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얏상 스토리콜렉터 9
하라 코이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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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극락컴퍼니』에 이어 두 번째로 접하게 된 하라 고이치의 작품이다.『극락컴퍼니』가 그러했듯이 현대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그 속에서 감동을 전달하고 있다. '노숙자를 두고 이렇게 뻔뻔할 정도로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도 되는 걸까?'싶을 정도로 주인공 얏상은 시종일관 밝고 위풍당당하기까지 하다. 얏상은 분명 그가 속한 사회에서 루저(loser)의 범주에 속하지만, 꿋꿋하고 당당한 그는 직장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노숙자 신세로 전락한 주인공 다카오를 처음 만났을 때에도 "비굴한 태도를 보이지 말고 노숙자의 긍지를 가지라"고 충고하는데, 그 스스로 루저이면서도 또한 루저들의 든든한 버팀목이고 은인이다. 

 

대부분의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아마도 노숙자에 대한 생각부터 해보게 될 것 같다. 거리에서 밤을 보내고 버려진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그들에게도 얏상처럼 저마다의 사연이 있을 것이고, 한때는 그들 또한 꿈꾸는 것이 있었을 것이며, 어쩌면 지금 이 순간도 차가운 길바닥 위에 누워 있을지언정 머릿속으로 또 가슴 한편엔 과거 한때는 부단히도 노력했을지 모를 그들만의 소중한 꿈의 한 조각이 남아 있을지도 모를 일인데. 어쩌면 가장 먼저 복지혜택을 받아야 하는 그들이 사회 분위기가 점점 흉흉해지고 끔찍한 범죄사건과 연루되면서 응당 받아야 할 관심과 도움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양극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절대 빈곤층이 늘어나는 이 시점에 이 소설은 그리하여 생각보다 시사하는 바가 클 것 같다. 게다가, 노숙자이면서도 사회를 부정하고 원망하기보다는 "노숙자라는 존재는 도시의 은혜 안에서 산다"며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지도 말고 '혜택받은' 환경에서 살고 있음을 감사해야 한다는 얏상의 역설적인 태도는 부의 재분배와 사회 불평등, 그리고 '나눔'에 대해 부담스럽지 않게 그 중요성을 전달하기까지 한다.  

 

이 책이 좋은 점은, 우리가 사는 이 시대를 고스란히 담고 있지만, 잔뜩 웅크린 채로 탄식이나 분노 또는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으로 묘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역동적이고 희망적인 제목처럼 어딘가로 향해 힘차게 달리는 주인공 얏상이 어찌 보면 현실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현실적이지 않은, 즉 작위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어쨌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본연의 '밝음'을 잃지 않은 데다, 기죽지 않고 당당하며, 또 자기보다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는 그 여유로움에서 희망의 기운이 전해져 온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촘촘히 잘 짜여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마도 터릿에 대한 언급 때문일 것이다. 하라 고이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작품 속에 투영한다. 비록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 낙관적이지는 않더라도, 삶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는 식으로 그는 현실 속에서 희망을 노래한다. 어깨를 쭉 펴고 앞을 보며 이제라도 달려보라며.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흔해빠진 '루저들의 희망가'에 불과한 것도 아니다. 한껏 기운을 북돋다가도 어느새 터릿에 대한 경고를 늦추지 않으니 말이다.      

