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본능 - 왜 남자는 포르노에 열광하고 여자는 다이어트에 중독되는가
개드 사드 지음, 김태훈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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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으로 진화의 측면에서 바라보지 않으면
소비와 관련된 그 어떤 것도 타당하게 설명할 수 없다."


 

예쁜 여자와 잘 생긴 남자가 수입이 더 좋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최근 '짝'이란 제목의 TV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이 두 가지 모두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풀이할 수 있다. 진화심리학은 다윈의 진화론에 기초해 인간 행동의 진화적, 생리적 근원을 이해하려는 다양한 학문 분야의 최신 사조이다. 이 책은 진화심리학에 대한 이해와 마케팅 및 비즈니스에 대한 폭넓은 지식으로 다양한 소비 행동을 설명하고, 자연 선택과 성 선택이라는 이중의 진화적 힘을 통해 인간의 마음이 진화했음을 입증한다.

 

1900년대 초 대량생산 시스템이 확립되고, 고객의 필요를 철저히 무시했던 생산 위주의 1920년대를 지나, 행동학에 대한 이해가 관철되면서 소비자들의 욕구와 동기를 파악하기 위한 적극적인 시도가 있어 왔다. 하지만 생물학과 진화론은 비즈니스 현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거의 완벽하게 무시되어온 게 사실이다. 저자의 주장은 간단하다. 경제학이든, 조직행동학이든, 광고학이든, 소비자 행동학이든 간에 진화론이 각 연구의 설명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이론 틀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2000년대 들면서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쓰인 책이 쏟아져나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저자의 말대로 이 '진화적 힘'을 간과하기는 더욱 어렵다.

 

저자는 소비 본능의 동인으로 크게 4가지를 꼽는다. 생존과 번식에 대한 욕구와 혈연에 대한 의무와 사랑, 그리고 호혜적 이타성이 그 4가지이다. 그런데 내가 이 책에서 눈여겨보게 된 부분은 도박이나 성형, 포르노에 중독된 행동을 그저 단순히 비합리적이라고 간주하기보다는 그러한 유혹 앞에서 약해지는 인간의 생리를 파악하고, 그에 관한 계몽적 접근법을 찾으라며 적절한 공공 정책과 개입 전략을 수립하라고 하는 부분이다. 이처럼 수많은 현대인이 겪고 있는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해 지금껏 간과해온 진화론적인 입장에서 접근하다 보면, 더욱 효과적인 해결법을 찾을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많은 반포르노 운동가들은 사회적 병폐 때문에 포르노를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은 누가 무엇을 금지해야 할지를 설명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고지방 음식은 사회적으로 포르노보다 훨씬 많은 해를 끼친다. 즉 수십만 명이 잘못된 식생활에 따른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그러면 치즈를 금지해야 할까? 튀김 식품은 어떨까? 그런 것들도 불법화해야 할까? (P. 305)

 

