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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수업 - 하루에 하나, 나를 사랑하게 되는 자존감 회복 훈련
윤홍균 지음 / 심플라이프 / 2016년 8월
평점 :
'자존감'으로 뉴스를 검색하면 인간관계에서부터 가정, 교육, 연애, 스포츠, 그리고 정치까지 다양한 결괏값이 나온다. '자·존·감'이란 말이 들어가지 않을 때가 없는 것 같다. 정말 문제는 자존감일까?
'정신 건강의 척도'라고도 불리는 자존감은 흔히 '자신을 사랑하는 정도'로 여겨지는데, 자존감에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 기본 축이 있다.
자기 효능감: 자신이 얼마나 쓸모 있는 사람인지 느끼는 것
자기 조절감: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본능
자기 안전감: 안전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것으로 자존감의 바탕
많은 이가 저마다 가장 보기 좋아 보이는 삶의 단면을 SNS에 공개한다. 이를 허세라고 부르든 표현의 자유라고 부르든 진짜 문제는 이런 (대체로 설정됐거나 의도된 상황에서 찍은) 사진을 본 주변인들이 상대적 박탈감이나 우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예전에 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60% 이상이 타인의 SNS를 보고 박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가뜩이나 한국 사회에서는 체면이나 남의 이목에 많이 집착하니 스트레스가 더 클 것이다. 만약 당신이 '이런 일로' 상대적 박탈감이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면, 당신은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철학자 마르틴 부버(Martin Buber)는 '나라는 인간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뿐이고, 자신과 똑같은 존재가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만약 똑같은 존재가 있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까지 말했다. 모두가 다른 존재이므로 행복 요소도 다를 수밖에 없다. 자존감이란 '자신에 대한 평가'라고 하는데, 그럼 남의 잣대로 나를 평가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애초에 평가 기준이 잘못됐는데 그걸로 우울해 하고 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거야말로 너무 '우울하다.'
저자는 며칠 전에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6101201032512047001). 프롤로그에도 밝히듯, 본인도 예전에는 자존감이 낮았지만, 자존감을 회복하면서 행복해졌단다. 불행하다고 느낄 때는 자존감이 낮았고,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자존감이 높았으니, 자존감 회복이란 결국 행복해진다는 말과 같다. <르 파리지엥> 선정 '2014년 최고의 책'으로 꼽혔던 소설가 그레구아르 들라쿠르의 「행복만을 보았다」에 이런 문구가 있다. '사람들이 널 아무리 아프게 해도, 네가 그 상처를 더 헤집어 놓아서는 안 된다'고. Part 6 '자존감 회복을 위해 극복할 것들'을 약간의 문학성을 가미해 한 문장으로 요약하라면 그 말로 대신하겠다.
저자의 의견에 쉽게 동의하지 않게 되는 부분도 있기는 하다. Part 3 '자존감이 인간관계를 좌우한다' 중에 '나는 대한민국의 직장인들이 직장과 직업, 꿈을 좀 더 명확하게 구분했으면 한다. (p. 89)'라는 대목이 나온다. '사축'으로 살지 말라던 도서들이나 「강신주의 다상담」에서도 볼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직장과 인생의 분리'란 결코 쉽지 않을뿐더러('쉽다 어렵다'가 아니라 '가능과 불가능'으로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을'만의 다짐으로 될 일도 아니다. '퇴근 후 회사 생각 금지'란 문구를 접할 때마다 답답하다. 갑이 먼저 나서야 하는 일이고, 조직 내부에 능동적으로 변화하려는 의지가 있어야만 하는 문제라고 본다.
참, '걷기' 열풍은 이 책에서도 이어지고 있어 흥미롭다. '걷지 않으면 내 두뇌가 잠든다'고 말한 몽테뉴를 비롯해 많은 철학자가 '걷기(또는 산책)애호가'였는데, 결국 걷기가 몸과 마음을 모두 건강하게 하는 최고의 보약인가 보다. 저자가 말하기를, 부정적인 생각의 회로가 우리를 괴롭힐 때는 뇌의 양쪽을 번갈아가면서 자극을 주는 양측성 자극 운동을 하는 게 좋은데 걷기가 바로 대표적인 양측성 자극 운동이라고 한다. 참고로, 자유형, 배영은 양측성 자극이지만 접영이나 평영은 아니고, 복싱은 양측성 자극이나 골프나 공 던지기는 아니라고. 저자는 걷기 외에 '나비의자 기법'이라는 것을 추천한다. 아무래도 조만간 '걷기'를 다룬 책을 읽어야겠다.
아무쪼록 디자인에서부터 구성까지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친절한 느낌을 자아낸다. 문장은 술술 읽히고,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볼 만한 문제들을 다 모아두었다. 또, '하루에 하나, 나를 사랑하게 되는 자존감 회복 훈련'이라는 부제에 맞게 한 꼭지가 끝날 때마다 '자존감 향상을 위해 오늘 할 일'이라는 코너를 마련해 독자의 참여를 유도한 것도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한 마디로 '바닥난 자존감을 높여주는 자존감 회복 연습을 위한 워크북'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