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 둘은 27개월 터울이다. 큰놈은 약간 까칠하기는 해도 순한 편이고, 둘째 놈은 성격 좋아 보이는데(11개월 된 애가!) 순하지는 않다. 그런고로 두놈은 은근히 닮았고 전혀 다르다.
전반적으로 큰놈이 작은놈 해꼬지를 하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작은 놈이 10개월에 걷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큰놈만 죽자고 쫓아 다니는 작은 놈, 작은 놈이 귀찮아서 도망다니는 큰놈.
제일 큰 방을 장난감 방으로, 두번째 방을 서재로, 제일 작은 방이 침실인데, 아이들은 주로 그림책이 꽂혀있는 거실을 주무대로 논다. 조용히 책보는 걸 좋아하는 큰놈은 작은 놈이 귀찮게 하면 장난감방으로, 서재로, 침실로 도망을 다니는데, 작은놈이 기를 쓰고 따라가니 문제가 된다.
어제도 큰놈은 침실로 도망가고 작은 놈이 쫒아 갔는데, 문을 닫으려던 큰놈과, 문의 경첩있는 쪽을 잡고 있던 작은놈 사이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작은 놈이 문에 손이 끼인 것.
애둘에 엄마까지 울면서 집 앞 내과(그 내과엔 산부인과를 제외하면 한국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과를 진료과목으로 표시해 놓았다. 물론 정형외과도.)로 달려갔다. 가는 길에 작은놈은 벌써 울음을 그쳤고, 큰놈도 그냥 훌쩍훌쩍 하는데 엄마인 나만 엉엉 울었다. 병원서 의사와 간호사가 엄마 진정하세요 소리를 열번쯤 하더라.
손이 끼인 부분은 관절이 아니고, 왼손 세번째 네번째 손가락의 두번째 마디 정 중간이었다. 의사가 보더니 자기 생각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기는 한데 엄마가 이렇게 걱정을 하니, 근처 정형외과를 소개해 주면서 거기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란다. 자기 병원에도 엑스레이가 있지만 자긴 내과의라 정확하지가 않다고. 아놔, 그럼 정형외과를 진료과목으로 표시해놓긴 왜?
도로 집으로 들어와 차 키를 들고, 근처 정형외과를 갔다. 양손 엑스레이 두방씩 찍고. 정형외과 선생님이 뼈를 다치진 않았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타박에 의한 통증이 있을 수는 있으니 원한다면 진통제를 처방할 수는 있는데 애가 11개월이고 별로 아파하지도 않는 것 같으니-_- 걍 안먹이는 게 어떠냐고. 애기들은 회복력이 좋아 금방 괜찮아 진단다.
그렇게 십년 감수를 하고 집에 돌아와 큰놈을 붙잡고 한바탕 울면서 동생이 다치면 어떡할거냐, 엄마는 니가 그러면 너무 속이상한다, 하소연을하고, 나름 충분히 반성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동생과 사이좋게 지내는 언니 이야기가 나오는 그림책들을 집중적으로 골라 읽어주고 재웠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이번엔 장난감 방 문에서 똑같은 사고 발생.
정말 딱, 머리에서 퓨즈가 나가는 기분이더라. 그래도 이번엔 경미한 사고여서, 내가 봐도 병원을 가지 않아도 좋을 정도로 보이기는 했지만,
다인을 낳고, 38개월, 처음으로 미친여자처럼 소리를 질렀다.
정말 이런 날은, 엄마 자리 사표내고 싶다.
방방마다 돌아다니면서 문이 아예 안닫기도록 아이 손이 안닿는 곳에 굄목을 설치.
문닫을 일 있을때만 빼서 닫기로 하다.
정말 살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