 

"똑똑히 들어둬. 멍하니 정신을 놓고 다니다가는 트럭이니 터릿이니 하는 것들에 인정사정없이 치이는 수가 있다고. ····· 장내에서 걸어다닐 때는 저 터릿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잰걸음으로 다니는게 기본이야. 멍하니 있다 터릿에 치이면 치이는 놈이 잘못이야." (P.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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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1
곤도 마리에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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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두 가지만 생각하면 된다. '물건을 버릴지 남길지 결정하는 것'과 '물건의 제 위치를 정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두 가지만 할 수 있으면 누구나 완벽하게 정리할 수 있다. (p. 29)


'일상생활에 대한 팁을 담은 책을 읽어본 적이 있던가?'라며 시큰둥한 상태로 집어 들었는데, 신기하게도 저자는 독자인 내가 어떤 반응을 할 줄 미리 알고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덤덤하면서도 때로는 시니컬한 어조로 문장을 풀어나간다. 덕분에 예상을 뒤엎고 재미있게 읽었다.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성지에 정기적으로 연재된 수납법 내지는 정리법 시리즈를 한 번에 독파한 기분이다(중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는 대체로 노골적이면서도 한없이 직설적인 문장이 많은데, 그 적나라함에서 오는 재미가 인기의 요인이기도 하지 않은가? 일본 방송 매체에서 오랫동안 정리정돈법을 전파해온 이른바 '정리의 달인'이라더니 실제로 여성지에 연재했을 지도 모를 일이겠다).

 

저자는 정리를 잘하려면 '버리기'부터 잘하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책 전체 절반 이상을 '버리기 기술'에 대해 할애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나 PART 2는 제목부터 '죽어도 못 버리는 사람들을 위한 버리기 원칙'이다. 일상생활에 대한 정보를 담은 책이니만큼 저자는 시종일관 직접적이면서도 분명한 어조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일상에서 벌어지는 헤프닝과 적나라한 일상의 단면에 멋쩍은 미소를 짓게 될지도 모른다.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는 '진짜 인생은 정리 후에 시작된다'며 잘만 하면 진짜 마법이 되어 줄 정리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긴 겨울이 끝나고 마치 봄을 뛰어넘어 여름이 온 것만 같은 요즘이긴 하지만, 이렇게 계절이 바뀌고 무언가 '정리'를 해야만 하는 시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면 좋을 책이다. 실천에 관한 부담도 적어, 저자가 알려준 요령을 따라 시도해보기에도 적합하다. 다만,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사례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 "극적인" 사례들은 정리 전과 후를 비교해주는 사진이라도 실었더라면 훨씬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활자를 통해서도 저자의 말대로 '한 번 치워볼까?'라는 마음이 생기기는 하지만, 아마 사진이 함께 실렸더라면 그 마음을 좀더 "빨리"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엔진이나 다름없었을 텐데 말이다. 

 

나 또한 급한 일을 앞에 두고 책상에 앉으면 여기저기에 불규칙하게 꽂아두고 쌓아둔 책이나 종이뭉치와 씨름하거나, 더러는 일기장을 꺼내들고 일기를 쓰겠다며 법석을 떨기 일쑤다(내 경우는 조용해진 새벽에 일기를 쓰기 때문에). 이 경우,  '심리적으로 정리하고 싶은 다른 무언가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말이 정확한 지적이다. 사실 그렇게 정리를 했다고 해서 마음의 혼란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 건 저자도 알고 나도 아는 사실이니까. 저자는 말한다. '어지르는 행위는 문제의 본질에서 눈을 돌리기 위한 인간의 방위 본능'이니, '한 번에 단 기간에 정리를 끝내고, 그리고 나서 자신이 마주해야 할 문제에 더욱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라'고.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 봐야겠다.

 

저자의 '정리 찬양'은 결국 근본적으로는 '진정한 자기 자신 알기'로 귀결된다. 저자는 자신이 갖고 있는 물건은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를 말해주는 선택의 역사라 말한다. 샘 고슬링도 자신의 저서『스눕(Snoop)』에 '우리의 성격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들과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연결되어 있다'고 하질 않았던가? 우리가 가진 물건은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준다. 그러니 진정한 자신을 알고, 또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고자 한다면 자신에 대한 '재고 조사'인 정리부터 하자는 말이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자, 그럼 "한 번에, 단기간에, 완벽하게 정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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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뒷골목 수프가게
존 고든 지음, 김소정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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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뉴욕 뒷골목 수프가게

(원제: SOUP: A Recipe to Nourish Your Team and Culture)

 

처음에 책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제목만 보고 뉴욕의 수프가게를 탐방한 맛 기행인 줄 알았는데, 이런 세상에… 이 책은 성공과 조직 혁신에 대한 내용이다. 

