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미래보고서 2018 - 세계적인 미래연구기구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2018 대전망!
박영숙.제롬 글렌 지음, 이영래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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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예측 도서를 읽을 때면 인공지능과 로봇에 가장 관심이 간다. 간접적으로 인간의 생명 연장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일자리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말한다. '인공지능은 수많은 일자리를 변화시킨다. 실업률은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2025년까지는 전체적인 혼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그 후로도 몇 년 동안은 괜찮을 가능성이 높다. '고. 초기에는 기회가 불평등해 혼란이 불가피하겠지만,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긍정적이라고 덧붙인다.  




문제는 다수를 차지하는 중간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는 점이다. 중간층과 하위층의 일자리가 자동화되면, 둘 중에 임금이 높은 중간층의 일이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하위 직종은 공급이 넘쳐 임금이 낮아지고, 상위층의 일자리는 줄어 임금이 올라간다. 즉, 부의 양극화가 지금보다 더 커진다는 말이다. '지금 이 순간도 끔찍한데 앞으로는 더 끔찍할 테니 각자도생해야 한다. 『언제나 당신이 옳다』'던 자크 아탈리의 말이 떠오른다. 소수의 부유층이 임의로 유전자를 편집·수정해 아기를 낳는다고 가정하면, 부유층에 포함되지 않는 다수는 어떻게 될까? 부유층이 스마트 주택, 지능형 빌딩이라며 음식, 물 등 자원을 내부화한다면 저소득층의 주택은 어떻게 될까? 빈부격차가 초래할 지식의 격차는 어떤가? 소수가 독점한 새로운 지식이 다수의 대중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도록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을까? 흔히 말하는 '금수저론'과는 차원이 다른 지금보다 훨씬 더 원초적이고 극단적인 부의 양극화 현상이 대두될 위험이 크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 중 하나는 '1일 생활권 지구'의 탄생이다. 하이퍼루프 Hyperloop, 저압의 튜브 안에서 공기압의 압력 차를 이용해 빠르게 움직이는 초고속열차는 일론 머스크가 2012년에 제공한 아이디어에서 구체화됐다. 하이퍼루프는 430km 떨어진 뉴욕과 워싱턴을 30분 만에 연결한다. 훗날 북한과 통일이 되면, 기차를 타고 서울에서 북한을 거쳐 유럽 대륙까지 예상보다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말! 그런데 지난 10월 말, 국내 한 신문기사에 따르면 약 470km에 달하는 서울과 부산을 약 16분 만에 오갈 수 있다고 하니, 잘 지켜봐야겠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부분은 인공 자궁과 '(사람의) 아기를 낳는 로봇'이다. 인공 자궁은 이미 1955년도에 특허 기술이 나왔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2020년경에 동물의 인공 자궁, 2030년경에 인간의 인공 자궁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인간과 똑같이 생기고 똑같이 감정을 느끼는 로봇이 이제 인간을 대신해 아기까지 낳는다? 어쩌면 영화 <매트릭스>에서 보던 인공 자궁에서 태어나는 사람들을 실제로 보게 될 날이 그리 멀지 않은지도 모른다.




눈길을 끄는 또 다른 부분은 인신매매와 같은 현대 노예 산업이다. 오늘날 전 세계에 약 3천만 명의 노예가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19세기에 노예 무역하던 시절보다 많다. 게다가 놀랍게도 이들 대부분은 아시아에 있다. 매년 약 2백만~4백만 명이 노예로 팔리며, 상당수는 여자다.




『세계미래보고서 2018』는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의 영향력을 포함해 우리가 먹고, 입고, 짓는 것의 미래를 말한다.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윤리적 문제다. 지식을 독점한 소수 엘리트의 비윤리적인 의사결정을 통제할 수 있을까? 유전자 선택을 비롯해 인간 복제 및 인공 자궁과 같은 사안은 누가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할까? 또,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범죄요인을 미리 차단한다며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문제는 어떻게 할까? 개인의 권리가 우선일까, 집단 안보가 우선일까? 윤리적·정신적 교육을 기술이 진보하는 속도에 맞출 수 있을까? 이 모든 이슈는 <명견만리> 시리즈에서 왜 공존과 공생의 가치를 중시했는가 하는 것에서 답을 찾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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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거 YOUNGER - 30대로 50년 사는 혁신적 프로그램
새라 고트프리드 지음, 정지현 옮김 / 움직이는서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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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해마다 체중이 증가하나요?

