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정원에서 - 죄악과 매혹으로 가득 찬 금기 음식의 역사
스튜어트 리 앨런 지음, 정미나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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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이 그랬다지.
"아담은 사과가 탐이 난 것이 아니라 단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탐을 낸 것이다." 라고. 그게 무엇이건 간에 금지된 것은 매력을 가진다. 본질을 알고 나면 더할나위없이 시시껍절할 지라도 본질을 알기 전까지 금지된 그 무엇은 이세상 그 무엇보다 매력있는 무언가가 되는 것이다. 단지 금기라는 이유만으로도.

이 책은 숱한 금기들 중 음식 금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겠다고 기운차게 출발 한다. 어떤 음식이 왜, 어떤 이유로 금기 음식이 되었는가, 하는 이야기. 그것도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7대 죄악에 맞추어, 어떤 음식이 금기시 된 이유에 관해 설명하겠다고 시작을 하지만, 웬걸. 읽다보면 음식 금기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과거 엽기적인 식문화에 관련된 나열이다. 특히, 기독교 지식이 전무한 사람들이 읽기에는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점이 많다. 읽는이가 어느정도는 기독교에 관련된 지식을 가지고 있으리라 전재하고 시작하니까. 물론 번역자 (정미나 : 『호박속의 잠자리』번역가^^)가 독자의 이런 고충을 미리 짐작했음인지 여러가지로 역자주를 달아주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게다가 단테의 <신곡>의 7대 죄악에 맞추어 음식에 대한 금기(그게 아니면 엽기적인 조리법이라 할 지라도)를 나누어 놓았지만 그 경계가 불분명하여 이야기들 사이의 체계가 잡히지 않는다. 차라리 시대별 분류법을 따르든가.

쵸콜렛이 금기식이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옥수수나 토마토가 그랬다는 건 신선한 일이었고, 당시의 화려한 만찬장면에 대한 묘사나 의외의 음식에 대한 설명등이 나름 재미있었다. 미시적 사회사를 보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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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현감 귀신체포기 1
김탁환 지음, 백범영 그림 / 이가서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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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고마워하는 것 중의 하나가, 책을 많이 읽어줬다는 점이다. 동생과 나를 양 옆에 뉘고, 엄마는 목이 쉬도록 동화책을 읽어 주었다. 엄마의 목소리 속에서 나는 전우치가 되고, 도토리가 되고, 엄지공주가 되어 하늘을 날았었다. 지금까지도 나는, 홍길동보다는 전우치가 매력적이다.

김탁환은 그다지 뛰어난 소설가가 아니다, 확실히. 역사와 그 실존인물에게서 이야기의 모티프를 가져와 소설을 꾸며낸다는 점에서 그의 소설은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과 공통점을 가지지만, 이인화 반의 반만큼도 재미가 없다. 역사 소설의 제 1 가치는 아무래도 재미라는 점에서, 김탁환의 매력은 떨어진다. 소재를 빌어와 그 소재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발휘하기는 아무래도 더 쉬웠을 텐데. 이인화가 66년생, 김탁환이 68년생, 이인화는 대구출신, 김탁환은 진해출신, 둘다 서울대 국문학과와 동대학원 출신의 소설가이자 교수. 비슷비슷한 프로필의 비슷한 이력을 걸어온 두 남자가 비슷한 곳에서 소재를 빌어와 소설을 쓴다.
헌데 이인화가 훨씬 탁월하다.

김탁환의 소설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섬세함이다. 묘사의 섬세함도, 사건의 섬세함도 모두 떨어진다. 이인화가 『영원한 제국』에서 그러하였듯, 김탁환도 몇몇 소설에서 추리소설의 기법을 차용하고 있지만 섬세함도 떨어지고 박진감도 떨어진다.

그대신 김탁환은 당시의 풍속을 잘 그려낸다. 마치 자신이 그 시대에 살다 나온 사람마냥 당시 사람들의 심리를 매우 설득력있는 필치로 그려낸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방각본 살인사건』. 또 사람들에게서 사라진, 하지만 당시엔 분명 존재했던 것들을 그려낸다. 김탁환의 소설에서 우리 역사의 변방에 존재했던 인물들은 생명을 얻고 소생한다.

뭐, 김탁환에 관해서는 그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독특한 면도 분명 있고, 좋은 면도 분명 있지만 대단한 다작의 작가라서 그럴까, 섬세함이 떨어진다고. 이야기의 힘도 떨어진다고. 한번에 쭈욱, 읽어내리게 만드는 집약력이 없다고.

