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심리학
정동섭 지음 / 학지사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모든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며 여기에 예외는 없다"던 파스칼의 말대로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지만, '행복'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적다. 문제는 저마다  행복을 자기식대로 해석하다 보니 그것을 쫓거나 만들어가는 방법이 잘못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이 책은 행복을 긍정심리학의 관점으로 접근하며 '행복이 무엇이고, 어떤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며, 무엇이 있으면 행복해질까'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행복은 의무다 

행복은 모든 사람의 의무다. 요새는 대부분이 '살맛 안 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찍이 아인슈타인은 "인간은 인간을 행복하게 하려고 태어났다"고 했고, 헤르만 헤세는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다"고 했다. 결국, 지금 '살맛 안 나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 되는데, 요새 우리나라처럼 국가가 국민으로 하여금 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만들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행복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저자는 행복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내가 행복해져야 다른 사람도 행복해진다며 '좀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각자가 행복해야 한다. (p. 47)'고 주장한다. 당연히 나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행복을 위협하는 일은 없는 걸 전제로 한 말일 테지만, '타인의 희생을 전제로 한 내 행복'으로 자칫 잘못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 약간은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 '행복은 연쇄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행복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 2km 반경에 사는 친구들은 25% 더 행복해지고 친구의 친구들은 10%, 친구의 친구의 친구들은 약 5.6% 더 행복해진다. (p. 48)'는 대목이 나오는데 설명이 덧붙여지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행복을 어떻게 수치화했을까 하는 의문은 남는다. 

  


행복은 창조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 행복은 추구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발견해야 하는 걸까?

저자는 행복은 추구할 것도, 발견할 것도 아니며 창조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 없는, 다른 것들이 만들어내는 부산물이라는 말인데 이는 '스스로 행복을 얻기 위해 노력하라'던 칸트의 주장과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행복의 세 가지 구성 요소

학자들은 행복이 세 가지로 구성된다며 아래와 같이 비율을 밝히고 있다. 

· 타고난 유전자와 기질적 성향 - 50%

· 처한 상황 - 10%

· 의도적으로 선택한 활동 - 40%


흥미로운 점은 많은 긍정심리학자도 타고난 성향 등의 유전적 요인이 행복의 구성 요소 중 절반을 차지한다는 데 동의한 점이다. 외국의 많은 학자가 "한국인은 좀 더 행복해질 필요가 있다"고 권고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실제로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적은데 그럼 이건 한국인의 유전자나 기질적 성향과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한단 말인가?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이 아무리 '대부분의 사람은 행복하기보다는 불행하다'고 하긴 했지만, 그럼 우리나라엔 많아도 너무 많은데?



행복은 현재에 있다

전쟁과 가난을 경험한 한국 사회는 경쟁을 통해 가파르게 성장해왔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현재를 희생하며 미래만을 위해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한 단계에 도달하면, 그것을 온전히 누리기도 전에 바로 그다음 단계를 위해 또 현재를 반납한 점이다. 그런데 오로지 '내일'을 위해 어제와 오늘, 그리고 또 다른 어제와 오늘을 그렇게 제물로 바쳐야 한다면, '행복한 현재'란 영원히 없다. 현재를 즐기다 영원히 뒤처질 것만 같은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사회적 분위기나 '지금 그러고 있을 때니?'하는 식으로 바라보는 시선 때문이다. 결국 '노오력이 배신당하는 헬조선'에서 행복하려면, 사회구조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는 말이 된다. 구조적으로 지나친 경쟁을 자제하고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풍토를 조성해야만 구성원들의 인식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요?"라는 질문에 '행복해요'라고 응답하는 사람이 많은 나라에서는 오로지 미래의 행복을 위해 살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행복을 함께 고려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저자는 행복의 조건으로 수용자산(acceptance resources), 즉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꼽는다. 관계란 인간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며, 가장 큰 행복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에서 생겨난다고 말하고 있는데, 요새 같이 진정한 '관계 맺기'가 어려운 시대에는 행복 역시 사람들로부터 달아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행복의 심리학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