· 와인 한 병을 나누어 마셨는데도 정신이 몽롱해지나요?

· 웃을 때 주름이 사라지지 않나요?

· 열쇠를 찾는 시간이 길어지나요?

· 척추 사이의 원판에 퇴행이 일어나 허리가 아프거나 뻣뻣해지나요?

· 더 심각하게는 어떤 질병을 진단받았나요?



위의 6가지 질문에 대한 당신의 대답이 '아니요'이기를 바란다. 이것들은 당신의 인체가 빠르게 노화하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이다.  




어느새 연말연시가 코앞이다. 한 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해를 시작하는 시점에 많은 이들이 신경 쓰는 가장 중요한 이슈인 건강을 생각할 때가 됐다는 말이다. 『영거 Younger』는 노화와 관련해 유전적 역사와 경향을 극복하고 바꾸는 방법을 담은 책이다. 저자 새라 고트프리드 Sara Gottfried 박사는 노화 진행 속도를 늦출 방안을 기능의학에서 찾는데, 기능의학은 병과 건강에 장기적인 영향을 끼치는 유전과 환경, 생활방식 요소의 상호작용에 주목해, 환자와 의사 사이에 치유의 파트너십을 만들어 엄청난 치료 효과를 내는 접근법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노화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은 7주다. 유전자와 라이프스타일이 대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7주라서 그렇단다. 



2009년 노벨생리의학상은 텔로미어 telomere를 발견한 미국 교수 3인의 차지였다. 텔로미어란 염색체 끝부분의 DNA로, 우리 몸속의 '노화 시계'라고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정상 세포는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텔로미어가 계속 짧아지는데, 문제는 이 텔로미어가 평균보다 빠른 속도로 짧아지는 사람이다. 텔로미어가 짧아지면 주름은 물론이고 심장 질환, 암, 조기 사망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즉, 이 책에서 사라 고트프리드 의사가 주목하는 것도 바로 텔로미어를 보호하는 방법이다. 



초반부터 흥미로운 내용이 나온다. 흔히 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계속 늘어난다고만 생각했는데 2015년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심장 질환, 당뇨, 뇌졸중, 알츠하이머의 증가로 평균수명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참고로 2030년이 되면, 알츠하이머 환자는 35% 늘어나고, 유방암 환자는 50% 늘어난다고 한다.) 새라 고트프리드 박사는 이러한 질병들의 근본적인 원인을 노화로 꼽으며, 하나의 질병을 지연시키면 모든 질병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7주의 영거 프로토콜'로 노화를 가속화하는 5가지 인자를 조절하는 것이다. 5가지 노화 인자는 근육, 뇌, 호르몬, 장, 독성지방이다. 



7주 영거 프로토콜


※ 영거 프로토콜 제1주를 시작하기 전에 갖춰야 할 세 가지 전제조건


1. 매일 최소한 6시간 잠을 잔다.

2. 가공식품을 피한다.

3. 일주일에 4일 동안 20~30분간 운동한다.


제1주: 음식 (효소와 호르몬, 세포에 장착된 시한폭탄을 멈추는 필수물질을 생성하는 행동 학습) 

제2주: 수면 (바쁘거나 잠을 깊이 자지 못할 때도 생체 시계 유전자를 나에게 유리하게 하는 방법 학습) 

제3주: 운동 ('의자병'을 물리치고, 노화와 암 예방에 효과적인 운동 알기)

제4주: 이완 (근육이 열심히 일하게 하는 방법 학습)

제5주: 노출 (인체의 생화학을 틀어지게 하는 유전자 알기 ex. 메틸화, 유방암, 비타민 D, 곰팡이 유전자) 

제6주: 진정 (스트레스에 민감한 유전자 조절 방법 학습)

제7주: 생각 (잊어버리는 것보다 기억하는 쪽으로 균형 옮기기)




이카리아 섬 주민들에게 배우는 장수 비결 

· 잠에서 깰 때 알람에 의존 않고 자연적으로 일어난다.