 

파산 직전에 놓인 수프 사의 CEO, 낸시. 판매 실적은 나날이 악화되고, 직원들은 전혀 의욕이 없다. 어느 날 점심에 비서 브랜다와 함께 들린 뉴욕의 자그마한 수프가게에서 맛본 수프와 그곳의 사람들에게 감동한 낸시는 그들의 맛의 비밀, 즉 그 수프가게의 성공비결을 배워, 쓰러져 가는 자신의 회사를 되살리고자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기업의 생존 조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사람(인재)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조직에 어떤 이가 합류하느냐에 따라 그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프로젝트는 물론이고, 주위의 동료에게 미치는 영향과 팀에 가져다주는 그 여파가 다르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R&D 기술력이 뛰어나고, 영업마케팅이 뛰어나다고 한들, 그 조직에 속해 있는 자들이 축 늘어진 채 조직에 대한 애정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에게도 아무런 열의가 없이 그저 하루하루 시간을 채우고 월급을 받는데 익숙해져 있다면, 과연 그 조직은 그들이 원하고 바라는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아니다. 사실상 그 가정부터가 잘못됐다. 낸시의 회사에 있던 결코 적지 않은 그 직원들처럼 매사에 불만만 많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한다기보다는 아예 관심부터 없고, 그저 기존에 누군가 오래 전에 이루어놓은 성공의 잔재를 답습하는 데 급급하다면 그 조직의 기술력이든 영업력이든 경쟁사보다 우월할 수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 책에서도 나오지만, 사람의 장점이 '변화'에 대한 열망이 아닌가? 조직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CEO를 보고, 그간의 불만과 회의를 거두고 그와 함께 회사를 회생시키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 이들처럼 말이다. 에너지가 가득한 낸시가 많은 이들의 마음 속에 있던 긍정의 기운을 자극하고, 그것은 또 저 깊숙이 자리해 있던 그들 각자의 열정에 불을 지핀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주변인들로부터 그리고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과 조직으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고 또 주며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던가? '내가 잘되는 길이 내가 속한 조직이 잘되는 길이다'라고 말하는 건 너무 '고용주스러운' 멘트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그 생각이 절실했다.

  

가만 보면, '비결'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비결'이란 결코 대단한 것이 아니다. 비결이 뭐냐고 물어오던 낸시에게 다이엔이 뭐 특별한 비결이 있겠냐고 말하질 않던가. 아마도 처음에 낸시는 다이엔이 비결을 가르쳐 주지 않으려나 보다고 생각했겠지만, 다이엔 입장에선 진짜 비결이랄 게 없으니 오히려 낸시를 보면서 답답했을 것이다.  

 

"누구나 그 비결은 음식(재료)에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난 아주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지만 우리 식당 말고도 많지 않수? 요리법이 특별할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우리 식당 수프는 오래전부터 우리 집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방법을 써서 만들지만 사실 특별할 것도 없는 요리법이라우. 물론 수프야 요리법대로 나오는 거지만 굉장한 요리법이야 여기저기 얼마나 많아?”(pp. 38~39)

 

원래 요리는 어머니 손맛이라고 하질 않나. 그리고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어머니가 해주신 밥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고 말한다. 수프의 맛의 비결, 잘 나가는 조직의 비결이 뭐 따로 있을까? 결국은 수프를 누가 어떠한 마음으로 끓였느냐 하는 그것이 비결이며 또 그것이 전부이다. 다만,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조직원 각자가 기꺼이 서로 신뢰하며 공통된 비전을 공유해 나갈 수 있느냐 하는 그들이 맺고 있는 '관계'라는 커다란 관건이 있겠다. 사람이 늘어갈수록, 그 과정은 당연히 더 고될 테니까.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조직 내 신뢰가 부족하고,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직원들은 의욕을 잃어가고, 판매는 부진한 데다, 대표마저 갈팡질팡할 때 이른바 초심을 찾고자 하는 상태일 때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게다가『에너지 버스』를 좋아하는 자라면, 더 좋아하지 않을까?

