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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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마당에 맛있는 옥수수가 자란다. 그 마당을 세상의 전부로 알고 사는 거위들에게 어느 날 철학자 거위가 나타나, 더는 마당에 갇혀 있지 말고, 하늘을 나는 거위 본연의 모습을 되찾으라 말한다. 거위들은 몇 달간 철학자 거위의 말을 분석하고 비평하지만 끝내 아무도 날지 않는다. 왜? 옥수수는 너무 맛있고, 앞마당은 안전하니까. 키에르케고르의 우화에 나오는 이 거위들은 미나리 마을의 달팽이들과 닮았다. 




주인공 달팽이는 자신은 왜 이름이 없는지, 왜 다른 동물보다 느린지 알고 싶다. 그러나 그런 말을 꺼내면, 다른 달팽이들로부터 비웃음만 살 뿐이다. 달팽이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마을을 떠나 수리부엉이와 거북이 등 다른 동물들에게 지혜와 조언을 구한다. 그 과정에서 '반항아'라는 이름을 얻고, 다른 동물들과 달리 왜 자신이 유독 느린지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달팽이에게 '반항아'라고 이름을 지어준 건 유독 말이 느리던 거북이다. 거북이는 반항아라는 이름은 두려움이 없는 자가 아니라 두려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에게 붙이는 이름이라고 했다. 모두가 서두르며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애를 쓸 때도 '그렇게 빨리하려고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 꼭 많은 것을 가져야 행복해지는 걸까?'라며 듣기 거북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반항아라는 거북이의 말에 달팽이는 용기를 얻는다.  



프랑스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크리스토프 라무르 (Christophe Lamoure)는 자신의 철학 에세이 『걷기의 철학』에서 '우리가 눈여겨보지 않던 사물의 시시콜콜하고 섬세한 부분이 느린 움직임ㅡ느림은 움직임을 함축하므로ㅡ을 통해 드러난다.'고 했다. 달팽이가 느린 이유도 마찬가지다. 달팽이가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시시콜콜하고 섬세한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는 건 그가 다른 동물보다 느리기 때문이다. '느림'은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 되기도 하고, 악덕이 아니라 미덕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달팽이는 거북이 머리 뒤에 자리를 잡자마자 어디로 가는 건지 물었어. 그랬더니 거북이는 대뜸 질문이 잘못됐다고 하면서, 그 대신 <어디서 오는 길인지> 물어야 한다는 거야.


동화책은 대체로 두세 번 읽는다. 다시 읽을 때 처음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이 보여서다. 초반에 수리부엉이를 만나러 너도밤나무를 오르던 달팽이의 힘겨운 움직임도 두 번째 읽을 때 보였다. 다람쥐와 거미줄을 피해 가까스로 나무 꼭대기에 도착하니 별빛 가득하던 밤하늘은 온데간데없고 동이 텄다. 달팽이는 나무를 오르기 위해 밤을 꼬박 새우다시피 했다. 심지어 그때는 길고 긴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이었다. 기존의 체제나 관습에 의문을 제기한다는 건 도처에서 목숨을 위협해오는 다람쥐와 거미줄을 피해 밤을 꼬박 새우고 나무 꼭대기를 오르는 달팽이의 처지와 같지 않을까. 




루이스 세풀베다의 <느림의 중요성을 깨달은 달팽이>를 읽고 든 몇 가지 생각


"원래 그래"라는 말에 담긴 무관심 

자신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 달팽이를 다른 달팽이들은 시종일관 무시하고, 윽박지르고, "원래 그래"라는 말로 질문을 원천봉쇄한다. 나에게 '가장 듣기 싫은 말 10가지'를 고르라고 하면, 단연 상위에 올릴 만큼 나는 "원래 그래"라는 말을 참 싫어한다. 듣기도 싫고, 잘 쓰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 말만큼 자주 들리는 말도 없다. 특히 화자와 청자의 권력이 같지 않을 때 이 말은 치명적이다. 


