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익히고 알뜰하게 써먹는 1분 과학지식 - 무한 재미의 별별 과학 191
마티유 비다르 지음, 김세은 옮김 / 반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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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라 테트 오 카레(La Tête au carré)>라는 프랑스 과학 전문 라디오 프로그램 방송 10주년을 기념해 발간된 교양 과학 서적이다. 10년 넘게 진행해온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청취자에게 반응이 가장 좋았던 이야기를 모은 것으로 보면 된다. 과학서적이라고는 하지만, 과학적 지식을 쌓기 위해 읽는 책이라기보다 과학과 일반 대중 사이의 거리감을 좁히는 책에 가깝다. 가령 예를 들어,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설치는 이유, 식품별로 상온에서 보존 가능한 평균 기간, 지구와 운석이 충돌할 위험, 흡연자라면 알고 싶을 '니코틴이 들어 있는 채소'처럼 한 번쯤 궁금해할 만한 내용에서부터 노벨상에 수학상이 없는 이유에 대한 '이유 있는 가설'이나 스파이더맨과 킹콩이 실제로 존재할 가능성 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191가지 이야기가 실려 있다. 만약 아래 다섯 가지 질문의 답이 궁금하거나, 아주 흥미로워 보인다면 일독을 권한다. (혹시 몰라 답은 맨 아래에 적어두었다.)

 


1. (2015년 기준)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인 동물은?

2. 북반구는 왜 유독 9월에 신생아가 많을까?

3. 하루에 다크 초콜릿을 얼마큼 먹으면 목숨을 잃게 될까? 

4. 어린이와 청소년의 평균 집중시간은 몇 분?  

5. 사람을 단 4시간 만에 죽일 수 있고, 해독제도 없는 어류는? 


 


예전에 어느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클래식 음악을 일반 대중의 눈높이로 풀어주는 짧은 코너가 있었다. 베토벤이나 쇼팽처럼 유명 작곡가들의 가정사나 연애·결혼처럼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부터 곡에 대한 사연 등을 포함해 '별별 클래식 지식'을 전달하는 코너였는데 상당히 인기가 좋았던 거로 기억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 그 라디오 프로그램 생각이 많이 났다. 책 제목 '1분 과학 지식' 앞에 붙은 수식어 '쉽게 익히고 알뜰하게 써먹는'은 이 책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이따금 튀어나오는 자투리 코너 '2초 사이에 이런 일이!'는 '무한 재미의 별별 과학 191'이라는 부제와 걸맞다. 단적으로 말하면,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세상에 이런 일이'와 콜라보한 느낌이다. 과학을 잘하지 않아도, 과학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평소에 '별별 랭크쇼'나 '세상에 이런 일이' 하다못해 '서프라이즈' 같은 부류의 프로그램을 좋아한다면 재미있게 읽어볼 만한 책이다. 


  


안경 렌즈 사업으로 부자가 된 미국의 한 기업가가 암 치료법을 개발하겠다는 숭고한 의도로 천재 정자은행을 설립했다고 한다. 무려 1982년에 있었던 일인데, 노벨상 수상자들에게서 정자를 기증받아 인공수정시킬 계획이었다고 한다. 당연히(?) 모두 기증을 거부하는 가운데, 오직 한 사람만이 기증하겠다고 연락해왔는데 하필 유전적으로 백인이 흑인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한 물리학자여서 끝내 야심 찬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그후, IQ가 높은 사람과 올림픽 메달리스트 등에게 정자를 기증받아 220명의 아기가 탄생했다. '우월한' 정자에서 태어난 아기들이 정말 '우월'한 사람이 됐을까? 밝혀진 바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이 책에는 예전에 들어보지 못한 이런 부류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온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하고 읽다 보면, 실제로 라디오에서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냈을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이건 할 얘기가 진짜 많겠다 싶은 이야기도 보인다.  




