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지 못한 여자 스토리콜렉터 10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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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로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너무 친한 친구들>, <바람을 뿌리는 자>와 마찬가지로 이름도 헷갈릴 정도로 많은 등장인물을 등장시키고 그들 각자에게 저마다의 알리바이를 부여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점이 이 시리즈의 특징이다.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개인은 물론이고 가정과 사회로까지 문제가 확대되면서 스펙트럼이 넓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핵심은 물론 인간의 본성이다.

 

부족한 것 하나 없던 인기 절정의 '대쪽 부장검사'가 갑작스레 자살했다. 곧이어 미모의 젊은 여성 또한 사망 사건의 피해자가 된다. 이 두 사건에 어떠한 연관이 있을 거라 의심하던 피아와 보덴슈타인 콤비는 용의자를 조사과정에서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다. 이번 작품에서는 희생자이자 주인공인 이자벨을 내세워 내면의 미가 수반되지 않은 외적인 미의 의미와, 그 경우 절반에 해당하는 아름다움의 가치, 그리고 그것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어지럽히고 또 파괴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작품 속에는 직업이나 어떠한 사회적 기준에 상관없이 모든 이들이 평등하다. 모두가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으며, 불안전하며 또한 불완전하다. 그곳 사람들은 남을 시기하고 질투하며, 자신의 쾌락, 안위 또는 이익을 위해서라면 남을 해치는 것, 설령 그것이 살인일 지라도 서슴지 않는다. 외적으로 아름답다고 해서 그것이 내적인 아름다움마저 보장하는 것이 아님에도, 우리는 일상적으로 오직 눈에 좋은 것, 화려한 것만을 추구하며 더러는 그 부질없는 것에 목숨을 내걸기도 한다. 여인의 아름다움은 한 마리 나비와 같아 바라보는 이에게 탄성을 자아내고 손을 뻗어 그것을 붙잡아 두고 싶게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 아름다움이 독이 되어 향기롭던 나비가 이내 독을 품은 독사(*실제 국내 번역판 표지를 보면 독사라기보다는 전갈에 가깝긴 하다만)로 둔갑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깜빡하기 때문에 비극은 시작된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점은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못 생겨서 얼굴이 무기인 그녀'가 사랑을 잃은 줄로만 알고, 추운 겨울 어느날 이곳을 떠나 새롭게 둥지를 틀었던 독일에 '오직 예쁘기만 한' 그녀 이자벨 또한 살고 있다는 점이다. 못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평생을 남들로부터 멸시받고, 사회 구조적으로도 피해받아온 그녀는 마침내 독일에서 강인해질 수 있었는데, 같은 공간에서 미모의 독일 여성 이자벨은 자신이 가진 유일한 미덕을 악의 실현의 수단으로 삼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전혀 다른 소설이지만, 두 작품 모두 여인의 아름다움이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소설이 저 어느 길목에선가 서로를 말없이 응시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전혀 다른 장르에, 다른 메세지를 전달하는 책인데, 이 책을 읽는 내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생각이 왜 그리 간절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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