그러다 이 소설을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전우치가 부주인공(조연이란 말로도, 주인공이라는 말로도 표현이 불가능이다.)으로 등장하는 소설이라는 말에 끌려 읽었는데, 오호! 김탁환이 가진 소설의 힘이란 이런 곳에 있었구나 싶다.

김탁환의 전생인 '아진'의 모험기인 이 이야기는, 모두 10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고, 요재지이에서나 등장할 법한 인물과 사건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하여, 매우, 재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전우치를 제외한 인물들의 매력도나 흡인력이 떨어지는 것은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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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별아 지음 / 문이당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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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산샤의 <측천무후>와 더블 리뷰 

언젠가, 강선생님이 프랑스어의 표현력에 관해 이야기 하신 적이 있었다. 영어, 불어, 일어, 한국어, 4개국어를 완벽하게 하는 데다 국문학을 전공으로 불문학을 부전공으로 하신 분이시니까 아마 설득력이 있는 말일테다. 문학을 하기에 가장 좋은 언어는 프랑스어와 한국어라고. 일본어와 영어의 표현력은 한국어와 프랑스어를 따라오지 못한다고 하셨다. 그래서일까? 프랑스인이 아니면서 프랑스어로 창작을 하는 작가들이 꽤 있다. 벨기에 출신의 아멜리 노통이나 중국인 산샤등.

『측천무후』는 산샤가 프랑스어로 쓴 중국 황실의 이야기다. 중국의 역사에 그다지 해박하지 못한 나는 지금까지 당나라의 측천무후와 청나라의 서태후를 혼동하고 있었다. (창피하다.) 그 삶이 비슷해서일까. 아니면 중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혼동되어 버렸을까.

이국적인 것은 에로틱하다는 말이 있다. 이 글은 상당히, 에로틱하다. 에로틱한 장면들이 많이 연출되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글 자체가 에로틱하다. 묘사나 사건들에서 관능이 넘친다.

권력의 극에 달하면 색을 탐하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인간의 공통적인 특성이 아닌가 싶다. 남자건 여자건 간에. 측천무후의 결말도, 미실의 결말도 그 끝은 색에 닿아 있다.

진본이다 아니다, 상상이다 아니다 논란이 분분한 김대문의 『화랑세기』를 그 바탕으로 쓰여진 김별아의 『미실』역시 에로틱하다. 엄격한 유교 윤리에 길들여 진 눈으로 보았을 때 미실은 확실히 파격적인 인물이다.

주인공의 이름을 책의 제목으로 쓰게 되는 것은 몇가지 장점을 가지게 된다. 무엇보다 주인공의 삶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 그 주인공의 행적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삶,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측천무후와 미실은 거의 동시대의 인물이다. 당나라에서 측천무후가 황태후로서 권력을 누리고 있을 때, 신라에서는 미실이 왕의 애첩으로서 권력을 누리고 있었다. 두 여인의 삶은 비슷한 양상을 띄고 진행된다. 비록 측천무후는 눈에 띄게 아름다운 여자가 아닌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여자였고 미실은 신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는 칭호를 받게 되지만. 두 사람 모두 유명무실한 남편의 존재를 두고 권력을 한 손에 쥐고 휘두른다.

김별아는 『미실』이라는 작품을 쓰며 작가가 통제할 수 없는 인물을 만들어 내고 싶었다는 말을 했는데 소설에 그 말은 딱 어울린다. 미실은 작가의 통제와 상상을 벗어난 인물이다. 읽으면서 불편해 질 정돈데 쓰는 사람은 얼마나 더 불편했을까.

여자 이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권력으로 남자 이상의 권세를 누렸던 동시대 두명의 여 황제. 글 곳곳에 느껴지는 관능적인 분위기가 매력의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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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피투성이 연인
정미경 지음 / 민음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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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정미경에 관해, 나는 몇가지 정보를 알고 있다. 그녀를 직접 만난 적도 있다. 나와 동향출신의 그녀는, 이화여대를 나왔고 서울대 미대 학장인 화가 김병종의 아내이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만큼 글도 잘쓰는 그는, 자신이 글을 쓴다는 것 만큼이나 아내의 글도 아껴준다. 2002년이었던가. 가나아트센터의 오프닝을 갔다온 강샘이 웃으며 전해주신 말이다. 요즘 남자들은 아내를 참 사랑해. 글쎄 김병종 교수가 말야, "이 사람이 소설을 쓴답니다." 라고 온통 어찌나 대견해하며 자랑을 하는지. 그해에 그녀는 작가동네 신인상을 받았다.