인간이 음식에 집착하고 그만 먹어야지 하면서도 과식을 하게 되는 이유에서부터, 지난 2009년 동시다발적으로 다수의 여성과 바람을 피워 화제를 몰았던 타이거 우즈의 외도 원인과 금융 시장의 트레이더들이 특정 호르몬 수치가 높은 이유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일상적인 행동에서부터 지극히 소소한 행동 하나하나까지도 진화심리학으로 풀어내고 있어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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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기업의 조건 - 지속 가능한 수익과 성장을 창출하는 기업의 패러다임
램 차란 지음, 양유석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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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성장시키고, 더 나아가 성공적인 기업으로 키워내기 위한 기업 종사자들의 노력이 홈런이 되어 그라운드를 뒤흔드는 순간, 그 기업은 마침내 성장과 성공의 발판 위에 우뚝 선 것이리라. 그런데 말이 그렇지 그게 어디 쉬운가? 실력이 다소 처지는 선수들도 그렇겠지만, 출중한 선수라고 해서 매 경기 홈런을 친다면 왜 사람들이 그 뻔한 경기에 열광하겠는가? 그럼 홈런이 터지지 않아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차선책은 무엇일까? 이 책은 바로 거기서 출발한다. 기업의 성장을 홈런에 빗대며, 홈런이 어렵다면 안타라도 계속 쳐 보자고 독려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반드시 홈런을 칠 기회가 올 테니까. 설령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해도 괜찮다. 요기 베라의 말처럼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니까(It ain't over till it's over) 말이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책에는 마케팅과 합당한 예산, 혁신과 내실성장 등 10가지 구체적 방안이 소개되어 있는데 역시 가장 눈여겨보게 되는 부분은 리더십이다. 책에도 인용되어 있지만, 피터 드러커의 말대로 경영의 근본적 과제는 사람들에게 공통의 목표와 가치, 조직구조, 계속적인 교육 기회와 발전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그들이 집단의 이름으로 성과를 이루도록 만드는 것이다. 개개인이 하나의 집단으로 성과를 이루어 내기 위해 가장 큰 책임과 역할을 맡아야 하는 것은 단연 리더이다. 경기가 침체되고 기업이 하강국면에 빠지면, 흔히들 비용부터 줄이려고 애쓴다. 더러는 중요한 회의 시간의 대부분을 비용절감과 재고축소와 같은 비용축소에 할애하는 답답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리더가 온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것은 변화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업스트림 마케팅)하고 하강국면에서 탈피시켜줄 수 있는 유망한 신제품을 개발해내는 일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리더는 비용축소에 온 신경을 집중할 것이 아니라 성장에 전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리더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성장이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사실에 대해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다. 이는 고객의 니즈에 대한 정보를 끊임없이 모으고, 걸러지지 않은 정보들을 모든 부서들과 공유하는 것을 포함한다. (p. 93)'

 

개인적으로 이 책의 장점은 기업이나 조직이 성장과 번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쉽게 범할 수 있는 우를 짚어준다는 점을 꼽는다. 여전히 많은 조직에서 브랜드를 구축하고 판촉이나 광고, 고객관리와 같은 다운스트림 마케팅(downstream marketing)에 더 크게 치중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고객의 니즈를 찾아내고 또 창조하고, 이윤을 창출함과 동시에 고객들의 니즈에 타 경쟁사보다 더 크게 만족시킬 수 있는 업스트림 마케팅(upstream marketing)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그 예다. 당장의 가시적 성과를 기대해 근시안적인 처방에 집중하는 이들이라면 책에 실린 GE나 콜게이트, 톰슨 로이터의 예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책을 덮으려는 찰나, '만일 당신이 성장하는 기업에 속해 있지 않다면, 당신은 극단적으로 제한적인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는 문구가 보인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좀 더 수월히 찾을 수 있도록 저자는 친절히도 18가지의 질문을 던진다. 고교 동창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카터는 그 18개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하던 중, 결국 자신이 속한 퍼니처 글로브가 퇴락하는 기업이라는 사실에 맞닥뜨린다. 그가 내린 결론은 바로 이윤이 나는 성장을 위해 리더를 포함, 고위 간부들만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제목(Profitable Growth is Everyone's Business)이기도 하다. 성장 기업의 필요충분조건은 열 가지가 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근본은 기업, 그리고 조직 내에서 과연 누가 노력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아닐까 싶다. 성장하는 조직과 기업의 구성원이라면 모두가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며, 그들 모두가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분주하게 조직을 꾸려나가는 훌륭한 리더가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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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한 여자 스토리콜렉터 10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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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로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너무 친한 친구들>, <바람을 뿌리는 자>와 마찬가지로 이름도 헷갈릴 정도로 많은 등장인물을 등장시키고 그들 각자에게 저마다의 알리바이를 부여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점이 이 시리즈의 특징이다.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개인은 물론이고 가정과 사회로까지 문제가 확대되면서 스펙트럼이 넓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핵심은 물론 인간의 본성이다.

