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녕하세요! 고객님은 플래티넘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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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개월간 순수구매금액 : 1,886,615원
만료일 : 2010년 03월 03일
어느날 별 생각없이 나의 계정을 열었다가 본 저 금액. 순수 구매금액이 저거면, 알라딘에서 물경 200만원 넘는 책을 샀다는 이야기다. 병도 이정도면 중증이다. 살면서 아직까지는 그런적 없는데 처음으로 충무공한테 미안해져서, 12월 한달간 책을 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잘 지켜질 수 있을까. 4000원 맥스무비 영화 할인권은 지난 몇년간 써본적도 없이 매번 날렸다. 오늘은 동생에게 전화해서 저거라도 받아가라 해야할까보다.
2. 곧 이사를 해야해서 이삿짐 센터 사람을 불렀다. 우리집에 들어오는 사람들마다 책에 질린 얼굴을 하는 건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이삿짐 센터 사람이 견적내러 와서 질린 얼굴 하는건 좀 맘에 걸리더라. 보기보단 안많아요, 아하하하하하하하... 비굴하게 웃었더니 생각보단 싸게 견적이 나왔다. 하긴 뭐, 우리집에 책 말고 또 짐이 있어야 말이지.
3. 책을 살수도 없으면서 중고샵엔 왜 그리 열심히 드나드는 걸까. 에혀. 갈때마다 사고 싶은 책을 장바구니에 꾸역꾸역 담아놓고, 다른 사람이 사 가서 살수 없다는 메세지가 뜰때마다 가슴이 미어지며 충무공에 대한 미안함이 희석되어 간다. 아놔, 난 왜 돈 없는 남자한테 시집을 갔을까아아!
4. 오늘 간만에 김훈 <자전거 여행>을 펼쳤더니 서문에 이런 말이 있더라.
"이 책을 팔아서 자전거 값 월부를 갚으려 한다. 사람들아 책 좀 사가라."
그 말에 슬적 덧대어 말한다. "이 리뷰를 팔아 책을 또 사려한다. 사람들아 thanks to 좀 해라."
5. 저 책 구입비의 절반은 딸 책 산거다. 그러니까 충무공은 나한테 구박하면 안된다. 딸은 나 혼자 낳았냐, 같이 낳았지. 그러니 절반은 충무공이 쓴거다. 그러니 알라딘 구매 금지를 절반으로 줄여라아아아아아... 절반은 아니라도 적어도 1/3은 다인 책일... 지도 모르겠다.
6. 몇달 뒤엔 20피트 컨테이너에 우리 짐을 다 실어야 한다. 다 안들어가면 어쩌지, 충무공은 맨날 그 걱정이다. 책을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책장이 다 실리지도 않을 거라고. 혼수로 한 장롱은 이미 버림받았고, 또 뭐 버릴까. 책을 버리느니 날 버리라고 했더니 오냐, 냉큼 버려주마, 하신다. 쩝.
7. 요즘 노리고 있는 책은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책들과 아가사 크리스티 여사의 황금가지판 전집이다. 그 두 가지의 책이 중고샵에 뜰때마다 심장이 찢어진다. 지금 안사면 내일은 없을게 뻔한데. 아이고 데이고. 그나저나 알라딘 참 머리 잘 썼다. 중고샵은 내 충동구매의 원흉이다.
8. 고통과 수난의 달 12월이 빨리 지나가길 바란다. 이사하고 어쩌고 하면 휙 지나가고 없겠지. 그러나 저러나 188만원은 내가 생각해도 좀 심했다. 3개월 금액이 100 이하로 내려가 본 적도 없지만. 매달 충무공과 합의한 나의 책 구매 한도액은 25만원이다. 매달 그 두배 이상을 쓴거다. 에혀. 월급쟁이인 충무공은 국세청과 두집 살림 중이시고(신문에 나는 연봉과 통장의 실수령액은 체감상 거의 두배 차다.) 나는 알라딘과 두집 살림 중이다. 집에 돈이 모일 새가 없다.
9. 두집 살림하니... 결혼 첫해에 신문에 남편 회사 연봉이 떴다. 매달 얼마로 환산한 금액인데, 내가 관리하는 남편 월급통장에 찍히는 금액의 정확히 두배 금액이더라. 월급 절반을 어디다 줬냐 따졌더니 세청양 갖다줬단다. 국씨집안 세청양. 그래서 충무공은 장인도 두분이시지. 차-암, 훌륭하시기도 하다. 둘째를 낳고 진지하게 말했다. 여보 이제 두집살림은 정리해. 우리도 이제 애가 둘이야. 했더니 남편이 말한다. 안돼. 왜냐하면 그쪽에도 애가 둘이거든. 어이구, 이걸 농담이라고.
10. 아. 괴롭도다. 마태 수난곡이 울려퍼지는 듯 하다. 나도 이달엔 재고 소진이나 해야겠다.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