 

"관계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는 뜻이에요."

"관계는 동사다?"

"그러니까 관계는 고여 있는 무언가가 아니라, 매일 매순간 만들어내야 하는 무언가라는 거죠. 관계는 행동에서 나와요. 관계는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낸 결과물이고, 함께 나눈 상호작용, 함께 한 일의 결과예요. 아이들과 함께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내가 그들의 삶에 참여하게 되고 참여하는 관계가 형성되는 거예요. 동료들과 함께 일할 때도 참여하는 관계가 형성돼요. 함께 일하고 행동하는 동안 함께 참여하는 관계가 형성되고, 참여하고 실행하고 결과를 내는 팀워크가 만들어져요." (p. 149)

 

참, 흥미로운 부분은 "활기차게 일하는 사람 여덟 명 당 투덜히 한 명이라면 우리 회사는 세계 일류 회사가 될 수 있어요.(p. 130)"라던 부분이다. 자, '내가 속한 조직에는 "투덜이"가 몇 명인가? 나는 그 "투덜이"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물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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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프래너 -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 하며 100세까지 평생현역으로 사는 법
송숙희 지음 / 더난출판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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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100세까지 평생 현역으로 사는 법

 

"인포프래너로 산다는 것은 동물원에 포박되어 있다시피 한 당신의 재능해방시키는 일이다. 매월 지급되는 월급에 헐값으로 팔아치웠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라. 그 대가로 보장받았던 어정쩡한 안정을 떨쳐버리고 말이다. (p.78)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실버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른바, '실버혁명'이라고까지 불리며 은퇴설계와 같은 금융업과 보험업 그리고 자기계발 분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른 나이부터 회사에서 명예퇴직을 당하거나 감원대상에 오르게 되면서 이에 관한 자기계발 서적들이 많았는데, 이젠 거기서 더 나아가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을 전달한다. 

 

저자의 주장은 간단명료하다. 인포프래너가 되어 평생 현역으로 살아가라는 말이다. 그것이 인생의 후반전, 즉 제2의 인생을 대비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이며 큰 성과를 내는 방법이란다. 인포프래너(infopreneur)란 information과 entrepreneur의 합성어로, '정보를 파는 1인 기업가'를 뜻한다. 그런데 자기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다른 이들로부터 '저 사람이 이 분야의 전문가'라는 평을 듣는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내가 하는 일은 나 말고는 누구도 못 맡아

  (Truth is, there's no one that can

  do what I do.)"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006)

 

이 책을 읽으면서 인포프래너가 되어 100세 시대를 살아남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할 줄 아는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다른 누구보다 잘하는 것, 또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자신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분야를 찾아내고 그 관심과 애정을 다른 누구의 그것보다 더 절실하고 소중하게 만들어 가꾸어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 까칠한 미란다 편집장이 그토록 "떳떳하게" 까칠함을 발산하고 또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바로 그것 말이다. "나 아니고는 아무도 해낼 수 없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절실하고, 나를 제외한 제3자들 역시 "그래, 당신 말고는 아무도 그 일을 못 맡지!"라고 말해줄 수 있을 정도로 자신만의 확고한 정체성을 확립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고민해야 할 것, 선택해야 할 것이 확실히 많이 늘었다. 활어역수 사어유수(活魚逆水 死魚流水)랬다. 살아있는 물고기는 죽은 물고기와 다르지 않는가. 살아있다는 증거는 흐름을 역행할 줄 아는 그 마음과 태도이다. 모두가 가는 그 길을 따라가기에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이제 너무 길어져 버렸다. 앞으로 송숙희 대표처럼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궤도를 이탈해 '역행'해가는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그리고 그 역행은 이 사회와 시대를 또 얼마나 바꾸어 놓을까?   