 

부족한 것 하나 없던 인기 절정의 '대쪽 부장검사'가 갑작스레 자살했다. 곧이어 미모의 젊은 여성 또한 사망 사건의 피해자가 된다. 이 두 사건에 어떠한 연관이 있을 거라 의심하던 피아와 보덴슈타인 콤비는 용의자를 조사과정에서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다. 이번 작품에서는 희생자이자 주인공인 이자벨을 내세워 내면의 미가 수반되지 않은 외적인 미의 의미와, 그 경우 절반에 해당하는 아름다움의 가치, 그리고 그것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어지럽히고 또 파괴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작품 속에는 직업이나 어떠한 사회적 기준에 상관없이 모든 이들이 평등하다. 모두가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으며, 불안전하며 또한 불완전하다. 그곳 사람들은 남을 시기하고 질투하며, 자신의 쾌락, 안위 또는 이익을 위해서라면 남을 해치는 것, 설령 그것이 살인일 지라도 서슴지 않는다. 외적으로 아름답다고 해서 그것이 내적인 아름다움마저 보장하는 것이 아님에도, 우리는 일상적으로 오직 눈에 좋은 것, 화려한 것만을 추구하며 더러는 그 부질없는 것에 목숨을 내걸기도 한다. 여인의 아름다움은 한 마리 나비와 같아 바라보는 이에게 탄성을 자아내고 손을 뻗어 그것을 붙잡아 두고 싶게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 아름다움이 독이 되어 향기롭던 나비가 이내 독을 품은 독사(*실제 국내 번역판 표지를 보면 독사라기보다는 전갈에 가깝긴 하다만)로 둔갑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깜빡하기 때문에 비극은 시작된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점은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못 생겨서 얼굴이 무기인 그녀'가 사랑을 잃은 줄로만 알고, 추운 겨울 어느날 이곳을 떠나 새롭게 둥지를 틀었던 독일에 '오직 예쁘기만 한' 그녀 이자벨 또한 살고 있다는 점이다. 못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평생을 남들로부터 멸시받고, 사회 구조적으로도 피해받아온 그녀는 마침내 독일에서 강인해질 수 있었는데, 같은 공간에서 미모의 독일 여성 이자벨은 자신이 가진 유일한 미덕을 악의 실현의 수단으로 삼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전혀 다른 소설이지만, 두 작품 모두 여인의 아름다움이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소설이 저 어느 길목에선가 서로를 말없이 응시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전혀 다른 장르에, 다른 메세지를 전달하는 책인데, 이 책을 읽는 내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생각이 왜 그리 간절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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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내면을 검색하라
차드 멩 탄 지음, 권오열 옮김, 이시형 감수 / 알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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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대학생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구글Google의 엔지니어인 차드 멍 탄(Chade-Meng Tan)이 지은 책이다. 우연히 명상에 눈을 뜨게 된 그는 구글 직원들을 상대로 '내면검색Search Inside Yourself'이란 이름의 감성지능 강화 프로그램을 7주간 진행했다고 하는데, 이 책은 그 수업의 효력에 힘입어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감정조절에 앞서 감성지능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감성지능이란 자신과 타인의 기분, 감정을 이해하고 그들 사이를 구분하며, 이 정보를 자신의 생각과 행동의 지침으로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럼 그것이 왜 중요한가? 저자의 말에 따르면, 감성지능이 업무에 필요한 3가지 중요한 기술을 갖추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란다. 그 가 말하는 3가지는 바로 뛰어난 업무성과, 탁월한 리더십, 행복의 조건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하지만 감성지능을 개발하는 궁극의 목적은 '자신을 최적화하여 이미 할 수 있는 것보다 한층 높은 수준을 달성하기 위함'으로, 한 마디로 표현하면, 최적화Optimize를 위해서다.

