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5소년 표류기나 로빈슨 크루소 류의 모험담을 좋아한다.
뭔가 자연과 인간이 문명의 개입없이 1:1로 대치하게 되는 상황을 즐긴다고 해야하나. 그러고보면 내 핏속엔 여지없이 농경민족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인지도... 쿨럭.
여하간 각설하고.
이 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데,
남편이 옆에 와서 물었다. 내가 하도 재미있게 읽고 있으니 무슨 책이냐고.
그때가...음. 다인은 낳았고 해인은 생기기도 전이고... 언제쯤이었더라(아아, 나는 사소한 날짜며 시간 장소 등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흠. 책을 가져와 확인해보니 2006년 10월 22일이란다. (난 책을 읽고나면 책속 간지에 책을 읽은 날자를 적어놓는다.)
여하간. 남편이 무슨 책이냐 묻길래, 뭔가 간단하고 압축적으로 설명할 말을 찾다가,
속으로 무릎을 치며 대꾸해 줬다.
"15소년 표류기 알지? 그 소설의 성인버전 쯤 돼."
이 얼마나 완벽하고 압축적인 설명이란 말인가. 남편은, 나의 남편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도 책을 안 읽는다. 서재에 저 많은 책들을 두고서도 어떻게 책을 읽지 않을수 있는지 나로서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책, 안 읽는다. 뭐. 세상에 다 나같은 인간만이 있을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같은 인간으로서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아. 뭐,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쨌든 책을 안읽는 남편이라도 15소년 표류기 정도는 알거 아닌가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남편도 15소년 표류기를 알기는 아는 모양이다. 그런데 15소년 표류기의 성인 버전쯤 된다는 말에 나온 남편의 대답이 걸작이다.
"여자가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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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성인 버전이라고 그랬지, 언제 성인물이라고 그랬냐고, 이 남편님하!