 

나는 당신이 인포프래너로 새로이 출발하되, 완전히 새로운 태도로 무장하기보다는 당신의 삶을 기꺼이 감당하는 태도를 가졌으면 한다. 여차하면 선인장으로 기어오를 수 있는 태도 덕분에 보브캣은 얼마든지 잘 살 것이다. 당신 또한 인포프래너로 살아가기로 작정한 이상 어떤 겨우에도 당당하게 '감당'하겠다는 태도를 갖는다면 당신이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떤 선택이든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태도라면 어떤 선택도 가능하고 그로 인해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pp. 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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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경제다 - 버리고, 바꾸고, 바로 잡아야 할 것들 선대인연구 2
선대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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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스럽게도 지금 대다수의 사람들은 한국 경제가 왜 문제인지, 무엇이 어디에서부터 잘못됐는지를 모른다. 그게 이해관계 때문이든 무지 때문이든 말이다. 일례로 많은 이들은 '경기가 안 좋아서' 자신의 생활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2000년대 이후 한국 경제는 일정하게 호경기와 불경기의 사이클과는 무관하게 계속 어려웠다. 경기가 안 좋아서라기보다는 거칠게 표현하면 한국 경제의 승자독식 구조가 강화된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관건은 가진 자만 계속 배 불리는 잘못된 경제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경기 타령만 하는 이들이 많다. 더구나 상대적으로 정보력이 빈약한 저소득층이자 저학력층이 그런 인식을 많이 갖고 있다. (P. 25)

 

1992년이었다. 빌 클린턴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사뭇 도발적인 캐치프레이즈로 재선을 노리던 조지 부시를 누르고 미국의 대통령 자리에 올랐던 때가.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지구 반대편 이곳에서 그때 그 구호가 울려 퍼진다. 저자의 말처럼 서민들은 거짓된 사탕발림에 속아 몰표를 줄 만큼 어리석었고, 대체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를 정도로 무관심했다. 프롤로그는 '원고를 쓰면서 여러 번 눈물을 훔쳤다'는 대목으로 시작하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고 있는 셀 수 없이 많은 데이터와 '진실을 알고 있는 자'로서의 양심과 무게감이 작용했을 터인데, 실제로 이 책을 읽다 보면 명백히 '잘못' 굴러가고 있는 것은 맞는데, 딱히 어쩔 줄 모르겠는 답답함에 몸서리쳐질 것이다.

 

선진국보다 유난히 심한 대한민국의 재벌 독식 현상은 경제민주화의 길로 나아가고자 하는 우리에게 거대한 벽이나 다름없다. 정부와 정치권을 비롯해 언론과 방송까지 모두 한통속이 되어 국민의 눈을 멀게 하고 귀를 먹게 하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과연 우리에게도 '봄날'이 오긴 올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경제 문제가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고 전 세계가 모두 당면한 문제라 우리에게 닥친 문제를 오롯이 우리 힘만으로 풀어낼 수 없다는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잖은가.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실컷 눈치 보면서 내줄 것, 내주지 말아야 할 것 모조리 다 퍼주기만 하면, 이 나라 이 땅에서 이 시대에, 하필이면 제일 '불우한 세대'로 태어난 것을 원망하지는 않더라도 내심 억울한 마음이 들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다. 기성세대들이 부동산 투기로 돈 좀 벌어 나름 재미 좀 봤다면, 피해란 피해는 고스란히 다 끌어안게 된 오늘날 20대의 삶은 정말 애처롭기 짝이 없다. 죽어라 아르바이트를 해도 교통비다 통신비다 점심값이다 빼면 고작 몇 푼 남지도 않고, 그렇기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비싼 대학 등록금은 감당하기 버겁기만 하고, 일자리가 없어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88만원 세대"에게 과연 기성세대가 어떤 해법을 내줄 수 있을까? 아무쪼록 지금껏 그래 온 것처럼 경제 문제를 방치해둔다면 우리가 어떠한 모습으로 전락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 지금보다 더 암울해진다면? 글쎄,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그땐 분명 대부분의 사람이 더는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는 때일 것이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뉘어있는데, 제일 먼저 현재 대한민국 경제 10대 위기를 정리하고, 2부에서는 앞으로의 10년을 예측한다. 그리고 3부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를 이야기 하고 있다. 나 역시 경제에 능통하지는 않지만 이 책은 읽는 데 있어 큰 어려움은 없었다. 저자가<나는 꼽사리다>에 참여하면서, 한국 경제 현실을 알릴 수 있는 책을 써달라는 주문을 받았다더니, 정말 그 요청과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고 말았다! 말하자면,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를 정도로 무디고 어리숙했던 일반인들도 큰 어려움 없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말이다. 