 

저자가 말하는 명상연습 순서를 보면, 자신감 연습-> 자기통제력 연습-> 자기 동기부여 연습-> 공감능력 연습-> 리더십과 사회성기술 연습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말하는 자신감은 자만심이 아니라 자책감을 느끼지 않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할 정도로 겸손해질 수 있는 깊은 자신감이다. 필요에 따라 때로는 태산만큼 부풀려도 보았다가 때로는 모래알만큼 작아지게 만들 줄 아는 지혜를 배우는 것이다. 결국 내 마음의 평화라는 것도 그 출발은 진정한 자기 자신에 대한 앎이 전제되어야 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 역시도 나 자신을 제대로 알고난 후에야 가능하다는 것이 핵심인데, 거꾸로 생각하면 오늘날 평화를 잃은 이 시대에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노력은 자기 내면의 응시란 말로도 해석이 될 것이다.

 

엔지니어라서 그런가, 이미지 해상도로 명상과 내면의 평화라는 주제를 풀어내는 것이 신선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 그래 이거다!' 싶기도 하다. 기술이 발달해 카메라는 물론이고 언제부턴가 휴대전화에 장착된 카메라마저도 그 해상도가 뛰어나고, 텔레비전 방송마저도 HD라며 출연자의 모공까지도 적나라하게 잡히는 이 시대에 정작 우리 내면의 해상도는 얼마나 될까? 감정에 쉽게 휘둘리고 자기인식에 곧잘 실패하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 내면의 해상도가 낮아서는 아닐까?

 

이 책의 핵심을 저자답게 표현하면 자기 자신을 구글링하는 것일게다. 조금 더 보편적인 언어로는 '놓고 비우고 버리는 행위'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며, 딱 한 마디로 하자면 내려놓음의 다른 말이 될 것이다. 그렇게만 하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편안해져서 '마음챙김'을 깊이 있게 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바로 '추가비용 없이 덤으로 얻는 즐거움'인 기쁨의 마음챙김이다. '예를 들어 즐거운 산책, 연인과 손을 맞잡는 것, 맛있는 식사, 잠든 아기를 안고 있거나 좋은 책을 읽는 자녀와 함께 앉아 있는 시간 등이야말로 순간순간 주의를 집중함으로써 마음챙김을 연습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들이다. 나는 이것을 기쁨의 마음챙김Joyful Mindfulness이라 부른다.(p. 107)'

 

이 책은 이른바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구글의 엔지니어가 전하는 내 안의 구글링googling 비법과 그 이점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여타의 자기계발서와의 차이라면, 명상이란 주제를 엔지니어적인 독창적인 시각으로 조금 덜 부담스럽고 조금 더 편안하게 전달한다는 점이다. 저자의 말대로, 세상을 구한다는 말은 실로 거창해서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저자의 말대로 세상을 구하기 위해 무작정 애를 쓰기보다는 내면의 평화, 측은지심, 열망을 키우는 데 집중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일 수도 있다. 저자가 인용한 틱낫한 스님의 말씀대로 우리가 마음을 가라앉히는 법을 배우면, 어느새 행동이 우리를 이끌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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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발걸음은 언제나 뜨겁다 - 택꼬의 205일간 리얼 아프리카 여행기
김태현 글.사진 / 더난출판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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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조금 지저분하기에, 조금은 지저분해야 튀어보이지 않는다며 때에 찌들고 낡아 찢어진 셔츠를 입고 아프리카 대륙을 걷는 한 청춘의 205일간의 아프리카 여행기.
 
