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그림책엔 유난히 똥에 대한 책이 많다. 하긴, 아이의 입장에서야 형태를 갖춘 최초의 창작물이 똥인거니까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다인도 똥에 대한 책을 좋아한다. 전집에 들어있는 똥 관련 책도 몇권 되지만 단행본으로 보면  

 

 

 

 

 

 

대충 뭐 이정돈데, 책을 읽어주는 것 자체야 별로 어려울 일이 없다. 

헌데 정말 난감한 순간이 오기도 한다. 다인은 밥을 먹으면서 책을 한권씩 볼때가 있는데, 분명 좋은 습관은 아니지만 내가 뭐라고 할 수가 없는게, 엄마인 내가, 뭔가를 먹을때 책을 보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인이 어릴때, 이유식을 잘 먹지 않으면, 좋아하던 그림책을 펼쳐서 보여주며 관심을 끌어 이유식을 한입한입 먹였던 기간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밥 먹을때 으레 다인은 책을 가지고 오는데, 나도 식사중에 다인이 가져오는 책이 똥에 관한 책이면 참 난감하다. 특히 허은미의 <똥은 참 대단해> 같은 경우는, 하마 똥을 받아먹는 물고기와 코끼리 똥을 뒤져 그 안에서 풀씨를 꺼내먹는 비비 원숭이 이야기가 나온다. 그냥은 정말 상관 없지만, 밥 먹는 동안엔 정말 난감하다. 우욱. 

살살 다른 책을 가져오면 어떠냐고 물어봐도 책에 관한한 똥고집인 다인은 한번 고른 책을 절대 바꾸지 않는다. 내가 그다지 비위가 약한 편은 아니지만, 딱히 강한편이 아니라, 똥관련 책을 읽어주며 아이에게 밥을 먹일 땐 그냥, 밥먹는 걸 포기하는 쪽이 낫다. 

그래도 뭐, 여기까진 참을 수 있다.  

정말 다인이 원망스러웠던 건 지난 여름, 점심 밥상으로 푸짐한 쌈밥을 차려놓고 두번인가 싸 먹었는데 느닷없이 똥이 마렵다고 할 때였다. 그땐 정말 울고 싶었다.  

다인은 아토피라고 까진 할 수 없지만, 약간 피부가 연약하고 이것저것에 알러지 반응을 잘 일으키는 피부인데, 유독 물티슈에 약했다. 물티슈를 쓰면 여지없이 발진이 나고 알러지로 벌개졌다. 그래서 응가를 하고나면 그냥 물로 싹싹씻어줬다. 난 무척 대단하고 헌신적이고 착하고 놀랍고 대단하고 훌륭한! 엄마이므로, 그런 일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해치운다. 

하지만, 정말, 그 상황에선 눈물 나더라. 쌈밥을 먹고 있는 중에 똥을 누고 엉덩이를 씻어 달라고 하면, 정말, 너무하지 않은가 말이다  

그날의 맛있는 상추쌈밥은 두번으로 끝이었다. 

아. 육아의 길은 험난한 여정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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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1-13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 아시마님. 이 글 읽는데 쌈장과 똥이 막 겹쳐서 눈앞에 보여요. 어째요. 하하하하하하하

아시마 2009-11-13 23:55   좋아요 0 | URL
헉! 쌈장과 똥이라니!
ㅠ.ㅠ
지난 여름 내 입맛이 너무 없어서 고생했거든요. 작은 놈은 젖을 먹이던 중이었고(물론 아직도) 애 둘 키우려면 정말 체력이 국력이라는 말을 실감하는데 입맛이 떨어져 유일하게 맛있던게 상추쌈이었어요.
배는 고파 죽겠는데 딴건 먹고 싶은게 없고, 그와중에 그 상황이라니 정말 슬펐었어요.
딴건 그렇다치고, 체력에 관한한 악으로 깡으로 애 키우는 중입니다.
울 남편은 밥먹다 말고 애 똥기저귀 갈아주고도 밥 잘만 먹던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