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했다.  

집에 책이 많으니 당연히 책장도 많다. 그래봐야 뭐 대충 15개 정도 되는 것 같다. 많다면 많지만 이게 그렇게 많은 수도 아니지 않나? 모양도 다 똑같지는 않다. 애들 그림책용 칸이 크고 두꺼운 책장이 세개고, 7단짜리 책장 셋, 6단짜리 책장 넷, 그리곤 5단짜리 책장(하나는 책상과 연결된 것) 세개랑 4단짜리 책장 하나, 본래 DVD장이지만 애들 작은 보드북 전용 책장 으로 쓰고 있는 것 하나.  

짐을 쌀때부터 책장에 테이프를 붙이고 그 위에 이름을 쓰더라. 서재에 있는 책장은 서1, 서2, 서3 거실에 있는 책장은 거1, 거2, 거3 이런식으로. 그리고 박스에 책을 담고 박스를 봉한 테이프위에도 이름을 쓰더라 서1-1(서재1번책장첫번째칸에 있던 책) 뭐 이런 식으로.  

아니 그럼 말이다. 책을 옮겨서 책을 뽑은 그 자리에 꽂아 두는 게 그리도 힘든 일이냐고.  

결혼해서 이사 두번짼데 두번 다 책은 엉망진창으로 꽂혀있다. 내가, 한칸 안에서 순서까지 가지런하긴 바라지도 않는다고. 아니 어떻게 서재책장에 있던 책이 거실로 튀어나오고, 거실 책장에 있던 책이 서재로 기어들어가냐고. 그럴거면 박스며 책장에 이름은 왜 써 붙이지?  

진짜 이 많은 책을 그렇게 뒤섞어 꽂으면 꽂는 자기들도 헷갈리고 난감하고, 책 크기에 따라 7단짜리 책장에 들어갈 책, 6단짜리 책장에 들어갈 책 5단짜리 책장에 들어갈 책이 다 다른데, 그걸 섞어꽂아 버리면 당연히 책이 넘치지 안넘치나? 아무리 봐도 섞어 꽂는 게 더 힘들 것 같은데, 왜 그런짓을 하지? 

 그리고 책이 안들어가면 그냥 바닥에 쌓아두든가, 억지로 끼워넣어서 표지를 접어놓거나 우그러뜨려 놓으면 어쩌라는 거냐고. 아니 진짜,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게, 잘 안되면 안된다고 이야기를 하고 양해를 구해야지, 어떻게든 책을 다 꽂아놓으면, 머리가 그렇게 안돌아가나, 당연히 이 책 주인은 꽂아놓은 책을 다 뽑아서 바닥에 놓고 정리해야 하는 게 뻔한데 왜 두번일을 하냐고. 진짜진짜진짜 이해가 안되네. 

뽑은 자리에 도로 꽂아넣기가 그리도 힘든일일까? 응? 응? 응?  

해인 임신 막달에 이사하고 엉망진창으로 꽂아놓은 책 이틀에 걸쳐서 죄다 정리한 뒤, 과로로 병원에 급 입원해서 태아에 산모에 죽네 사네 응급 제왕절개를 하네 마네 난리치고 애 낳을때까지 2주 넘어 입원하고 있다가 겨우 겨우 낳은 전력이 있는지라 이번엔 진짜 무리하지 말자고 결심에 결심! 한 끝에 차마 손 못대고 하루에 책장 한개씩만 정리하자고 나름 참느라 힘든데, 서재를 볼때마다 진짜진짜진짜 신기하다. 아니 왜 저런 짓을 해 놓지, 사람들이? 응? 난 서재 책이 정리가 안되면 송신해서 잠이 안온단 말이지이이이이이이! 미칠것 같다고! 머릿속이 다 헝클어져 버린 것 같아서 하루종일 심란해 죽겠는데!!! 아니 왜 저런짓을 해 놔, 응? 번호는 왜 그리 착실하게 써 붙였니, 응응응? 대답좀 해 봐봐봐봐봐봐!!!!!!

게다가 말이야. 책장이 ㄱ자로 돌아가면 당연히 모서리 공간을 비워두고 책장 두개를 맞물리게 해야하는 거 아니야? 그걸 한쪽 책장을 다른쪽 책장 옆면으로 막아버리면, 거기 꽂아둔 책은 보라고 말라고? 응? 책을 꽂으라고 말라고? 응응? 어쩌라고? 응? 응? 안그래? 어쩌라고? 응? 응? 응?  

 

 

아, 나. 진짜진짜 진짜! 이해가 안되거든? 

번호를 착실히 써 붙여 놓고도 책을 제자리에 꽂지 못하는 미스테리를 명쾌하게 설명해주실만한 분, 어디 없으신가요오오오오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blanca 2009-12-29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어째요? 그런데 ㄱ자 책장 겹치게 해놓은 건 진짜 아놔~ 라는 말이 절로 나오네요. 책 정리라는게 진짜 그게 보통 일이 아닌데. 번호 붙여논 건 이렇게 안할거라는 걸 암시하는 것 아니었을까요? ㅋㅋㅋ 그렇지 않고서야, 참. 아무쪼록 힘 내시고 다시 즐거운 생활로 돌아오시기를 바랍니다.^^ 참, 그리고 저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 사려다가 아시마님 리뷰 봤어요. 거기서 또 만나니까 참 반갑더라구요. 미망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해요. 박완서샘 책 리뷰를 잘 안쓰고 도서관에서 단편전집 빌려 읽었더니 대체 무슨 책을 읽고 안읽었는지를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합니다. 혹시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 읽으셨어요? 그건 제가 안 읽은게 확실한 거 같아서 찾아 읽어 볼까 싶어서요. 아무튼 힘내세요!

아시마 2009-12-29 21:13   좋아요 0 | URL
아아아아아악. 저 서재가 완전히 정리되기 전까지는 전 결코, 결코, 결코!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없을 거예요. ㅠ.ㅠ

그나저나.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 음, 되게 좋았어요. 저는 진짜로. 그리고,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이거 드라마로도 유명한데요. 무슨 내용인지는 아시죠? 전쟁통에 먹을거 더 많이 먹고 싶어서 동생 손을 놔 버린 언니와 동생의 엇갈린 인생길에 관한 내용인데, 음, 진짜 인간 본성은 뭔가, 우리가 흔히 이야기 하는 형제간의 우애란 뭔가... 뭐 그런걸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죠. 박완서 샘 글은 읽으면, 가끔 너무 정곡을 찔리는 기분이 든다는. 이 소설도 그래요. ^^

2009-12-31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3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