  

내가 받은 도움을 다른 이에게 돌려주며 함께 살기

<민들레 나라>를 떠난 달팽이는 부엉이와 거북이에게 도움을 받고, 개미와 딱정벌레, 두더지에게 도움을 준다. 달팽이의 선행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받은 도움을 또 다른 이에게 돌려주는 'Pay Forward' 방식이다.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단체에서 소외당하던 달팽이가 다른 집단과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관계를 맺고, 긍정적 가치를 실현하는 모습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달팽이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건, 어쨌든 달팽이와 똑같이 생긴 '(민들레 나라의) 다른 달팽이'들일 텐데, 왜 그들은 그토록 못마땅해하기만 하고, 밀어내려고만 했을까. 



나이 많은 달팽이들은 왜 안 보일까?

루이스 세풀베다는 '나이 많은 달팽이들'을 못마땅하게 묘사한다. 그들은 문제를 제기하는 젊은 달팽이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무조건 거부한다. 그들은 '이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에 거부감이 크고, 현 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 기존의 <민들레 나라>를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으러 떠난 달팽이와 무리가 결국 최종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나이 든 달팽이가 단 한 마리도 없었던 사실은 충격적이기도 하고 비통하다. 



고통은 희망의 자취일까?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 과정은 고되다. 몸도 힘들지만, 매 순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정신적으로도 힘이 많이 든다. 달팽이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그들 몸에서 흘러나온 끈적끈적한 흰 액체가 남았다. 그리고 그 흰 자국 위로 민들레 이파리가 새로 돋아났다. 고통은 분명 아프다. 고통이라는 게 대체 단발성이 아닌 데다 더러는 연달아 찾아와 영 맥을 못 추게 한다. 그런데도 일부에서 끊임없이 고통이 아름답다거나 되려 기회가 된다고 말하는 건, 그 허옇고 끈적끈적한 액체가 묻은 자리에서 민들레 이파리가 자라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힘이 든 달팽이들이 그 길 위에 허연 액체를 남기지 않았더라면, 민들레 이파리는 그곳에 자라지 않았을 것이다. 고통을 아름답다고 해야 할지 추하다고 해야 할지 나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어떻게든 견뎌내기만 하면 훗날 '역시 그때 견디길 잘 했어'라고 생각할 때가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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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 관하여 - 비판적 성찰의 일상화
강남순 지음 / 동녘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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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미투 운동 (#MeToo Movement)을 비롯해, 흑인 아동 모델에게 논란을 일으키고도 남을 문구(Coolest monkey in the jungle)가 적힌 티셔츠를 입힌 H&M에 분노한 유명인들의 발언이 시선을 끌고 있다. 『배움에 관하여』는 일상에서 하도 빈번히 일어나는 탓에 무뎌져 있었는지 모르는 외모 차별·성차별·나이 차별·학력차별·계층 차별·인종차별 등의 다양한 폭력과 차별에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를 알려준다.




이 책은 미국 신학대학원에서 현대철학과 신학을 가르치는 강남순 교수가 작년에 발표한 에세이로 '배움-비판적 성찰-일상'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를 풀어 하나로 연결한다. 그런데 왜 배워야 하는가? 나와 내가 몸담고 살아가는 세계를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서다. 강남순 교수는 진정한 배움은 단순한 정보의 축적이 아닌 비판적 성찰의 과정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하며, 타자와 자신을 억압과 차별적 구조에 방치하지 말자고 한다. 왜? 자크 데리다의 말대로 '무관심은 인류에 대한 범죄의 시작'이니까.  



강남순 교수는 '어찌하다 보니' 매우 다양한 운동에 개입하면서 살아왔다고 말한다. 


성차별은 물론 흑인 인종차별, 미국 원주민 (소위 Native American) 차별, 성소수자 차별, 그리고 홀로코스트 문제를 다루는 모임 등 다양한 종류의 변혁운동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계기가 많았다. p. 199



강 교수가 자신과 성, 인종, 성적 성향, 종교 등이 같지 않더라도 이처럼 다양한 변혁 운동을 지지하고 개입하는 데는 두 가지 까닭이 있다. 첫째, 그 차별과 억압이 특정 집단에만 향한 것이 아니라 '인류에 대한 범죄와 차별'이기 때문이고 둘째, 인간의 이기성은 설사 동질성을 나눈다 해서 그 의도가 자기 이득과 공공선의 확장을 균형적으로 모색하는 데에 언제나 순수하게 작동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강 교수는 앨리스 워커의 소설 『컬러 퍼플』의 한 구절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지요."를 인용해, 누군가 '저편'에서 차별받고 있는 것은 결국 '이편'의 삶도 일그러져 있음을 의미한다며 '함께 실존 co-existence'을 강조한다. 