 

고용 및 임금 구조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현실은 단순히 정부의 고용정책과 노동정책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한국 경제 전반에서 안정적인 고부가가치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는 구조가 점점 훼손된 탓이 크다. 특히 2000년대 이후 부동산 버블의 급속한 팽창으로 인한 고비용 구조 및 생산 경제의 위축, 부동산 투기에 가담한 가계의 금융 이자 부담으로 인한 내수 위축, 수출 대기업 위주의 지원책과 가계의 금융 이자 부담으로 인한 내수 위축, 수출 대기업 위주의 지원책과 재벌 독과점 구조의 방치로 인한 벤처기업들의 고사, 인구와 자원이 감소되는 가운데 가속화되는 수도권 집중 정책, 양질의 일자리를 양산하지 못하고 자원을 고갈시키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토건 사업 위주의 개발정책 등이 점점 일자리의 양과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유지할 수 있는 경제구조와 환경을 구축하기는커녕 이를 오히려 훼손하는 구조를 만들어놓고 적자재정 투입 등 몇 가지 대책을 도입한다고 해서 안정적인 일자리가 늘지는 않는다. (p. 55)


참, 지난주 화요일 20일 KBS 시사기획 창에서 "재벌 독식"을 다뤘다. 국내 재벌기업의 독식과 정부에 외면당하고 무참히 쓰러져 가는 중소기업들의 모습을 날카롭게 짚어내고 있어서, 아무리 시사프로그램이라고는 해도 새삼 KBS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이 책을 이미 읽었든, 안 읽었든, 관심이 있든 없든 누구든 꼭 볼 만한 내용이다. 오랫동안 홍대 앞에서 수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아온 제과점이라고 해도 대기업 앞에서는 그저 자리를 내주는 수밖에 없다. 그들이 어떻게 그 가게를 운영해왔고, 그 가게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전혀 중요치 않다. 나라를 대표하고 전 세계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이른바 글로벌기업들이 이처럼 동네 상권을 넘보는 행위는 정말 저자의 표현대로 "좀스럽다." 솔직히 '이건희 떡볶이,' '이재용 오뎅'이란 말 자체가 사람들 입에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게 X팔린 일 아닌가? 잡스가 살아있는데 전 재산을 탕진했다고 치자. 그렇다고 잡스가 '아이머핀, 아이코크, 아이버거' 같은 거 만들겠다고 하겠나? 이건 좀 아니다. 그냥,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당당히 겨루며 '대한민국 대표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고수하는 거, 그게 더 멋지다.

 

 

KBS 시사기획 창 다시보기 (3월20일 - 재벌독식)

http://news.kbs.co.kr/news/actions/BroadNewsAction?broad_code=0039&menu_code=0167&cmd=broadMonthlyInd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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