· 치유력 있는 온천에서 (광천수) 목욕을 한다.

· 생선과 초록 채소(민들레, 펜넬, 오르타 horta 시금치의 사촌 격)를 많이 섭취한다.

· 이웃, 친구, 가족과 가깝게 지낸다.

· 살균하지 않은 생 염소젖 (요구르트, 치즈 포함)을 마신다.

· 염소 지기처럼 움직이고 텃밭을 가꾼다.

· (보존제를 첨가하지 않은) 와인을 적당히 마신다.

· 간헐적 금식을 한다. (간헐적 단식은 포유로 노화 방지 효과가 있다)

· 매일 오후에 (30분간) 낮잠을 잔다. (낮잠은 심장질환 위험을 37% 낮춘다)

· 은퇴를 하지 않는다.

· 진한 허브차를 매일 마신다.




건강 관련 서적치고는 두꺼운 편이다. 몸에 좋은 음식과 운동을 자세하게 다룬 탓이다. 중간중간 관심 있게 볼 만한 내용이 많다. 게다가 책 맨 뒤에 부록으로 30쪽이 넘게 레시피를 담았으니, 어렵지 않게 따라 해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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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인을 위한 물리지식 - 자연현상과 일상, 가전기기에 숨어 있는 물리의 40가지 핵심 원리!
이남영.정태문 지음 / 반니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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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나이 138억 년, 지구 나이 45억 년,

달이 생성된 45억 년 전 지구의 하루는 겨우 6시간.

작가의 말처럼, 수명이 고작 100년도 채 될까 말까 하는 

인간은 어떻게 이런 걸 다 알아낼까?

그야말로 '과학의 신비'다.



45억 년 전 6시간에 불과하던 지구의 하루는

달의 조석력으로 지구 자전이 느려지면서

지금처럼 '하루=24시간'이 되었다.

약 20억 년 후에는 '하루=90일 (2160시간)'이 돼 

1년 기준으로 딱 4번만 해가 뜨고 진단다.



하루 24시간이 너무 짧다며 바쁘게 사는 이에게

90일짜리 하루, 그러니까 2160시간짜리 하루를 

살게 하면 어떨까?

'내년에 보자'라는 인사는 '네 밤 자고 보자'가 된다.

90일짜리 하루라니, 뭘 해도 웬만해서는 

끝나지 않는 하루다.



90일 동안, 대체 얼마나 많은 일이 가능하고, 

또 불가능할까. 온갖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90일짜리 하루에는 좋은 게 더 많을까, 나쁜 게 더 많을까?

그 하루 엄청 살아보고 싶다!





『교양인을 위한 물리지식』을 읽던 중,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온갖 상상을 일단 멈추고 다시 읽어나간다. 이 책은 호모 사이언스라는 필명으로 브런치(www.brunch.co.kr)에 연재하던 글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무지개나 구름 등의 자연현상에서부터 냉장고, 스피커, 모니터 등의 가전기기 등에 숨어 있는 원리를 물리학적으로 접근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공명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그네 타는 춘향이를 데려오는데, 대략 아래와 같다. 참고로, 공명현상이란 주기적으로 진동하는 물체에, 그 진동수와 같은 주기로 작은 힘이라도 꾸준히 가하면, 물체의 진동 폭이 아주 크게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몽룡의 눈에 띄어야 하는 만큼, 춘향이는 그네 앞에서 얼마나 벼르고 벼렀을까. 이때 중요한 건, 춘향이가 탄 그네를 밀어주는 향단이의 타이밍이라고 한다. 만약 향단이가 그네의 진동 주기와 어긋난 주기로 밀거나 타이밍을 놓치면, 흔들림은 감소하고 공명현상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공명현상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기 위해 1940년에 시속 64km의 바람에 끊어진 미국의 타코마 내로우즈 다리(Tacoma Narrows Bridge)를 소개한다. 실제로 이 다리는 공명현상에 의해 다리가 끊어진 첫 번째 사례라고 한다. (그런데 '첫 번째 사례'라면, 두 번째, 세 번째 사례도 있다는 건지.... 궁금하지만 검색을 더 하지는 않았다.) 

