서 더 중요해진다고 거듭 강조하며, 다임러의 전망이 틀린 이유는 시스템 자동차의 혁신 능력을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미래학 관련 도서에서도 숱하게 보았지만, 자율 주행차가 몇 년 안에 시판되면 당장 택시 운전기사부터 일자리를 잃게 되고 자동차 보험, 자동차 제조업, 자동차 영업, 운전면허와 운전교습소까지 줄줄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게다가 전기차는 부품도 적어 자동차 수명이 증가해 한 대 사서 평생 쓸 수 있다고 하니 부품 업체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우물쭈물하는 사이, 미래는 어느새 코앞에 와 있다!



아래는 이 책에서 가장 눈여겨본 부분을 정리한 글이다. 개인적으로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다룬 4장과 새로운 모빌리티 세상의 사회적 가치를 다룬 6장이 가장 흥미롭다. 또, 중국과 독일의 경쟁 구도도 그렇지만, 일론 머스크와 중국 시장과의 관계도 눈길을 끈다. 



이머징 마켓과 승용차 밀도
자동차를 많이 사면 살수록 차량 보유대수가 증가해 인구 천 명당 승용차 보유대수가 증가하는데 이 지표를 승용차 밀도라고 부른다. 1인당 국민소득이 증가하면 자동차 보급률이 소득 증가율을 앞지르다가 보급 속도가 둔화하기 시작한다. 표에서 오른쪽에 위치한 미국과 일본, 서유럽 국가들은 자동차 시장이 포화 상태이고, 왼쪽에 위치한 중국이나 멕시코, 터키 등 신흥 공업국은 이머징 마켓이라고 볼 수 있다. 이곳의 인구가 약 70억 이상이라 산술적으로는 승용차 시장이 앞으로 4배 더 커질 수 있다고 보는데, 핵심은 어쨌든 아직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다만, 저자가 주장한 대로 자동차 산업에서 독일과 유럽의 중요성이 지속해서 더 커진다면 그 가운데 어정쩡하게 서 있는 우리나라는 더 힘들어진다는 점. 
 
독일을 위협하는 중국의 부상
· 중국인들은 자동차 영업에 혁명을 일으킬 것이며, 전통적인 영업망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을 것이다. (p. 91)
· 중국은 자동차 비즈니스의 요충지로 벌써 전기자동차로 선풍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제 자동차 산업은 중국 없이는 아무것도 안 된다. (p. 95)
· 중국은 전기 충전소 인프라 확대를 위해 투자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는무배출 자동차 주행을 요구하는데, 독일은 이 점에 취약하다. (p. 97)

중국의 부상은 압도적이다. 중국은 정부가 지정한 서구 자동차 제조사와 조인트벤처로 더 질 좋은 자동차를 만들고, 국내산 신차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라면 중국발 제2의 물결이 새로운 영업 콘셉으로 유럽에 몰아칠 거라 하니, 전통적 자동차 강국과 신흥 강국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율주행 자동차
2014년에 구글이 선보인 '첫 주행A First Drive' 영상에 보면, 없는 것들이 있다, 먼저 운전대가 없고,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도 없다. 영화처럼 그저 사람이 타기만 하면, 자동차가 알아서 운전한다. 신체적으로 불편한 분들이나 고령자에게 특히 편리하겠지만 음주운전 사고를 많이 일으키는 사람에게도 이보다 좋은 선물은 없겠다. 무엇보다 사람이 운전할 때보다 오히려 더 안전한 게 분명 장점이지만, 자율주행자동차는 경제 시스템을 비롯해 사고 배상 문제, 데이터 독점 등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게 말 그대로 문제다. 2020년이면 베이징이나 상하이에서 지정된 구간을 따라 무인 전기 택시를 투입하는 시험 프로젝트가 시행된다고 한다. 고작 3년 후다! 사실 베이징뿐 아니고, 미국도 시범 프로젝트가 곧 시작될 거란다. 결국 최초의 로봇 택시는 중국과 미국에서 주행하게 될 거라는 말인데...

니콜라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테슬라(Tesla Motors)가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라는 천재적 발명가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건 이 책을 통해 알았다. 그는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천재적인 발명가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토머스 에디슨의 회사에서 일하기도 했는데 에디슨은 돈이 되는 일에 집중했다면, 테슬라는 전형적인 이상주의자로 누구나 공짜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미래를 꿈꿨다고 한다. 오늘날 구글이 데이터 독점기업으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며 일각에서 비난받는 것과 달리, 테슬라는 호응과 지지를 얻는 기업이다. 다만 테슬라가 성공하려면 중국과의 관계를 풀어야 하는데 일론 머스크가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모빌리티 세상의 승자와 패자
저자는 일본의 중소 규모 자동차 제조사가 가장 큰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 기업들은 수익 약화로 어려움을 겪는 동시에 경직된 기업 구조에 사로잡혀 있으며, 공유경제 경험이 없다. 저자는 현대기아를 일본보다 한 단계 위인 '위태위태한 그룹'으로 분류했으나 그렇다고 우리나라 회사가 딱히 더 나은 위치라고 보이지도 않는다. 마치 독일의 경쟁상대가 아니라는 듯 타사에 비하면 별로 언급도 없다. 미래학 도서를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우리나라는 딱히 설 자리가 없어 보인다, 애석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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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을 수 있다면 1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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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까지 내려가 본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 바닥을 쳤으니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그래, 자의든 타의든 바닥까지 내려간 이상, 남은 건 올라가는 일뿐이다. 온 힘을 다해 발뒤꿈치로 바닥을 치고 올라가면 된다. 여기 이미 바닥을 친 자와 아직 바닥에 닿지는 않았으되 바닥을 딛고 다시 수면으로 올라오겠다며 그곳을 향해 가는 자가 있다.



