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읽어주는 그림책 - 지금 이대로의 나를 사랑하게 되는 그림책 치유 카페
김영아 지음 / 사우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치유심리학자이자 독서 치유상담사가 스무 권의 그림책으로 다친 마음을 치유하도록 돕는 책이다.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내 안의 나를 알기', '내가 나를 사랑하기', 그리고 '타인과의 소통'이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1장, 외롭고 열등감에 허덕이는 자신을 더 사랑하도록 하며2장, 타인과 안전거리를 유지해 살라고 말한다3장.  1장과 2장은 챕터를 구분하기가 애매한 부분이 있어 굳이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무방해 보인다.  




특히, 책에 소개된 심리학 용어 두 가지가 핵심 메시지와 상통한다. 하나는 'Here & Now'이고, 다른 하나는 '자아분화 (Differentiation of Self)'다. 상담심리학에서 중시한다는 'Here & Now'는 자아를 인식하는 첫걸음으로 지금 여기에서 내가 무엇을 느끼고 원하는지 아는 것을 말한다. 많은 이들이 지금 내가 이곳에서 무엇을 느끼고 원하는지 생각할 여유도 없이 살아가는 결과, 쉽게 분노하고 좌절하며, 낮은 자존감에 견디지 못하고 타인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다. 왜? 자아분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다. 자아분화란 생각과 감정을 구분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분리시키는 능력이다. 즉, 『내 마음의 그림책』의 독자가 할 일은 지금 여기서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분리하는 능력을 얻는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그림책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동화책은 걱정인형이 나오는 영국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겁쟁이 빌리 (Silly Billy)』와 데미의 『빈 화분 (The Empty Pot)』이다. 걱정인형(Worry Doll)은 과테말라와 멕시코에서 유래한 작은 인형으로 밤에 베개 아래에 두고 자면 모든 걱정과 근심을 대신 가져다 준다고 알려져 있다. 호기심에 검색해 보니, 쇼핑몰에서 2천~8천 원대 가격에 판매 중이다. 내 걱정과 근심을 대신 짊어져 줄 인형이라니, 하나쯤 가져도 괜찮겠다.  




중국 옛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데미의 『빈 화분』은 전형적인 어른에게 더 권하고 싶은 그림책이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고 배웠기에 그렇게 살았다가 혼자 '바보'가 된 느낌에 억울했던 적이 있다면 더욱 권하고 싶다. 애초에 익힌 씨앗을 받은 줄도 모르고 1년 동안 싹을 틔우려고 부단히 애를 써 온 핑이 크게 실망하는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분노의 지수와 표출에 관한 부분이 흥미롭다. 어떤 사람이 무언가에 분노를 느낄 때 그 분노를 수치화할 수 있다고 한다. 즉, 분노에도 지수가 있고, 어느 만큼 표현해야 하는지가 정해져 있단다. 그 사람의 분노는 5일 수도 있고, 10일 수도 있는데 '분노가 5라면 5만큼, 10이라면 10만큼 표현해도 된다 p. 71'고 한다. 책에는 없지만 검색해 보니 분노지수를 평가하는 테스트도 있던데 분노와 같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을 수치화한다는 게 한편으로는 낯설다. 만약 A라는 사람에 대한 내 분노지수가 50이라서 화를 냈는데, A에게는 분노지수가 5라면 어떻게 되는 건가? 반대로 누군가의 분노를 내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 






사족_
그림책으로 마음을 치유하자는 책은 사실 많다. 이때 많은 경우 독자를 '어른이'로 한정하는데 사실 별로 공감이 가지 않는다. 모든 그림책이나 동화책이 주제나 내용 면에서 오로지 아이를 위해 쓰인 책이라고 보기 어렵고, 나이 먹은 어른이라고 모두 '내면의 나를 알고, 나를 사랑하며, 타인과 소통에 능한' 것은 아니니 말이다. 공자 말대로 모든 40세가 불혹인 것은 아니잖은가. 즉, 성인에게 그림책을 소개하는 책들이 굳이 '어른이'라거나 '진정한 어른이 되고 싶은 이들'이라는 식으로 독자를 칭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그야말로 구태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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