보다 나은 세계에 대한 희망이라는 말이 퇴색한 것처럼 들리는 시대다. '모든 것이 잘 될 거야'라는 상투적인 희망의 약속이나 위로의 말도 때에 따라서는 오히려 고문처럼 느껴진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절망이나 회의주의에 빠져 있을 수만도 없다. 저자의 말대로 다양한 불평등의 구조와 문제에 대한 예민성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하고, 불완전한 삶의 조건들 속에서 '당당한 명랑성'으로 자신의 고유한 목소리를 내며 살아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희망이 제자리를 이탈해 방황하는 이 시대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좌절하고 금수저 타령을 비롯해 노오력이니 헬조선이니 자조 섞인 신조어를 양산해왔던가. '당당한 명랑성'이라,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가질 수 있다면, 마음 한가득 갖고 싶은 말이다. 자크 데리다가 죽기 3일 전에 작성했다는 장례식 조사의 한 구절처럼 '언제나 삶을 사랑하고 생존하여 살아냄을 긍정하는 것을 멈추지 않기' 위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구원받으라는 청년들이 글쎄 미국의 강 교수 집까지 찾아갔었다고 한다. '구제 불능의 선교열'이라고 일갈하며 '당신들도 제도화되고 교리화된 종교가 양산한 복합적 문제의 희생자'라 부르고, 관광객과 선물가게로 뒤덮인 프라하 카를교에 설치된 예수상이 지나치게 상업화되었다고 지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찾아보니 이미 한참 전에 배타적 교단 주의 병폐를 극복하지 못한 한국 기독교의 폐해를 지적하는 책(『페미니즘과 기독교』)을 낸 바 있다. 



구원이란 특정한 종교에 소속되어 있다거나, 특정한 종교적 교리를 믿는다고 선언하고 암송하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종교란 죽어서 천당에 가게 해주거나 모든 일을 잘 되게 하고 물질적 축복을 가져오게 하는 '구원 클럽'이 아니다. p. 42  



마지막 5장 '감히 스스로 생각하라'에서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보이는 여러 문제점을 다룬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상품화된 인문학과 스스로의 멘토가 되려고 노력하기보다 '멘토'를 찾는 요구를 경계하고, 남성과 비장애자, 이성애자가 독점한 한국 교회와 한국말과 호칭에서 나타나는 위계 주의적 딜레마 등을 지적한다. 특히 학교에서 가까운 학생이나 동료 교수가 강 교수에게 "How are you?"라고 물으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 질문에 답을 할 텐데, 그대는 이 답을 들을 최소한 30분의 시간이 있는가?"라고 답한다던 대목이 인상적이다. 아니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여러분들은 나에게 살아 있는 텍스트 living text'라 말하며 어떤 차별이나 편견도 없이 개개인의 '얼굴'을 봐주는 교수에게라면, 제법 잘 어울리는 말이다. 




사족_

그동안 쓴 수백 편의 글을 모아 세심하게 읽고 추리고 분류했다지만, 앞에 나온 내용과 상당히 유사한 내용이 뒤에 다시 나오는 경우가 더러 있다. 확실히 그 점은 옥에 티지만, 다른 책도 보고 싶게 하는 그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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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익히고 알뜰하게 써먹는 1분 과학지식 - 무한 재미의 별별 과학 191
마티유 비다르 지음, 김세은 옮김 / 반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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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라 테트 오 카레(La Tête au carré)>라는 프랑스 과학 전문 라디오 프로그램 방송 10주년을 기념해 발간된 교양 과학 서적이다. 10년 넘게 진행해온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청취자에게 반응이 가장 좋았던 이야기를 모은 것으로 보면 된다. 과학서적이라고는 하지만, 과학적 지식을 쌓기 위해 읽는 책이라기보다 과학과 일반 대중 사이의 거리감을 좁히는 책에 가깝다. 가령 예를 들어,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설치는 이유, 식품별로 상온에서 보존 가능한 평균 기간, 지구와 운석이 충돌할 위험, 흡연자라면 알고 싶을 '니코틴이 들어 있는 채소'처럼 한 번쯤 궁금해할 만한 내용에서부터 노벨상에 수학상이 없는 이유에 대한 '이유 있는 가설'이나 스파이더맨과 킹콩이 실제로 존재할 가능성 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191가지 이야기가 실려 있다. 만약 아래 다섯 가지 질문의 답이 궁금하거나, 아주 흥미로워 보인다면 일독을 권한다. (혹시 몰라 답은 맨 아래에 적어두었다.)