어두운 과거를 간직한 카미유 포크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어리숙한 이웃, 필리베르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그와 함께 사는 요리사 프랑크는 카미유와 비슷하게 불우한 어린 시절을 겪은 인물로 가족이라고는 폴레트 할머니뿐이다. 안나 가발다의 두 번째 장편 소설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은 위태롭고 불완전한 이들 4인의 '인생의 부상자'가 더이상 물속에서 허우적거리지 않고, 바닥을 '탁' 치고 올라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이다. 



연애 소설이자 성장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은 닮은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멀찌감치 떨어진 점처럼 살아온 이들이 우연한 계기로 '함께 있게 되면서' 점이 선이 되고, 선이 면으로 변하듯 더 행복한 삶을 살게 되는 과정을 현실적이면서도 로맨틱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두 권 합쳐 약 800쪽에 달하는 분량인데 술술 읽힌다. 안나 가발다 스스로가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며 벼른 탓인지, 가끔은 능글맞고 또 느끼한 부분도 있지만, '맞아, 이런 게 사랑이었어!'라고 할 정도로 감정 묘사가 풍부하다. 혹시 지금 일(또는 꿈)에 지쳐 있거나 인간관계에 시달리거나, 지금 곁에 사랑할 사람이 없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이 책이 당신에게 그 세 가지 측면으로 여러 질문을 던질 테니. 



사건 중심이라기보다는 인물과 감정 위주로 진행되는 작품이라 아무래도 인물이 참 매력적이다. 다만 카미유는 너무 예민하고 뾰족해 위태롭고, 프랑크는 상처가 너무 많아 감당하기 버거우니 엉뚱하고 어설프지만 친절한 필리베르와 마마두에 더 마음이 기운다. 말을 더듬는 버릇 때문에 따돌림까지 받았던 필리베르와 시바의 여왕 마마두는 극의 재미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아멜리아에>의 여주인공 오드리 도투가 카미유 역을 맡아 이미 영화로도 만들어졌던데, 작중인물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겠다.  



필리베르는 카미유에게 프랑크를 소개하면서 '손에 닿는 것이면 뭐든 뜯어고치는 사람'이라 말했다. 낡고 망가진 것들을 죄다 고치는 사람이라던 그는 실제로 '망가진' 카미유의 거식증을 해결하고, 사랑 앞에 한껏 움츠러든 그녀를 당당히 두 발로 서게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자주인공이 일방적으로 왕자님을 만나는 내용은 아니다. 오히려 여자가 더 부유하고, 남자는 가진 게 없으니. 



겨울 없이 봄이 오는 법은 없다. 혹독한 추위가 몰아치는 한겨울에는 영영 봄이 안 올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늘 그렇듯 봄은 조용히 어느새 곁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만물이 움츠러든 추운 겨울이 끝나고, 다시 새싹이 트는 봄날을 맞이하는 느낌의 소설이다. 세상에 나오면서부터 온통 여기저기 부서지고 다친 이들이 마침내 전혀 예상치 못한 존재로부터 삶의 의미를 깨닫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어느 시인이 그랬다. 이유가 있어서 봄이 오는 게 아니듯, 이유가 있어서 그녀와 함께 있으면 힘이 나는 게 아니라고. 프랑크에게 딱 어울리는 그런 시인데, 애석하게도 시인이나 제목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관계의 소중함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가족에서부터 친구, 연인, 동료에 이르기까지 나를 둘러싼 주변 인물과의 관계를 돌이켜 보게 한다. 상호 간의 감정 교류와 소통이 없는 관계라면 그것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더러는 위험하기까지 한지, 또 사랑 앞에서 겁을 먹고 머뭇거리기만 하다가 사랑을 놓쳐버릴 수 있다는 어쩌면 너무 당연한 사실까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사랑은 나의 언어가 아닌 상대의 언어로 상대가 알아듣게 표현해야 하는 성질의 것이다. 사실 '네가 좋아.', '네가 내 옆에 있으면 좋겠어' 같은 말이 어려운 말은 아닌데, 카미유처럼 사랑 앞에서 쭈뼛대고 머뭇거리다 놓치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지. 끝까지 기다려준 프랑크가 고맙다. 




" ‘행복하다‘는 게 뭐니?
그거, 요즘에 유행하는 새로운 말인가 보지?
행복, 좋아하네! 우리가 장난질이나 하고
개양귀비꽃이나 꺾으러 다니려고 이 세상에 온 줄 아니?
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너무 순진한 거야, 이것아."
(1권, p. 63)

까짓것,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사는 거지, 뭐.
따지고 보면 이건 또 다른 신호야.
내가 거의 밑바닥에 닿긴 했지만,
완전히 닿은 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거라고. 안 그래?
아직 더 힘을 내야 해.
이 추위 속에서 몇 시간을 더 버텨야 해.
그러면 바닥에 닿을지도 몰라.
(1권, p.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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