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약간의 이견이 생겼다.  

나는 남편을 열심히 설득했고, 남편은 지극히 타당한, 남편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을 하며 내 의견을 따라주지 않았다. 내가 주변의 사례들을 열거하며 이러이러 하니 우리도 해야 한다라고 우겼다. 그 말들의 끝에 은근히, 아니 대놓고 고집 쎈 이 남자 한 마디한다. 

난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는 관심 없고, 나의 보편적인 상식에 비추어 내 일을 생각할 뿐이야. 

했다. 그래서 결국 나는 마지막 카드를 들이민다. 

나는 충무공의 일에 속하는 거 맞지?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 그러니 그렇게 해 줘.
응응응응응? 당신 눈엔 안보이겠지만 야옹이 지금 열심히 애교떨고 있어. ^^
  

여기서 웃음 이모티콘은 정말 중요하다.-_-v  

남편은 한동안 대꾸가 없었다. 거진 10분동안 보통날의 파스타 리뷰를 쓰며 남편 대꾸를 기다리다 내가 다시, 

여보오오오오오오오오오
왜 대꾸가 없어~~~~~~~~~~~~~
화났어?

했더니, 남편이 결국 백기를 든다.  

그렇게 해. 

그리곤 또 한마디. 

그래도 난 이해는 안된다. 

그래서 말해줬다. 

고마워.
이해가 안되는 데도 내가 원하는 대로 해 줘서 더 고마워.

그래서 오늘도 내가 이겼다. 음하하하하하하하... 

정말 정말 정말 진심으로, 

이해가 안되는 데도 내가 원하는 걸 하게 해 줘서 더 고맙다. 이건, 사랑이니까. 충무공이 이해못할일을, 싫다고 하는 일을 마구마구 우길수 있게 해 주는 건, 그의 사랑에 대한 나의 확신만이 가능하게 하는 거니까.  

아마 지금쯤, 충무공은 배가 아파서 잠이 안오겠지만, 

ㅎㅎㅎㅎㅎㅎ 이겼다 또 이겼다~  

"내가 원해." 이 카드로는 져 본 역사가 없다. 그래서,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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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0-02-12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원해. 아시마님이 무엇을 원했을지 궁금합니다.^^ 이 글만으로도 아시마님에 대한 충무공님의 절대적 사랑이 느껴지는데요. 그리고 아시마님 사진이 무엇인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답니다.--;; 괜히 승부욕 발동해서 사진만 다시 보고 있다는 ㅋㅋㅋ

아시마 2010-02-13 00:21   좋아요 0 | URL
제가 원한 걸 한마디로 요약하면 "돈지랄" 되겠습니다. ;)
저에 대한 충무공의 절대적인 사랑.... 아닌데? 아닌데? 아닌데? 내가 더 사랑하는데? 내가 더 사랑하니까 미안해서 내 말 들어주는거야~ 잘 알고서 얘기해. (MBC 하땅사 "괜한 자존심" 표절 멘트. ㅋ)
제 사진은, 우리 큰놈 11개월 무렵 책장속에 기어들어가 있는 애를 찍은 사진이랍니다. ㅎㅎ 그때만해도 지금만큼 책이 많지 않아서, 큰놈이 들어가있는 저 자리에 인형들을 졸졸히 놔 뒀거든요. 그랬더니 인형들을 끌어내고 큰놈이 들어가서 날 쳐다보고 웃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