둥글둥글 얼굴에 살집이 좀 있고 코끝이 둥글고 말투가 조신해 여려보이는 그녀는, 의외로 눈매가 매섭다. 그 매서워 보이는 눈매와 카피라이터였던 이력이 만들어 내는 그녀 소설은 뜻밖이라 해도 좋을만큼 대단히 좋다.

생의 이면을 담담히 관조해 내는, 그 이면에 동감하고 동정하면서도 막상 그곳에 빠져들고 싶어하지는 않는 사람들의 심리가, 그녀 소설 곳곳에서 절절하게 배어 나온다.

서늘할만큼 예리하면서도 참신한 문체 또한 매력. 생을 바라보는 시선도 그것을 그려내는 문체도 금속적이지 않은 서늘함을 가지고 있다. 그 서늘함 속에 얌전히 숨겨져 있는 애정과 따뜻함 또한.

확실히, 행복한 결혼생활이란,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삶에 대한 성실함이 그러하듯.

내가 본 것은 결국 겉보기일 뿐일지라도, 작가의 남편 김병종 화백은 참 좋은 사람이더라. 이처럼 어울리는 부부를 찾아보기도 힘들거다, 생각이 들 만큼. 전작 『장밋빛 인생』도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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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개정판
이도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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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몇장을 읽다가, 작가의 글솜씨가 놀랍도록 발전을 해서, 그야말로 놀랍도록 달라진 글 솜씨에 경악을 했던 글. 사람이 순식간에 이렇게도 바뀌는 구나, 가 아니라 아, 이 사람의 진짜는 이쪽이구나 라는 것을 새삼 느꼈달까. 어줍잖은 글(전작 『사랑스런 별장지기』가 어줍잖은 글이라는 말은 결코 아니지만)을 무턱대고 출판한다는 것이 작가의 생명에 얼마나 크나큰 흠집이 되는가를 새삼 느끼게 해 준 글.

오랫동안 잠들지 못하고 작은 수첩하나 손에 쥐고 뒹굴었다. 내일은 아주머니가 오는 날이니까 미루어 두었던 빨랫감들도 정리해서 베란다에 내 놓아야 하고, 장도 보러 가려고 수첩을 펼쳐들고 만년필을 꺼내 사야할 것들의 목록을 적었다. 샴푸. 린스. 락스와 식용유. 보리차 티백과 잡곡. 국물용 쇠고기도 다 떨어졌고, 커피 믹스도 사야 하고, 냉장고 속 감자, 양파, 당근도 다 떨어졌다. 참치와 스팸도 없고. 아. 맛김도 다 떨어졌구나. 고체 카레와 다시용 멸치도 사다 놓아야... 아이구 귀찮아. 산다는 건 귀찮은 일들의 연속. 뭔가 대단한 사건이 뻥뻥 터지는 것이 아니라, 자잘하고 자잘하고 자잘한 일들이 줄줄이 이어지는 것. 그러다 이 책을 잡았다.

진솔의 자잘한 일상이 손에 잡힐 듯 들어와서, 서울에 정을 붙이지 못했다는 이 작은 여자의 고백에 한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은, 더구나 조용하고 한적한 지방 소도시 출신의 여자에게- 서울은 지나치게 삭막하고 복잡한 곳이지.

인물들의 성격이 매력적이었다. 특별히 대가 세거나 연약하거나 하지도 않으면서 나름의 줏대를 가지고 꿋꿋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인물들이 작가의 잔잔한 글솜씨와 맞물려 아주 좋았다.

작가가 참 오래 공들여 썼구나 하는 느낌이 절로 나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애정이 손에 잡힐듯 생생하게 느껴졌다. 등장인물들을 너무 아끼면 글이 죽어버리거나 등장인물들이 죽어버리는데 인물에 대한 욕심을 버린 작가의 애정이 글을 살렸다. 구성 작가를 오래 했다는 작가의 이력 덕일까. 진솔과 건의 직장생활이 그대로 보여서, 그 또한 하나의 매력.

참 좋았다. 정말이지, 참 좋았다. 『사랑스런 별장지기』에서의 그 좋은 에피소드 사이의 어딘지 모를 어설픔이 완전히 빠져나간 글이라 더욱 좋았다. 이 작가, 정말 글을 잘 쓰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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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5 09: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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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6 15: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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