비교적 한국인이 적고 아직은 사람의 발길이 적은 편이라는 동남아시아의 한 섬으로 향하는 비행 중에 읽은 책이다. 바쁜 일상을 벗어나 6일 그러니까 약 140 여시간 동안 내게 주어진 자유를, 마치 엄마의 눈길을 피해 몰래 과자 봉투를 막 뜯은 아이처럼, 마냥 즐겁게 기다리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이 책에서 적잖은 도움을 받았다. 우선 나의 목적지 또한 이슬람 문화의 영향이 큰 곳이라 행동거지 하나하나는 물론이고, 덕분에 이번 여행을 대하는 마음가짐 자체도 평소보다 좀 더 열린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가령, 불편한 시설이나 다소 불결해보이는 환경에 대해  그저 투덜거리기보다는 '아, 이럴 수도 있겠구나.' 또는 '아, 이러이러한 이유로 이들은 이렇게 하는 구나.'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장장 205일이라니! 일년의 절반 이상을 이 지구상에서 나와 가장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 보내야 한다는 제안을 받는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선뜻 수락할까? 아프리카의 절반과 중동 지역인데? 저자는 싱그러운 청춘에게 허락된 패기와 문화적 이해를 바탕으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기에 어떠한 형용사로도 묘사하기가 힘든 그런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여행을 떠나면 일상에서는 만나기 힘든, 모든 면에서 공통점이 없는 사람들을 만난다. 여행지에서 만난 다른 여행자 그리고 현지인의 삶을 들여다보거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가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은 것들이 그들에게는 일상이며, 당연한 삶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때론 누군가가 후려갈기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낯선 여행지에서 처음 느끼는 온 몸의 감각들도, 그곳에서 듣는 생소한 이야기들도 이유 없이 즐겁기만 하다. 이것이 내가 여행을 계속하게 만드는 큰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프롤로그 중에서)

프롤로그부터 인상적이었다. 나 또한 여행의 묘미란 일상의 짐을 덜어내고 타인의 삶의 유•무형의 것들을 받아들이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 받아들이는 과정이 자의로 인한 것이든 타의로 인한 것이든 말이다. 일상을 벗어나면 내가 아닌 다른 이의 삶이 눈에 들어오고,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그 중 어떤 이들은 마치 '나를 후려갈기는 것과 같은 충격'을 선사하는데, 나 역시도 일상에서 쉽사리 맛볼 수 없는 그 낯선 충격(나는 그것을 '울림'으로 표현한다만)이 좋아 여행을 떠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절실하다고 느낀 건, 방문하는 국가의 문화에 대한 지식과 그에 대한 열린 태도를 가졌느냐 하는 것이다. 의레 여행을 떠날 때면 나를 돋보이게 해 줄 옷을 준비하고(심지어 새 옷을 구입하는 정성까지), 게다가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미리 완벽하게 계획을 짜두기도 하는데, 다른 어떤 것보다 필수적으로 챙겨야 하는 건 바로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이해와 배려일 것이다. 택꼬의 경우에도 현지 가이드를 방불케 하는 상당한 정보와 배경지식을 뽐내며 그 대륙을 향한 애정어린 시선이 느껴지는 사진을 곁들여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아프리카라는 그토록 풀어낼 이야기가 많은 최적의 장소에서, 성능 좋은 카메라로, 과연 "저런" 사진밖에 담아내지 못하나 싶을 정도로 별다른 의미나 의식없이 그저 '여권에 도장찍는 게 취미여서 저러나?' 싶을 정도로 무의미한 에세이와 여행기가 판을 치는 이때 땍꼬의 여정은 그리하여 뚜렷하게 차별화된다.
 
이 리뷰를 쓰는 내내 내 방 벽에 붙여둔 세계 지도에 자꾸 눈이 간다. 컴퓨터 모니터 왼쪽 위로 그려진 드넓은 아프리카 대륙에 시선이 가 닿는다. 정의가 아니라 힘으로 약자를 굴복시킨 서구 세력에 대한 소리없는 분노, 또 소유의 양이나 정도가 행복과 반드시 정비례하지는 않는다는 당연하지만 쉽게 외면당하는 진리에 대한 택꼬의 외침이 저 푸른 아프리카 대륙을 뒤덮고 있다.
 

사막의 길은 마치 인생과 같다. 지평선 너머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내앞길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길은 이어져 있고 열심히 달리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른다. 때로는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빠르게, 때로는 두 다리로 걸어 느릿느릿 힘겹게 여행을 한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여행도 어느 순간 마지막 목적지에 다다르고, 그동안 겪어온 일들만큼 성숙해진 나를 발견하게 된다. (p.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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