 


1. (2015년 기준)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인 동물은?

2. 북반구는 왜 유독 9월에 신생아가 많을까?

3. 하루에 다크 초콜릿을 얼마큼 먹으면 목숨을 잃게 될까? 

4. 어린이와 청소년의 평균 집중시간은 몇 분?  

5. 사람을 단 4시간 만에 죽일 수 있고, 해독제도 없는 어류는? 


 


예전에 어느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클래식 음악을 일반 대중의 눈높이로 풀어주는 짧은 코너가 있었다. 베토벤이나 쇼팽처럼 유명 작곡가들의 가정사나 연애·결혼처럼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부터 곡에 대한 사연 등을 포함해 '별별 클래식 지식'을 전달하는 코너였는데 상당히 인기가 좋았던 거로 기억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 그 라디오 프로그램 생각이 많이 났다. 책 제목 '1분 과학 지식' 앞에 붙은 수식어 '쉽게 익히고 알뜰하게 써먹는'은 이 책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이따금 튀어나오는 자투리 코너 '2초 사이에 이런 일이!'는 '무한 재미의 별별 과학 191'이라는 부제와 걸맞다. 단적으로 말하면,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세상에 이런 일이'와 콜라보한 느낌이다. 과학을 잘하지 않아도, 과학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평소에 '별별 랭크쇼'나 '세상에 이런 일이' 하다못해 '서프라이즈' 같은 부류의 프로그램을 좋아한다면 재미있게 읽어볼 만한 책이다. 


  


안경 렌즈 사업으로 부자가 된 미국의 한 기업가가 암 치료법을 개발하겠다는 숭고한 의도로 천재 정자은행을 설립했다고 한다. 무려 1982년에 있었던 일인데, 노벨상 수상자들에게서 정자를 기증받아 인공수정시킬 계획이었다고 한다. 당연히(?) 모두 기증을 거부하는 가운데, 오직 한 사람만이 기증하겠다고 연락해왔는데 하필 유전적으로 백인이 흑인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한 물리학자여서 끝내 야심 찬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그후, IQ가 높은 사람과 올림픽 메달리스트 등에게 정자를 기증받아 220명의 아기가 탄생했다. '우월한' 정자에서 태어난 아기들이 정말 '우월'한 사람이 됐을까? 밝혀진 바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이 책에는 예전에 들어보지 못한 이런 부류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온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하고 읽다 보면, 실제로 라디오에서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냈을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이건 할 얘기가 진짜 많겠다 싶은 이야기도 보인다.  




아무래도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를 비교하게 되니, 국가별 기대수명, 국가별 평균 신장 비교, (일부) 국가와 민족별 혈액형 분포도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네덜란드와 독일, 몬테네그로 등 일부 유럽 국가는 남성 평균 키가 180cm가 넘고, 여성도 170cm 초반대를 넘는다. 180과 170이 평균이라니 진짜 크긴 크다. 또, 사람의 일생을 일주일 단위로 나타낸 표도 인상적이다. 90세를 기준으로 보면, 사람은 자느라 30년을 흘러보내는데 그중 7~8년은 꿈을 꾸는 데 쓴다고 한다. 요새는 100세 시대, 120세 시대를 말하지만, 마찬가지로 1/3의 시간은 수면 시간으로 빼둬야 한다. 그럼, 이제 얼마나 남은 건가? 연초라서 그런가 표를 보니 최대한 낭비하지 말고 아껴 써야겠다는 생각이다. 