 


TV 드라마에서 유성우가 떨어지던 어느 날 밤, 형이 동생에게 그동안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를 꺼낸다. 그 장면을 눈여겨본 저자는 바로 그 장면에서 케플러의 법칙을 말하기 시작한다. 과학을 전공한 학자의 눈에 비치는 세상과 일반 대중의 눈에 비치는 세상은 얼마나 다를까. 내가 바라보는 세상과 타인, 특히 과학자가 바라보는 세상이 얼마나 다른지 궁금하신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그나저나 핼리 혜성이 지구를 방문한 게 1986년이라고 한다. 다음번 방문은 2061년이라고 하는데, 아이고, 너무 먼 미래다. 나도 2061년에 핼리 혜성을 볼 수 있을까...



기능적으로 볼 때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남는다. 먼저, 책에 실린 40개의 이야기는 3개의 메인 카테고리-자연현상, 가전기기, 일상-로 나뉘니만큼, 챕터 구분을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또, 종이책이니만큼 일부러 신경 써서 그래프나 관련 도표를 훨씬 많이 넣었는데 안타까운 점은 그것들이 쉬워 보이거나 흥미로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학 도서가 아닌 일반 서적이면 그래프나 관련 도표가 큰 도움을 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 들어간 것들은 과학 원리나 법칙을 설명하는 것들이라 표에 적힌 용어 자체도 낯설고 별다른 재미나 효과를 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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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흥신소 - 흥할 기획, 잡아드립니다!
서대웅 지음 / 끌리는책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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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도에 나온 『컨셉흥신소』의 후속작 『기획흥신소』는 오래전에 나온 『기획 천재가 된 홍대리』처럼 캐릭터를 설정해놓고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흥할 기획'을 조언하는 책이다. 괴짜 홍대리처럼 『기획흥신소』의 돌소장도 전혀 평범하지 않다. 그는 오쿠다 히데오가 쓴 『공중그네』의 닥터 이라부를 연상시킨다. 돌소장과 나오미 외 여러 임직원들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특히 대화)에는 일본 만화나 라이트 노벨(light novel)에서 자주 볼 법한 특유의 B급 코드도 엿보인다.

 
 

총 다섯 파트로 이루어져 있는데, '흥할 기획서' 작성에 관한 조언은 앞의 두 파트에 있다. 세 번째 파트는 사업계획서 작성과 PT 요령, 네 번째 파트는 '이직 기획', 마지막 파트는 강력하고 간결하게 기획서 쓰는 법을 담았다. 캐릭터에게 설정한 이야기를 풀어내려다 전체 구성을 이렇게 잡았을 텐데 다소 산만해 보이는 감이 없지 않다. 캐릭터가 있는 이상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니 다른 기획 관련 도서보다 분량이 많아진 거로 보이는데, 좀 더 과감하게 얘기를 줄였더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길다. (기획 관련 도서는 대체로 3백 쪽을 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하는 말이다)


기획이란 일은 본래 사람을 위해 하는 일이다. 일본 최고의 기획자로 손꼽히는 우메다 사토시가 『최고의 기획자는 세 번 계략을 짠다』에서 밝힌 세 가지 계략(사람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감탄을 자아내고, 감동시킬 것) 역시 사람을 중심에 둔다. 『기획흥신소』 역시 기획은 결국 사람을 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계획(計劃)에는 사람(人)이 없고, 기획(企劃)에는 사람(人)이 있다.
계획이 셈을 중심하는 개념이라면, 기획은 사람을 중시하는 개념이다.