아무래도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를 비교하게 되니, 국가별 기대수명, 국가별 평균 신장 비교, (일부) 국가와 민족별 혈액형 분포도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네덜란드와 독일, 몬테네그로 등 일부 유럽 국가는 남성 평균 키가 180cm가 넘고, 여성도 170cm 초반대를 넘는다. 180과 170이 평균이라니 진짜 크긴 크다. 또, 사람의 일생을 일주일 단위로 나타낸 표도 인상적이다. 90세를 기준으로 보면, 사람은 자느라 30년을 흘러보내는데 그중 7~8년은 꿈을 꾸는 데 쓴다고 한다. 요새는 100세 시대, 120세 시대를 말하지만, 마찬가지로 1/3의 시간은 수면 시간으로 빼둬야 한다. 그럼, 이제 얼마나 남은 건가? 연초라서 그런가 표를 보니 최대한 낭비하지 말고 아껴 써야겠다는 생각이다. 



정답 
1. 모기 
2. 12~1월에 정자의 컨디션이 가장 좋아서 
3. 11.60KG (116정) 
4. 3분
5. 복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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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예술을 ‘엿먹이다’ - 미술비평은 어떻게 거장 화가들을 능욕했는가?
로저 킴볼 지음, 이일환 옮김 / 베가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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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올바름이 어떻게 예술을 파괴하는가?

(How Political Correctness Sabotages Art)

 

최근 개인적으로 미술계에 관한 관심이 커지는데다 제목이 하도 도발적이어서 읽고 싶었던 책이다. 일찍이 다른 책들을 통해서 시장논리에 입각한 예술가(집단)와 비평가 간의 유착관계에 대해 알아온 터라 기대도 크고 어떤 내용일지 무척 궁금했었는데, 쉽지 않은 책이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The Rape of Masters'라는 제목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예술사에 엄청난 업적을 이루었다고 상까지 받으며 추앙받는 일부 미술 평론가들의 해석(비평)이 거장들의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작품의 의도를 왜곡하고 폄하하는 '강간'과 다름없다는 점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저자 로저 킴볼(Roger Kimball)은 일부 비평가들의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확대해석되거나 특정한 의도로 재해석된  것들을 니체의 '인간은 질병에 논박을 하는 게 아니라 질병에 저항을 하는 것'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그 역시 '저항'하는데, 그 과정에서 반박의 논리나 어조가 지나치게 직설적이어서 독자들에게 충분히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을까 하는 괜한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비평가 집단과 저자 사이에서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 독자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은 윈슬로우 호머의『만류』나 존 싱어 사전트의『에드워드 달리 보이트의 딸들』 등 이 책에서 다루는 화제작들부터 직접 자신의 힘으로 천천히 감상해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길을 잃은 예술평론에 저자가 내놓은 해답은 간단하다. 예술작품 그 자체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비평은 죽었다'고들 한다. 평론가들의 해석은 일반 대중은 물론이고 예술계에서도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에프라임 키숀은 자신의 저서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에서 현대예술이 저지르고 있는 최대의 죄악으로 관객을 무시하거나 경멸하는 태도를 꼽은 바 있다. 로저 킴볼의 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정치적 올바름이)시각적인 것을 이념적인 것으로 대체시키면서 그것은 예술을 본질적으로 비미학적이고 탈미학적인 드라마의 소품으로 전락시켜버린다. (p. 16)'고 꼬집었다. 게다가 그 대책 없는 난해함에 정신병원을 언급하는 것도 두 사람의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다.

 

고흐의『한 켤레의 신발』에 구구절절 달린 어렵다 못해 기괴한 해석에 참다못한 저자의 화가 그대로 분출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한국어판의 제목이 격한 것도 사실이다. 허나, 예술이 온갖 정치적 도구에 휘둘리고 있는 갑갑한 현실을 보다 못한 그도 예술 작품을 이해하는 데 있어 문화적, 사회적, 역사적 요소를 전혀 개입시키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주장은 간단하고 명확하다. 예술 작품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먼저, 또 가장 많이 고려해야 할 대상은 어떤 경우에도 작품 그 자체라는 점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푸코나 데리다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들의 의견과 정면으로 부딪치고, 이미 기득권이 되어버린 유명 비평가들과도 날 선 대립을 해야 하는데, 거듭 말하지만 그것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자 선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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