정답 
1. 모기 
2. 12~1월에 정자의 컨디션이 가장 좋아서 
3. 11.60KG (116정) 
4. 3분
5. 복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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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읽어주는 그림책 - 지금 이대로의 나를 사랑하게 되는 그림책 치유 카페
김영아 지음 / 사우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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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심리학자이자 독서 치유상담사가 스무 권의 그림책으로 다친 마음을 치유하도록 돕는 책이다.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내 안의 나를 알기', '내가 나를 사랑하기', 그리고 '타인과의 소통'이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1장, 외롭고 열등감에 허덕이는 자신을 더 사랑하도록 하며2장, 타인과 안전거리를 유지해 살라고 말한다3장.  1장과 2장은 챕터를 구분하기가 애매한 부분이 있어 굳이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무방해 보인다.  




특히, 책에 소개된 심리학 용어 두 가지가 핵심 메시지와 상통한다. 하나는 'Here & Now'이고, 다른 하나는 '자아분화 (Differentiation of Self)'다. 상담심리학에서 중시한다는 'Here & Now'는 자아를 인식하는 첫걸음으로 지금 여기에서 내가 무엇을 느끼고 원하는지 아는 것을 말한다. 많은 이들이 지금 내가 이곳에서 무엇을 느끼고 원하는지 생각할 여유도 없이 살아가는 결과, 쉽게 분노하고 좌절하며, 낮은 자존감에 견디지 못하고 타인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다. 왜? 자아분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다. 자아분화란 생각과 감정을 구분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분리시키는 능력이다. 즉, 『내 마음의 그림책』의 독자가 할 일은 지금 여기서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분리하는 능력을 얻는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그림책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동화책은 걱정인형이 나오는 영국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겁쟁이 빌리 (Silly Billy)』와 데미의 『빈 화분 (The Empty Pot)』이다. 걱정인형(Worry Doll)은 과테말라와 멕시코에서 유래한 작은 인형으로 밤에 베개 아래에 두고 자면 모든 걱정과 근심을 대신 가져다 준다고 알려져 있다. 호기심에 검색해 보니, 쇼핑몰에서 2천~8천 원대 가격에 판매 중이다. 내 걱정과 근심을 대신 짊어져 줄 인형이라니, 하나쯤 가져도 괜찮겠다.  




중국 옛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데미의 『빈 화분』은 전형적인 어른에게 더 권하고 싶은 그림책이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고 배웠기에 그렇게 살았다가 혼자 '바보'가 된 느낌에 억울했던 적이 있다면 더욱 권하고 싶다. 애초에 익힌 씨앗을 받은 줄도 모르고 1년 동안 싹을 틔우려고 부단히 애를 써 온 핑이 크게 실망하는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분노의 지수와 표출에 관한 부분이 흥미롭다. 어떤 사람이 무언가에 분노를 느낄 때 그 분노를 수치화할 수 있다고 한다. 즉, 분노에도 지수가 있고, 어느 만큼 표현해야 하는지가 정해져 있단다. 그 사람의 분노는 5일 수도 있고, 10일 수도 있는데 '분노가 5라면 5만큼, 10이라면 10만큼 표현해도 된다 p. 71'고 한다. 책에는 없지만 검색해 보니 분노지수를 평가하는 테스트도 있던데 분노와 같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을 수치화한다는 게 한편으로는 낯설다. 만약 A라는 사람에 대한 내 분노지수가 50이라서 화를 냈는데, A에게는 분노지수가 5라면 어떻게 되는 건가? 반대로 누군가의 분노를 내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 






사족_
그림책으로 마음을 치유하자는 책은 사실 많다. 이때 많은 경우 독자를 '어른이'로 한정하는데 사실 별로 공감이 가지 않는다. 모든 그림책이나 동화책이 주제나 내용 면에서 오로지 아이를 위해 쓰인 책이라고 보기 어렵고, 나이 먹은 어른이라고 모두 '내면의 나를 알고, 나를 사랑하며, 타인과 소통에 능한' 것은 아니니 말이다. 공자 말대로 모든 40세가 불혹인 것은 아니잖은가. 즉, 성인에게 그림책을 소개하는 책들이 굳이 '어른이'라거나 '진정한 어른이 되고 싶은 이들'이라는 식으로 독자를 칭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그야말로 구태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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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사랑이며 싸움이다 - 존엄하게 살기 위한 인문학 강독회
유창선 지음 / 사우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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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헤세, 카프카 등의 저서 12권을 골라 이야기를 풀었다. 단순 서평은 아니고, 책과 함께 삶을 이야기하고 싶단다. 