 

기획 업무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 일인지, 기획자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알고 싶은 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특히 두 번째 파트는 저자가 말하는 기획이 쉬워지는 4가지 'ㅍㅍㅅㅅ (phenomenon 상황, problem 문제, solution 해결, output 효과)'를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어 가장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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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이별
박동숙 지음 / 심플라이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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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랑에는 반드시 이별이 뒤따르기에 기뻐할 만큼 슬퍼할 시간이 있기 마련인데 사람들은 왜 아플 걸 뻔히 알면서도 사랑에 빠질까? 본래 네 개의 팔, 네 개의 다리, 두 개의 머리로 태어난 인간을 제우스가 반으로 쪼개놓았다고 하니 '나의 반쪽'을 그리워하는 게 당연한 건가.




『어른의 이별』은 지난 5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보내온 라디오 청취자들의 이별을 토대로 만든 책이다. 사연을 읽는 동안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노래 <Love Is A Losing Game>이 사운드트랙처럼 머릿속에서 계속 플레이되는데 안 그래도 책을 거의 다 읽어갈 즈음 '사랑은 늘 지는 게임'이라는 말이 나온다. 사랑이란 게임에서는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지게 돼 있고, 또 더 아프기 마련이다. 자신이 패자라는 걸 가장 잘 알면서 게임판을 떠나지도 못한다. 혹시라도 이길 줄 알고 게임판을 못 떠나는 게 아니다. 패자는 본능적으로 본인이 질 거라는 걸 아는 사람이다.



사랑밖에 모른다던 어느 노랫말처럼 삶의 우선순위를 사랑에 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 때가 있었다. 다만 사랑에 모든 걸 걸 용기나 순수함까지는 없었다. 


사랑이면 

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고

사랑해도 안 되는구나, 좌절했던 시절도 있었어. (P. 55)


어느덧 시간은 흘러, '사랑해도 안 되는구나'라며 내 몫의 좌절을 들고나와야 할 때도 있었다. 누구의 사연으로 시작했는지 알 수 없는 이야기에 오래전의 기억이 살포시 내려앉는다. 나에게는 내 사랑이 가장 아프지만,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로 아파하고, 아닌 걸 알면서도 여전히 누군가를 그리워한다. 하루를 마치고 인제 그만 편히 쉬어도 되는 순간에 저 어딘가에서 누군가 주섬주섬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고 생각하니 목이 탄다. 누군가는 끼니를 거르고, 세상 모든것이 그 사람을 떠올린다며 당혹스러워 하고 화도 내보다가 기어코 눈물을 쏟는다. 지금 저이는 얼마나 힘들까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그의 눈물이 오롯이 사랑으로 인한 거란 사실에 마음이 놓인다.  



더 많이 사랑하는 쪽, 더 오래 사랑하는 쪽은 언제나 아픈 법이다. 무뎌지기 위해 얼만큼의 시간이 흘러야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럼에도 세상의 많은 이들은 여전히 사랑을 권한다. 프랑스 소설가 그레구아르 들라쿠르의 말처럼 '욕망이 불을 질러놓고 결국 재가 될지언정, 아무것도 아닌 일에 그렇게 눈물이 날지언정' 사람들은 죽는 순간까지 사랑을 갈구한다. 사랑은 언제나 옳으니까. 



사랑이 끝났다고 누구를 혹은 무엇을 탓할 필요는 없다. '~를 했더라면' 또는 '~를 하지 않았더라면'이라며 이미 일어난 일을 후회하거나 반대로 일어나지 않은 일을 뒤늦게 바랄 필요도 없다. 그저 거기까지였을 뿐이다. 그리워하는 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는 사람도 있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사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어쩌면 그대는 그대에게 주어진 작은 인연을 붙들고 너무 큰 부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문열의 소설 <젊은 날의 초상>에 나오는 표현이다). 그래, 그대도 참 많이 외로웠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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