저자가 인용한 12권의 저서로 이야기를 풀어보자. 

조지 오웰의 말대로 '선량한 인간은 오직 죽은 자'인지 모른다. 모든 인간은 선과 악 어느 하나로만 규정할 수 없으니까.8 그래서일까, 오히려 비도덕적이고 이기적인, 사악한 인간들이 승리하는 경우도 많다.9 저마다 자신의 기준으로 진리를 말하며 그것에 집착하고 싸운다.10 또, 때로는 각자의 필요에 따라 영웅을 만들어 그 울타리에 갇혀살며 자신의 자유를 내던지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5  



문제는 모든 인간은 어느 조직에든 소속돼 살아간다는 점이다.3 그것이 인간의 숙명인데다, 모든 인간은 근원적으로 불안한 존재니까.7 그런데 만일 '내가 속한 조직'이 '나'와 맞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답게 살기'를 바라는 나와 어딘가에 소속돼 다른 이에게 위로받고 싶어 하는 나가 충돌할 때 말이다.2 타인의 욕망이 나의 욕망으로 둔갑한 삶을 살거나 둔갑하게 내버려 두거나, 아니면 기꺼이 나의 욕망을 이루고자 수고스러움을 즐기며 살아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생을 포기할 만큼 좌절하고, 누군가는 오히려 편하다며 애써 자위하며 살겠지만.  



선과 악이 얽힌, 근원적으로 불안한 존재끼리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니, 어찌 우리 삶의 본질을 고통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삶은 때때로, 아니 사실은 자주, 가혹하리만큼 고통스럽다.1 그러나 우리를 더 절망스럽게 하는 건 그 고통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자기 자신뿐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인간으로서 나의 자존과 품격을 지키기 위해 애써야 한다.6 또, 슬픔을 제대로 마주해야 한다. 슬픔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충분히 슬퍼해야 한다.4 그저 먹고살기 위한 생존과 경쟁에서 벗어나 먼저 자기 자신을 돌봐야 한다. 자기 내면을 성찰하고 돌보며 채워나가는 일이야말로 세상을 향해 진실한 행동을 하기 위한 재출발점이니까.12 내면의 사유와 의지를 통해 외부 세계를 자기 자신 속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서로가 자기 이익을 넘어 초연한 사랑으로 대화할 때 우리는 비로소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11




Life is a fight. 삶은 싸움이다. 삶의 본질은 고통이다. 과연 무엇을 위한 싸움일까? 삶이란 자기 배려에서 출발해 외부 세계를 자기 자신 속으로 끌어들이는 '사랑'을 얻고, 유지하기 위한 힘든 싸움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간은 그 싸움의 시간의 총합인지도 모른다. 더러는 그 싸움이 한없이 고통스럽고, 외로움에 절망을 맞닥뜨리게 하고, 나 자신의 품격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슬프게도 그 순간은 자주 찾아온다. 희망이 생긴다고 해서 절망의 이유가 자동적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누구의 삶이든 희망과 절망은 교차하는 법이다. 지금 이 순간, 모든 이들이 저마다 각자의 시련을 견디며 살아간다는 사실이 어쩌면 이 싸움판에 뛰어든 나와 당신을 덜 외롭게 할지도 모르겠다.  




1. 프리드리히 니체, 『이 사람을 보라』

2.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3. 프란츠 카프카, 『성』

4. 롤랑 바르트, 『애도일기』

5. 루쉰, 『고사리를 캔 이야기』

6.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명』

7. 프란츠 카프카, 『변신』

8. 빅토르 위고, 『파리의 노트르담』

9. 호메로스, 『일리아스』

10.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11.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12. 미셸 푸코, 『주체의 해석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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